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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탈북의 실상

기획탈북의 실상 1 : 대사관을 뚫어라

기획탈북으로 인한 인권유린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기획탈북은 탈북브로커, NGO, 선교단체, 언론, 정보당국의 합작품이라는 것이 피해자들의 증언이다. 인권하루소식은 연재를 통해 기획 탈북의 인권유린 실태를 알리고 그 해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탈북자 증언의 자료는 월간 {말}이 제공했다.(편집자 주)

"돈을 벌기 위해 우리를 햇빛도 가린 아파트에 가두어 놓았다가 대사관에 집어넣는 게 인도주의입니까? 그것은 인권을 유린하는 것이지 인도주의가 아닙니다. 모집책들은 바깥으로 열쇠를 채우고 하루에 한 번씩 왔다가고 큰 소리로 말도 못하게 합니다. 말을 잘 듣지 않으면 폭행을 하기도 합니다. 철조망 없는 감옥이었습니다."

지난 9월 29일 캐나다 중국 대사관에 진입하려던 탈북자 중 한 명인 이모 씨는 이른바 '아지트' 생활을 이같이 증언한다. 두 번의 강제송환 경험이 있는 그녀는 대사관 진입 직전 극적으로 탈출했다. 이 씨는 9월 중순 경 한국행을 약속하며 접근하는 '모집책'의 말을 믿고 북경까지 와 한 아파트에 감금된다. 모집책들은 이 씨 등을 비디오로 촬영하면서 "만약 탈출해서 은신처가 발각되면 북에 있는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한국 국정원에서 자신들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여기서 있었던 사실을 누군가 고발해도 바로 알 수 있다"는 말도 내뱉었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말투와 행동을 미루어 '탈북자 출신'이라고 이 씨는 증언한다.

이 씨는 들어가서 먼저 '입단속과 대사관 진입 방법'이라는 '교육'을 받았다. 교육이 끝나면 한 사람씩 각서를 쓰는데 "한국 땅에 도착하면 계약한 5백만원을 지급하며 이를 어겼을 경우 법률적인 조치를 취해도 할 말이 없다"는 내용이다. 탈북자들이 한국에 오면 받는 정착금을 노리는 것. 한국에 가면 브로커들이 이 빚을 독촉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상황을 잘 아는 탈북자 출신이어서 발뺌을 할 수도 없다. 식당이나 유흥업소 또는 중국인과 동거하던 탈북 여성들은 위안화 몇 천원은 가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 "대사관에 들어가면 돈이 필요 없다"는 이유를 들며 빼앗아 간다.

탈북자들은 대사관 진입을 위해 주로 4개조로 조직된다. 그들은 1조와 4조를 '총알받이' '고기밥'이라고 한다. 이들은 돈을 미리 못낸 '후불제' 사람들. 1조가 출격해 길을 뚫어 놓으면 2조와 3조가 비교적 안전하게 들어가고, 나머지 4조가 그들을 엄호하며 마지막으로 돌격하는 식이다. 공안에 잡혀가는 것은 주로 1, 4조의 사람들이며 이 광경은 서구 언론의 좋은 '기사 거리'가 된다고 탈북자를 취재해온 비디오 저널리스트 조천현 씨는 말한다. 이 씨는 타격조로 사용할 사람이 모자랐기 때문에 다른 탈북자 두 명과 함께 그 인원을 채우러 나온 것이다. 그 중 한 명은 경비 3천 위안을 받고 북으로가 한국 정보당국에서 요구하는 '문건'과 함께 '보위부 가족'을 빼오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는 북에서 작업을 하다 체포되었고, 다른 한 명은 탈북자들을 모아 다시 돌아갔다가 중국 공안에 발각돼 숨어있던 62명과 함께 강제송환된 것이다.

조천현 씨는 기획탈북 전문조직이 한국, 중국, 북한을 네트워크로 연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큰 조직은 북경주재 공관에 진입시키는 '북경파'와 베트남과 몽골을 통해 한국으로 입국시키는 '베트남파', '몽골파' 그리고 연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김사장파'가 있다고 조 씨는 설명한다. 지난 7월 동남아에서 4백 50명의 기획망명 이후 베트남과 몽골 루트는 막혀 최근에는 북경주재 공관을 이용한 기획탈북이 늘고 있다. 브로커들 역시 비용도 적게 들고 언론 효과도 볼 수 있는 '대사관 진입'을 선호하는 추세다.


