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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 나눈 대화 밑그림 2

‘길 위에서 나눈 대화’라는 형식으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지 석 달이 됐습니다.

그동안 여러 동지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느끼는 것도 많았고, 그 얘기들을 이렇게 공유하는 것도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석 달쯤 진행하다보니 이렇게 사람들 만나서 얘기하는 것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또 다른 욕심이 생기고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1년 정도 이곳 저곳에서 활동하는 동지들의 얘기를 듣고 정리하면서 이후 운동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나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듣다보니 좀 더 다양하고 많은 동지들의 얘기를 듣고 싶어집니다.

지금의 속도로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정리한다고 해도 1년에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30명 정도입니다.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각 지역과 부문에서 활동하는 동지들을 좀 더 다양하게 만나서 얘기를 들으려면 적어도 100명 정도는 만나서 얘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야 어설프게라도 각 지역과 부문에서 어떤 활동들이 어느 정도까지 와 있는지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엉성하게라도 전국적-역사적 운동지도를 그려본다면 우리 운동에 좀 더 풍부한 내용이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욕심을 내면 그런 과정에서 서로의 활동들이 공유된다면 기존의 관성화된 운동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들이 모색되지 않을까 하는 욕심도 있고요.

그런 모색들이 풍부하게 진행된다면 새로운 형태의 대안운동의 전략도 구체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포부도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얘기들이 정리되고 소통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100명은 만나서 얘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100명은 만나려면 지금 속도로 만나다 해도 최소 3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계문제, 활동공간문제, 이런 소통을 현실의 운동으로 만들어내는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빠듯하게 잡아도 최소 5년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그래도 욕심이 생겼기 때문에 최대한 하는데 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약간 무모한 감이 없지 않지만 때로는 이런 무모함이 필요할 때가 있지 않겠어요?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의도하지 않았는데 좀 편중된 경향이 있습니다.

비공개를 요청해서 공개하지 않는 동지까지 포함해서 7명의 동지를 만났는데

대부분 노동운동을 하고 있고, 그것도 노동안전 관련 정규직 활동가들이 많고, 남성들이 대부분입니다.

 

노동운동을 하는 동지들이 많은 것은 저의 활동경험이 노동운동이었기 때문에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계급대중운동이 새로운 형태로 활성화되고 변혁적 정치운동과 결합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노동운동의 비중은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노동운동이 갖고 있는 조합주의적 폐쇄성에 대해서는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부분에서 활동하는 동지들도 열심히 만나서 서로의 경험을 소통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됐을 때만이 대중운동과 지역운동이 새롭게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 과정이 변혁적 정치운동을 풍부하고 구체적인 현실에서 만들어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안전 관련 활동가들이 많은 것도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 것이고, 이 동지들이 최근 몇 년간 많은 성과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활동영역의 동지들을 만나면서 또 다른 경험과 성과들을 확인할 것입니다.

 

정규직 활동가들이 많은 것도 제가 주로 대공장 정규직 관련 활동을 오래 해오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규직 활동가들도 정규직 중심의 운동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 중심주의는 아니라고 봅니다.

비정규직 활동가들을 몇 번 만나려 시도했지만 현재 한참 투쟁중이거나 현장 상황이 어려워서 거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것이 꼭 수적 비중의 문제는 아니지만 비정규직 활동가들의 경험과 고민들도 많이 들어보려고 합니다.

 

가장 큰 고민은 남성 활동가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입니다.

제가 남성이라서 그런 점도 있고, 사람들에게 만나서 얘기를 들어볼 동지를 소개해 달라고 그러면 대부분 남성 활동가들을 소개해줍니다.

우리 운동이 갖고 있는 한계를 반영하는 것이지요.

목적의식적으로 여성 활동가를 만나서 얘기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자칫 수적인 비율을 조절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서 좀 그렇습니다.

그리고 여성주의문제에 대해서 동의여부와 상관없는 두려움 비슷한 것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 이 문제는 계속 고민거리로 가져갈 것입니다.

 

지역적으로 보면 주로 영남과 수도권 동지들이 많습니다.

활동가들의 전반적인 분포가 그런 점도 있지만, 다른 지역 활동가들을 제가 많이 알고 있지 못한 점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영남과 수도권에서 좀 더 많은 동지들을 만나서 얘기를 듣겠지만 다른 지역도 물어 물어서 찾아다닐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전북과 충청지역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많은데 사람들을 많이 알아봐야겠습니다.

물론 운동의 소외지역인 강원과 제주까지 찾아갈 생각입니다.

 

노동운동 이외의 운동으로는 개인적으로 장애인운동과 영상운동에서 나름대로 성과들을 만들면서 활동하는 동지들을 우선 찾아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인권운동, 생태운동, 교육운동, 문화운동에 대해서도 관심이 좀 있어서 물어 물어 만나보려고 합니다.

 

욕심은 많아서 이래저래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은 많은데 얼마나 만날 수 있을런지...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을 때마다 확인하는 소중한 경험과 성과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는 있기 때문에 ‘많이 만나는 것’에 의미를 두진 않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럴 때일수록 각각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해왔던 것들을 드러내고 소통한다면 새로운 활력이 조금은 만들어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것만이라도 성과라면 성과겠죠.

 

사람들을 만나서 10년 또는 20년의 얘기를 듣다보면 호흡을 길게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새삼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과와 고통까지도 대중과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요.

‘대중 속에서 긴 호흡으로’를 새삼스럽게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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