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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

오늘은 크리스마스입니다. 동지들은 무엇을 하면서 보내고 있나요? 저는 하루 종일 방에서 뒹굴면서 청소하고, 빨래해고, 인터넷으로 영화보고, 낮잠 자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이 되어서 이렇게 컴터 앞에 앉아서 정말 오래간만에 동지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성민이의 크리스마스 선물인 셈이지요? ^.^

크리스마스와 저는 별로 친한 기억이 없습니다.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단란하게 보낸 기억도 없고, 친구들이랑 신나게 보낸 기억도 별로 없고, 연인이랑 보낸 기억은 만들고 싶은 것이 소원입니다. 매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마음은 설레지만, 대부분 크리스마스 이브나 당일날은 잼없게 보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 우울한 크리스마스의 기억만이 있다가 최근 3년 동안은 잼 있는 기억들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2년 전에는 현대중공업 해고자들 농성텐트를 찾아가서 카드로 전하고 술도 한 잔 먹으면서 잼있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고, 작년에는 대구교도소에서 모든 수감자들과 함께 간절한 크리스마스를 보냈고, 올해에는 효성 해고자들 농성장에서 내기오목으로 해고자 돈을 따먹으면서 실속 있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습니다. 역시 크리스마스에는 추운 곳에서 마음을 뜨겁게 하면서 보내는 것이 제일 잼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 몇 년간 갖게 된 재미와 간절함과 실속까지를 이 편지에 담아서 동지들에게 전합니다. 제 선물이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0^*

연말이라면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이들에게 간단히 안부라도 전하면서 잠시나마 호흡을 같이 해야 하는데 그게 잘되지 않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점점 그게 안됩니다. 항상 나만 바쁜 것 같고, 나만 힘든 것 같고, 나만 생각이 복잡한 것 같아지면서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합니다. 이렇게 어른이 되는 게 정말 싫은데, 나이 사십을 눈앞에 누고 있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동화책을 자주 보게 됩니다. 동화책을 본다고 내가 피터팬처럼 살수는 없겠지만, 내가 나이 사십이 되었을 때 내 얼굴이 고향 앞바다처럼 맑고 깨끗해 질수는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최근에 나쁜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까 얼굴이 흐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생각을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간절함으로 내 마음을 가득 채웠으면 합니다. 그러면 나쁜 생각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축복이 온누리를 비추는 오늘 밤 간절한 소원을 빌어봅니다.

구속되어 있는 동지들이 빨리 나올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아픈 동지들이 빨리 건강하게 해주세요.
바쁜 일들에 치이고 있는 동지들이 여유롭게 삶을 호흡하도록 해주세요.
어려운 조건에서 힘들게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승리의 전망을 주세요.
삶의 의욕이 없는 동지들이 다시 활력을 찾게 해주세요.
멀리 외국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동지들이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해주세요.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도 젊음의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동지들이 힘들지 않게 해주세요.
세상과 삶에 치여 젊은 날의 열정이 사그러든 동지들의 마음에 다시 밝은 빛을 주세요.
암투병으로 고생하시던 아버님을 여읜 동지의 마음에 평온의 빛을 주세요.
해고자들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노동자들이 더 아프지 않고 죽지 않게 해주세요.
어머니 아버지가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제 짐을 대신 지고 있는 큰 동생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세요.
아직 애를 갖지 못하는 둘째 동생에게 애가 들어서게 해주세요.
모스크바에서 실연의 아픔을 가슴에 안고 공부하는 우리 막내 동생에게 힘을 주세요.
이 모든 간절함이 제 마음에 자리 잡게 해주세요.
이 모든 간절함이 동지들에게도 그래도 전해지게 해주세요.

지난 2000년 연말에 동지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한 약속이 있었습니다. 30대 중반에서 40대를 고민하는 시점인 2003년 연말에 동지들과의 소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다시 연말에 편지를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2003년 연말에는 제가 구속되어 있는 바람에 그 약속을 지키기 못했습니다. 그래서 1년이 지나서야 이렇게 그 약속을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4년 전에 소중하게 간직하려던 관계들이 많이 변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새롭게 연락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세상도 변하고, 저도 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가 변하더라도 서로의 관계에 대한 소중함은 간직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시 동지들과 약속을 하려합니다. 앞으로 3년 후, 제가 나이 사십을 목전에 두고 있는 2007년 연말에 다시 동지들에게 편지를 쓸 겁니다. 그리고 그때 제 얼굴이 고향 앞바다처럼 맑고 깨끗해졌는지도 동지들에게 확인받을 것입니다.


2004년 12월 25일

울산에서 성민


덤: 몇 년 전에 후배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던 글이 있어서 크리스마스 선물에 덤으로 보냅니다. 즐거운 시간이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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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유머감각과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선택되었습니다. 여기 바로 당신이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 e-mail 전체를 복사하시고 당신이 보내실 새 메일에 함께 붙이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모든 답들을 바꾸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당신에게 보낸 사람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내십시오. 이 기회를 통해 당신은 그동안 당신 친구들에 대해 잘 몰랐던 많은 것을 배울 것입니다. 이것을 당신에게 보낸 사람에게 되돌려 보내는 것은 꼭 기억하십시오.


* 이름 : 성민이

* 성 : 남

* 나이 : 서른 여섯

* 정리정돈 : 잘 하려고 노력함

* 가장 좋아하는 향 : 제주 바다의 냄새

* 세상에서 최악의 기분 : 동지들에게 배신당했을 때

* 세상에서 최고의 기분 : 내 애정을 확인할 때

* 당신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처음에 하는 일 : 시간을 본다

* 운전하기를 좋아합니까? : 조수석에 앉아 있는 것은 엄청 좋아하는데, 내가 운전하는 것은 꿈꾸지 않는다. ㅋㅋㅋ

* 인형을 껴안고 자는지? : 가끔 배게나 꾸션을 껴안기는 하지만 인형은 좀...

* 항상 즐겨 부르는 노래 : 나는 트롯에서 힙합까지 다 부를 수 있다. 근데 사람들이 가급적이면 혼자 있을 때만 노래를 부르라고 한다. T.T;;

* 당신이 어떤 색으로든 염색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색 : 몇 년 전까지 오랜지 색 계통으로 염색을 자주 하고 다녔다. 그러면 외국인으로 알아보는 경우다 정말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염색할 만한 머리가 없어가 하지 못한다. T.T;;

* 사랑해본 적이 있는지 : 작년에 투쟁을 가슴 애절하게 사랑했고, 시련도 맛보았는데 많이 아팠다. 그게 내 첫사랑이다. 이성이랑 가슴 설레이는 연애를 해보는 것은 평생의 소원이다.

* 가장 좋아하는 과일 : 귤, 딸기 같이 먹기 편한 과일

* 왼손잡이 or 오른손잡이 : 오른손잡이

* 좋아하는 숫자 : 18 ㅋㅋㅋ

* 이 편지를 당신에게 보낸 사람의 장점 한가지 : 이 편지는 지금 내가 보내고 있다.

* 당신이 이 편지를 보내면 가장 먼저 응답할 거 같은 사람 : 음~ 대략 20여 명에게 보낼 예정인데, 누가 가장 먼저 응답하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ㅋㅋㅋ

* 당신이 이 편지를 보내면 가장 늦게 응답할 거 같은 사람 : 가장 늦게 응답하는 게 아니라 응답을 하지 않을 만한 사람이 몇 명쯤 예상된다. 그 사람들에게 피의 복수를!

* 지금 이걸 본 느낌은 : 몇 년 전에 할 때는 잼있었는데, 2004년에도 잼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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