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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133회 – 내 마음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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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추위와 함께 한해가 시작됐습니다.
이 날씨에도 사랑이는 산책 나가길 원해서
아침을 먹은 후 중무장을 하고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밤새 눈이 내렸는데 많은 양이 아니어서 길 위에 살짝 묻어있더군요.
이렇게 쌓인 눈이 살얼음 같이 작용해서 길이 생각보다 미끄러웠습니다.
저는 춥기도 하고 길도 미끄러워서 조심스럽기만 한데
사랑이는 그저 신이 나서 앞으로 마구 나아가려고 합니다.
조심하면서도 사랑이 호흡에 맞춰 신책을 하다 보니
밤새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에 찬 기운이 스며들어 개운함을 안겨줬습니다.
얼마 전에 차다혜차지스라는 그룹을 알게 됐습니다.
무속음악을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해서 연주와 노래를 하는 그룹이었는데
그들의 날카로움과 자유로움이 조금 쳐져있는 제 마음을 시원하게 찔러대더군요.
한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그동안 쌓여있던 액운들은 물리치고
시원하고 활기찬 에너지로 채워보자는 의미로
오늘 방송은 추다혜차지스의 노래들로 굿판을 벌여보고자 합니다.
무당들이 접신을 해서 하나가 되면
날카로운 작두 위에 올라가서 춤을 춘다고 하던데
추다혜차지스는 사이키델릭한 선율 위에서 신과 함께 춤을 추더군요.
춥고 미끄러운 길 위에서 함께한 사랑이와의 산책이 그에 비길 바는 아니겠지만
이 음악을 빌어서 그런 느낌을 담아보고 싶습니다.
(추다혜차지스의 ‘작두’)
2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힘차게 시작하고 싶지만
마음과 달리
묵혀두고 있던 고민거리가 해답도 없이 끈질기게 따라붙기도 합니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마음이 더 추워져 머릿속 상념이 더 무거워지기도 하고
혹여 감기라도 찾아오면 몸까지 무거워져 “나는 왜 이 모양일까?”라며 자괴감에 허우적거릴지도 모릅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려고
영상을 찾아보거나 SNS를 들여다보다가도
희망찬 새해의 결의를 다니는 활기찬 모습들을 보며
짜증이 확 올라오기도 합니다.
무당을 찾아 굿을 하는 사람들은
혼자서 해결하기에 벅찬 문제들을
신의 도움으로 풀어보려는 간절한 마음이 있습니다.
간혹 그런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사기를 치는 무속인들 소식에 혀를 차기도 하지만
이래저래 다양한 형태로 무속인을 찾는 사람들이 줄지 않는 걸 보면
힘겨운 삶의 문제 앞에 의지할 곳이 필요한 것이겠죠.
추다혜차지스의 ‘사이에서’라는 노래는 그런 마음을 위로해줍니다.
“무조건 잘 될 거야”라고 억지 주문을 밀어 넣지 않고
“괜찮아, 힘을 내”라고 무조건적인 응원만 하지도 않습니다.
그 힘겨운 마음을 살며시 보듬어 안고는
“나를 믿고 한 번 따라와 볼래?”라며 조심스럽게 앞장서서
한 발 한 발 호흡을 맞춰 같이 걸어갑니다.
그러면서 혼자 힘으로 걸어갈 수 있게 도와주죠.
이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제 마음속 응어리가 스르르 녹아내려서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지더군요.
여러분에게도 그런 기운이 전해졌으면 합니다.
(추다혜차지스의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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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해가 끝나고 시작하는 것에 별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데다가
딱히 뭔가를 바랄 것이 없어서 별다른 감흥 없이 한해를 시작하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이번 방송을 위해 추다혜차지스의 노래를 듣다보니
올해는 작은 소망이라도 빌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세워본 저의 올해 계획은
‘혼술 줄이기’와 ‘세상과 사람에 대해 좀 더 따뜻하게 바라보기’입니다.
술은 일주일에 캔맥주 한 두 개 정도 마시는 편인데
은근슬쩍 마시는 주기가 짧아지는 것 같아서
올해는 열흘이나 보름 정도로 늘려보려고 합니다.
또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를 삶의 모토처럼 얘기하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속에 점점 차가운 기운만 들어차는 것 같아서
올해는 의도적으로라도 따뜻한 기운을 키워보려고 합니다.
소박하다면 소박하고 거창하다면 거창할 수 있는 계획이지만
그렇게 살아보도록 노력해봐야겠네요.
여러분은 어떤 마음으로 한해를 또 시작하는지 모르겠지만
추다혜차지스의 노래와 함께 벌인 이 조촐한 굿판으로
“모진 액운 다 막아주고 만사에 형통하길” 빌어봅니다.
(추다혜차지스의 ‘부귀덩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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