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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주체화한다는 것

대중을 주체화한다는 것

 

 

활동가가 중심이 되는 투쟁은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이고, 투쟁 과정에서 대중이 중심이 됐을 때만이 그 투쟁은 거대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끝임 없이 반복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대중적 주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중이 주체가 되는 현장평의회운동을 실현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조돈희는 현장조직운동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내가 집중한 것은 현장조직운동이 선진활동가들만의 투사집단이 아니라 대중적으로 자발적으로 현장에서 투쟁하면서 그들 스스로 운동의 주체가 되게 하는... 현장권력이라는 것이 ‘현장에서 우리가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넘어서 현장의 투쟁을 경험했던 이런 동지들이 스스로 정치의 주체가 되어서 현장에서 자기 문제를 스스로 투쟁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나는 정치라고 보니까... 그 운동을 현장조직운동을 통해서 확대하려고 했던 것이고...”

- 현대중공업 조돈희

 

대중을 주체화한다는 것을 일상 활동 속에서 어떤 자세로 대중을 만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다. 대중의 불만을 대신 처리해주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스스로 문제를 느끼고 함께 처리하는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 관건이다.

 

“노동재해를 당해갖고 상담을 하러왔어. 해결사 역할을 해버리면, 그 사람은 고맙다는 것은 느끼지만 노동조합을 자판기로 생각해버리는 거야. 신세진 거로 끝나버려. 이 사람들한테 거만해서도 안 돼. ‘형님, 모르는 거는 죄가 아닙니다. 요거는 부서에 가서 이렇게 하십시오’하고... 2단계까지 가르쳐 주면 이 사람들이 헷갈려서 몰라요. 그렇게 자꾸 다니면 조합이 함께 한다는 것을 알고 자신감을 갖고 이 사람이 쭉쭉쭉 해 봐요. 해보다 보면 맞아 들어가거든. 노동부나, 회사지정 병원이나, 회사나, 근로복지공단이나 똑같이 한편이라는 거를 느끼고 분노를 느껴. 그렇게 되면 이 사람이 투사가 되는 거야. 집회에 안 나오던 사람이 집회에 나와서 끝나고 나면 내한테 와서 눈사진 찍으러 와. 거기서 활동가를 키워나가는 거거든.”

- 대우조선 전 위원장 김정곤

 

대중을 주체화 하는 것은 단순히 투쟁의 중심이 되는 것만이 아니라 대중 스스로 보편적 권리의식을 느껴가는 과정이다. 2007년 50대 남성노동자 6명과 함께 단협투쟁을 벌였던 대구 성서공단노조의 박찬희는 이런 과정이 무수한 토론이 필요한 과정임을 얘기한다.

 

“‘우리가 단 여섯 명 뿐이지만, 성서공단노조의 취지는 이러이러 하기 때문에 여섯 명만을 위한 단협을 할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이 사업장 전체의 다른 노동자들한테도 적용되는 단협을 요구하고, 그 다음이 이 단협이 우리 성서공단에 있는 다른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쟁점이 될 수 있는 거를 해야 지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거를 일치 볼 때까지 시간이 참 많이 걸렸어요. 투쟁하기까지 10개월 정도가 걸렸거든요. 이 10개월의 과정 동안에도 그 내용이 100%는 안 돼요. 100%는 안 되지만 투쟁할 수 있는 만큼 조금 조금씩...

그러면서 했던 것이 ‘최저임금 위반하는 걸 우리가 나서서 합시다’ 그러니까 ‘뭐, 아줌마들 노조에 들어오지도 않고... 내 노조 들어갔다 하니카네 도로 모르는 척 하고... 현장에서 뭐 얘기했다하면 쪼로록 회사 쫓아가 일러바치는데... 뭐 할라꼬 우리가 하노?’ 그래요. ‘그게 아니고 예. 그래도 우리가 지금은 그렇게 갈라져가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진짜 이기는 거는 노동조합에 같이 가입해서 같이 하는 게 이기는 거 아입니꺼?’ 이 얘기가 일치되기가 어려웠어요.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주노동자들 중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도 있단 말이에요. ‘누구 누구 누구 불법체륜데, 출입국 가가 신고해 버리자. 출입국 가가 신고하면 사장 벌금내제?’ 그러는 거예요. 사장을 응징하고 싶은데 우리 힘이 미약하니 편법으로 생각한다는 게 이주노동자를 이용해서 사장 좀 타격주면 안 되겠냐는 거예요. 계속 얘기하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절대로 안 됩니다. 우리 좋자고 이주노동자를 희생 삼아서는 안 된다’ 그래요. 또 다르게 미운 거예요. ‘우리는 투쟁하자고 이카는데, 저거는 잔업 다하고 철야까지 다 해가 월급 우리보다 더 많이 가져가고... 이래가 되나? 뭐 할라고 우리가 가들 봐줘야 하노? 불법인데 저거 나라 보내 뿔믄 되지...’ 그러고... ‘그런 방법 쓰지 말고 정당당당한 우리 방법 써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같이 근로조건이 향상되어 질 수 있도록 하는 기 우리가 노조 하는 이유 아닙니까?’ 이렇게 계속 해야 돼요. 조금만 옆으로 벋어나면 바로 다른 버전으로 또 얘기해요.”

