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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I를 유용하게 활용해서 성공적인 창업을 했다는 분의 인터뷰를 들었습니다.
AI는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질문을 요령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단순한 질문을 하면 평범하고 평균적인 답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질문의 수준을 높여야 답변의 수준이 높아진다고 하더군요.
AI에 캐릭터를 입혀서 AI 스스로가 원하는 분야의 전문가인 것처럼 인식하도록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얻어낸 결과물도 자신이 원하는 것과 결이 다르거나 디테일에서 부족한 것들이 많았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AI에게 자신과 자신의 회사에 대한 정보들을 최대한 제공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성을 이해시키면 훨씬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만들어진다고 하더군요.
그 얘기를 가만히 듣다보니
AI를 잘 활용한다는 것은
AI에게 내 정보를 최대한 제공하고
AI에게 최대한 이입해서
내 자신과 최적화된 아바타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되더군요.
내가 AI에 이입하고 의존할수록 능력이 점점 늘어난다는 얘기인데...
30여 년 전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할 때
세계는 실시간으로 연결될 것이고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혁신될 것이고
발전의 속도는 인류의 역사에서 상상할 수 없을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그렇게 변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고
기술 격차에 따라 빈부의 격차도 벌어질 것이고
기계에 의존하는 인간들은 파편화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역시 세상은 그렇게 변했습니다.
그렇게 변해버린 세상에 AI라는 초고속 엔진이 달린 겁니다.
이렇게 정신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제 부모님은 컴퓨터나 인터넷을 모르고 살아오셨지만
사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고
저는 기본적인 것만 활용하면서 살아왔지만
역시 세상을 살아가는데 그리 지장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세상의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은 알게 되더군요.
그 변두리에는 정신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밀려난 것들이 쌓여있는데
그것들을 어루만지다보면 그것들이 하는 얘기를 듣게 됩니다.
“나는 기계에 의존하지 않는 인간이야.”
“나는 나무와 소통할 줄 아는 인간이야.”
“나는 개와 행복을 나눌 수 있어.”
“세상은 차갑지만 나에게는 연민의 마음이 살아있어.”
“나는 가난하지만 나누며 살아가.”
“이 정신없는 세상에서 나는 여유롭게 살고 있어.”
변두리에 떠밀린 루저의 삶이 불행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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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주변을 살펴보다가 조그만 호박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작년에 늙은 호박이 너무 많이 달려서 원 없이 먹었는데
줄기가 다 사그라들어 바스락거리는 잔해만 남은 사이에 조그만 녀석이 하나 남아있더군요.
상태를 살펴봤더니 아주 깔끔했습니다.
호박 속이 덜 여물고 두께가 얇기는 했지만 먹을 만 했습니다.
요즘 한두 가지 채소를 번갈아가며 국을 끓여먹고 있었는데
오래간만에 된장을 풀어 호박국을 만들었더니 담백한 맛이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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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심어놓은 것 중에 무가 많아서 깍두기를 담갔습니다.
제주도 무는 수분이 많아서 김치를 담그면 맛이 좋다고 하고
깍두기는 김치 중에 비교적 담그기 쉬운 편이라고 하지만
저는 매번 맛을 제대로 내지 못해 실패하고 있습니다.
누가 무를 절일 때 소금과 함께 뉴슈가를 넣으면 좋다고 하더군요.
소금과 뉴슈가로 충분히 절이고 양념도 넉넉히 해서 깍두기를 담갔습니다.
사흘이 지나 맛을 봤는데 (기대했던 맛은 아니었지만) 아주 조금 나아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겨울의 제 밥상은 소박하지만
나름 열심히 노력하며 정성을 들이고 있답니다.
3
꿈속에 예쁜이가 찾아왔습니다.
감귤 선과장 근처를 걷고 있었는데 조그만 개 한 마리가 목줄에 묶여 있었습니다.
새로 온 친구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갔더니 예쁜이였습니다.
너무 반가워서 얼른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는데
녀석은 꼬리를 흔들기는 하지만 덤덤하게 저를 맞이했습니다.
까칠한 그 성격 그대로였습니다.
아픈 데는 없는 것 같은데 많이 야위어서 마음이 좀 짠했습니다.
그렇게 예쁜이와 반가움을 나누다가 잠에서 깨었더니 사랑이만 코를 골며 자고 있더군요.
어느 해 겨울이 시작될 즈음에 감귤 선과장 옆에 조그만 강아지가 묶여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녀석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려 했더니 으르렁거리면서 경계를 심하게 했습니다.
그 이후 사랑이와 산책을 할 때마다 녀석에게 간식을 건네주며 친해지려고 노력했지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겨울이 지나 감귤 선과장이 묻은 닫자 녀석은 완전히 혼자가 됐습니다.
가끔 주인이 와서 밥을 주기는 했지만 사료가 아닌 사람이 먹다 남은 잔반이었고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그 녀석이 싸놓은 똥이 널브러져 있었지만 치우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외로움과 배고픔 속에 점점 야위어가던 녀석이 어느 날 새끼를 낳았습니다.
조그맣고 야윈 녀석이 새끼들을 돌보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사료도 갖다 주고 주변도 정리해주며 정성을 보였더니 녀석이 조금씩 다가오더군요.
그리고 그런 녀석의 모습이 안타까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녀석은 이 동네의 소중한 친구가 됐지만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주인에게 얘기를 해서 하루에 한 번씩 산책을 시켜주게 됐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목줄에서 놓여난 녀석은 아주 신나서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좀 더 자유롭게 뛰놀게 하려고 하우스에 데려와 풀어놓으면
신나게 뛰어다니다가 저에게 달려와 앞발을 들어 올리고 저를 막 핥아댑니다.
1년이 돼서야 마음의 문을 열고 저를 반겨주는 녀석이 너무 고마워서 폭 안아주고 있으면
어미를 따라서 같이 산책을 나온 강아지 두 마리도 제게 달라붙어 애교를 부리곤 했죠.
그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첫 출산으로 낳은 강아지들이 전부 분양되고 다시 녀석은 혼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매일 저와 같이 산책을 즐기고 주위에 돌봐주는 사람도 많아 그리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두 번째 출산을 했더군요.
야외에 방치된 채 지내는 녀석은 해마다 이렇게 출산을 반복하게 될 것이어서 걱정이 많았죠.
그 와중에 누군가가 녀석의 주인을 동물학대로 신고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조금 뒤숭숭했습니다.
또 한 번의 출산에 걱정이 되는 사람들은 이것저것 도움을 주며 녀석을 돌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녀석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동물학대다 뭐다 하며 말이 많아지는 것이 귀찮은 주인이 어느 과수원으로 녀석을 넘겨버렸다고 하더군요.
어렵게 마음의 문을 열고 저를 받아들여줬던 녀석이
그렇게 사라지고 나서 거의 1년 만에 제 꿈속에 나타났으니
얼마나 반갑고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짧은 꿈속의 만남이었지만 그렇게 다시 볼 수 있어서 너무 너무 너무 즐거웠습니다.
“예쁜아, 나중에 시간되면 또 놀러와 줘.”

(체피필터의 ‘낭만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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