기획탈북의 실상 2 : 북인권법, 브로커 지원 법

식량을 찾아 중국과 북의 국경을 넘나드는 경우는 '90년대 식량난' 이전에도 존재해왔다. 60년∼62년 중국 대기근 당시 중국에서 거주하던 30만 여명의 조선족이 북으로 이동했고 그 중 절반은 북에 정착했다. 북정부는 이들을 '경제유민'으로 받아들여 정착을 허용했던 것. 중국정부 역시 90년대 이후 식량난으로 유입된 북주민들을 경제적 이유로 인한 일시적 이탈자로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중국에서 탈북자 문제를 조사하고 돌아온 민주노동당(아래 민노당)에 따르면 90년대 식량난에 따른 탈북자들 대부분이 함경도 출신이며 80%가 여성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북으로 돌아가기 원하는 한편, 중국 농촌으로 팔려가 자식을 낳은 경우 중국에 머물기 원한다고 한다. 정치적 동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이동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다는 지적이다.

재중 탈북자가 20∼30만에 이른다는 일부의 주장도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 지난 8년간 탈북자들을 취재해 온 조천현 씨는 "탈북자의 숫자는 중국 공안 외에는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탈북자들은 조선족 거주 지역에 주로 살고 있는데, 실제로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선족이 총 1백 70만 정도, 탈북자가 그중 3만 명 정도라고 가정하면 중국 공안이 연길 아파트 하나를 수색할 때 1명 정도는 발견되어야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민노당이 만난 연길주 공안국출입국관리처 부처장 역시 "연변에 40만 명이 살고 있는데 그중 3만∼5만 명이 탈북자라면 금방 티가 나고 사회적 문제가 된다"며 실제로 약 1만 명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조 씨와 중국 공안 당국 모두 식량 때문에 탈북하는 사람들은 2000년 이후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고 증언한다.

'기획탈북'은 탈북자의 경제적 취약성을 이용해 특정 목적을 얻으려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기획탈북을 진두지휘하는 브로커의 배후에는 일부 NGO와 선교단체 그리고 정보기관이 도사리고 있는데 이들은 정치적 혹은 종교적 목적을 가지고 '기획탈북'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 조 씨는 실제로 "정보기관의 요원 박 모씨가 연길 두레마을에서 선교사로 위장 활동하다가 추방되었고, 군 정보기관의 임 모 중령이 조선족을 통해 북의 문건을 빼내오려다 발각되어 조선족은 처벌을 받았지만 임 중령은 한국에서 오히려 진급되었다"고 정보기관의 '활약상'을 전했다. 이와 같은 일에 가담한 탈북자 출신 브로커들은 '한국 정부의 일을 한다는 자부심'에 차 있다고 조 씨는 심각성을 전한다. 중국 당국은 현재 브로커들의 활동이 '주권침해이며 치안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것'으로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은 브로커들을 상당히 들뜨게 만들었다. 조 씨가 만난 브로커 최모 씨는 "미국 NGO를 소개시켜 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이는 자신들의 행위가 북한인권법으로 인해 정당화되는 한편 돈도 벌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라고 말한다. 북한인권법은 '탈북자 지원'하는 법이 아니라 '브로커 지원법'이라고 조 씨는 확신한다. "지금도 약간의 돈만 있으면 북에서 사람을 빼오는 것은 어렵지 않다. 북주민이 합법적으로 두만강을 건너는 것은 50달러면 되고, 1백 달러만 있으면 북에 핸드폰이 들어간다. 핸드폰을 통해 북주민은 쉽게 브로커들과 통화할 수 있다." 조 씨는 미국의 자금은 이와 같이 기획탈북을 가속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개방하고 싶어도오히려 이러한 브로커와 그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세력들로 인해 봉쇄당하고 있다고 그는 진단한다.