- 대구 성서공단노조 박찬희

 

대중의 주체화는 투쟁 속에서 급속히 이뤄진다. 철저하게 대중을 신뢰하고 대중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과정만 보장된다면 대중은 철저한 자기규율과 책임성을 갖는다. 7년간 비리재단에 맞서 힘겨운 투쟁을 벌였던 에바다학교와 위장폐업에 맞서 619일 동안 투쟁을 벌였던 호텔리베라에서는 이런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결혼하시지 않은 여선생님 세 분이 상주하고, 저는 그 앞에 집 얻어서 살고 그랬어요. 운영은 굉장히 자율적으로 했어요. 자율적이라는 것이 말로만 자율이 아니고, 실제 애들 중심으로 자기들이 다 의논을 하고, 교사들은 옆에서 조언하는 부분을 담당을 하고... 그러다보니까 애들이 어떤 일이 생기면 자기들 스스로 결정할 줄 알고, 거기에 책임질 줄 알고...”

- 에바다학교 권오일

 

“8월 1일부로 폐업을 했는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최소 3개월 최대 7개월까지 있었어요. 개인별로 다 파악을 해서 ‘3개월 끝나는 사람들은 끝나면서 생계투쟁을 할 수 있다. 이것도 투쟁이다. 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랬어요. 투쟁이 길어질 것을 예상해서 우리 스스로 생계투쟁이라고 지칭을 했어요. 투쟁기금을 매월 7만원에서 10만원을 내라. 그리고 주 1회 집회에 결합하고, 9일에 한 번 철농 결합해라. 그것을 만약에 안했을 시 3만원 벌금. 이렇게 굉장히 빡세게 짜논 거예요. 그거를 지도부가 짠 게 아니라 조별토론에서 의견들을 모아서 전체가 만든 거예요. 조합원 스스로가 만들었기 때문에 이거를 지켜야 된다는 생각을 조합원들이 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어요.”

- 대전 호텔리베라 박홍규

 

대중을 박수부대로 대상화하는 집회 문화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우창수는 2005년 부산지하철 매표서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에서의 집회 경험을 얘기했다.

 

“그때 내가 왜 처음에 사회를 맞았냐 하면... 소위 말하는 촛불문화제 하면 짜여진 극본 안에서 끕들만 발언하고 그런 거는 하지 말아야겠다. 대중적으로 선전하는데 연대하고 싶으면 누가나 그날 오면 대중적으로 함께 참여하는 것을 해봐야겠다. 그래서 순서도 없고 발언자도 없는 거예요. 내가 노래를 처음 한 곡 하고,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가 느끼는 데로 얘기하고... 처음에는 내가 계속 노래했죠. 문화패들이 가끔 오면 노래하고 얘기하고... 두 달쯤 지나니까 부지매에서 사회도 보고... 그래서 잘 됐어요.

광장정치, 그게 강의가 필요한 게 아니라, 교육시간이 따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대하면서 선배노동자가 와서 하는 얘기 듣고 경험하고 이런 게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그 역할도 했어요.”

- 노동가수 우창수

 

투쟁 속에서 대중을 주체화하고 그를 제도적으로 수렴해 대중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두원정공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투쟁을 통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넘어 끝임 없이 대중과 토론하면서 현장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기풍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최근에는 이런 식의 대응이 한계에 오지 않았나 하는 고민을 해요. 현장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언제까지 이렇게 현장을 방치할거냐’라고 문제제기를 해요. 마치 노조 때문에 생산이 잘 안되고 현장질서가 무너졌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가 과제예요.

현장의 문제제기가 있을 때마다 현장토론을 자주해요. 우선 투쟁해왔던 과정들을 설명하고, 그 결과로 우리 고용이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 가를 설명하죠. 이걸 밑바탕으로 깔고 있으니까 그런 기본적인 신뢰는 갖고 있어요. 그런 것을 기본으로 해서 토론을 하니까 현장이 얘기가 되요.”

- 두원정공 이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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