기획탈북의 실상 3 : '조용한 외교' 실효 없다

언론 역시 브로커들과 함께 '기획'탈북에 공생하고 있다. 탈북자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일본 언론은 한국인 프리랜서를 고용하거나 브로커들이 직접 찍은 테이프를 사기도 한다. 조천현 씨에 의하면 테이프 하나 당 2천 만원 선에서 거래된다고 한다. 브로커들은 한국에 있는 탈북자 가족에게 보여줄 확실한 '그림'이 생기기 때문에 언론과 공생하길 선호한다. 탈북자들을 대사관으로 밀어 넣은 후 촬영테이프를 언론에 판매하고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몇 시 뉴스 또는 몇 일자 신문을 보라고 확인시켜주고 '선불금'을 받는 것이다.

10월 29일 일본학교에 진입한 '어린 남매'의 조선일보 보도는 "지난해 7월 어머니만 먼저 한국에 들어가고 남매는 산 속에서 움막을 치고 생활했었다"고 했는데 조 씨에 따르면 "남매가 일본학교에 진입하기 전까지 어머니가 마련해준 안가에서 조선족의 보살핌을 받고 한국 위성TV를 시청하며 한국의 어머니와 통화했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천신만고 끝에 '자유대한'의 품에 들어온 탈북자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소설쓰기'로 기획탈북을 포장하고 있는 셈. 남매의 어머니는 일본학교 진입 사진을 브로커들에게 받아보고 '선불금'으로 3백 만원을 줬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보수언론들은 꼬리를 무는 기획탈북 현상이 "북한체제의 종말로 남한식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메시지이다(월간 뉴스21, 11/4일자)"와 같은 논조로 일관하고 있다.

재중 탈북자들이 모두 기획탈북을 선망하는 것도 아니다. 민주노동당(아래 민노당)이 만난 이모 씨는 2001년 탈북해 현재 한국행을 고민하고 있지만 "조용히 갈 것이지 왜 대사관에 들어가서 소란을 피우는가"라면서, 기획탈북에 나서는 10명 중 8명은 브로커들의 꾐에 빠져 나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98년 탈북해 중국인과 결혼한 김모 씨 역시 "시끄럽게 한국에 가는 사람들을 보면 나라를 배반하고 와서 조용히 살면 좋겠는데, 소문에 휩쓸려 가는 것"이라며 같은 반응을 보였다.

기획탈북에 얽혀 있는 상황과 행위자들이 다양한 만큼 그 해법도 다각도로 모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브로커들이 탈북자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 브로커들은 1인당 평균 4백 만원, 위조여권의 경우 1천 만원까지 탈북자들로부터 갈취하고 있다. 조천현 씨는 정부가 기획탈북에 대해 '조용한 외교'를 표방하고 있는 것을 맹비난한다. "브로커들이 (기획탈북)문제를 일으키면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조용한 외교'"라고 꼬집는 조 씨는 브로커들에 대한 엄벌을 주장한다. 민노당은 '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해서 금품을 대가로 북의 주민을 유인하는 행위를 엄벌하도록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정착금'이 결코 탈북자들의 '정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브로커들이 챙기는 '선불금' '후불금'하는 돈이 모두 정착금을 노린 것이기 때문이다. 23일 민노당과 면담한 통일부의 정착지원과장 역시 "정착금이 오용되고 있어, 현금 지급을 줄이면서 정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개발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획탈북을 통해 한국에 온 탈북자가 다시 브로커가 되는 고리를 끊는 것이 시급한데 조 씨는 남한에 들어오는 탈북자들의 배경이 다른 만큼 '하나원'과 같은 일률적 교육은 아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기획탈북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어 민감한 외교문제를 낳고 있다. 민노당은 탈북자들을 국제법 상 '난민'이 아닌 '경제유민'으로 규정하면서 북과 중국 정부의 주권을 침해하고 내정 간섭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결혼한 여성을 북으로 강제송환하는 일이 없어야하며 60년 대기근 때 북으로 들어간 조선족이 재입국했을 때 합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한편 국제사회는 북으로 송환된 사람들에 대한 처벌 완화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민노당 조사단은 "탈북자 중 14번이나 월경한 사람을 만났는데 이는 북이 식량을 찾아 떠나는 사람을 크게 처벌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조 씨 역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단순 탈북자들의 경우 4주 조사 후 귀가 조치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출처: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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