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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50일째인 기륭집회에 갔다 왔습니다

7월 30일로 기륭전자 동지들의 단식이 50일을 맞았습니다.

지난 토요일이 한 명의 조합원이 병원으로 실려 가서 지금은 3명이 단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단식자들은 월요일부터는 집회 할 때 밖으로 나와서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서 텐트 앉아 그대로 누워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월요일부터는 경찰들이 체포영장을 들고 단식자들을 연행하려고 하는 시도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회사는 직원들을 모두 휴가 보냈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10여 명씩 집회에 참여하고 있고 지역의 몇몇 동지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조합원까지 합쳐서 30여 명 정도가 매일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사회를 보는 동지가 “정말 사회 보기 싫다”고 얘기하면서 집회를 시작했습니다.

장기능이 이미 멈춘 단식자들은 서서히 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배가 아파오고 몸 곳곳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병원에 실려 간 동지는 원래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 단식을 한 후유증 때문에 정밀검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습니다.

경비실 위 단식자들의 텐트 앞에서는 검은색 관이 놓여 있었습니다.

 

오늘은 꽃다지 동지들이 와서 이런 저런 노래를 부르면서 지치지 말고 투쟁하자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도저히 그 노래를 같이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때로 신나는 노래를 부르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저는 자꾸 눈물만 나오려고 했습니다.

촛불만을 쳐다보면서 울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세상에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집회 내내 온통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집회를 시작하기 전에 송경동 동지를 만났더니 “글을 잘 봤다. 고맙다. 자주 써달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새삼스럽게 뭐 그런 거 같고...” “쪽팔리게...” 대강 이런 식으로 얼버무렸습니다.

지난 월요일에는 사회를 보는 동지가 저를 지목해서 발언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당황스러웠고, 정말 할 얘기가 없었습니다.

이제야 겨우 몇 번 집회에 참석한 제가 이 피말리는 상황에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쪽팔리지만 그냥 촛불만 들다 갈께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밖에서 없어요”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송경동 동지의 얘기를 듣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이렇게 동지들에게 글을 써서 보내는 것도 기륭 동지들의 투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농성을 1070일을 넘게 하고, 단식을 50일 하는 동안 저는 겨우 4번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매일 저녁에 가서 촛불을 들고 있는 것이고, 주위에 이 동지들의 투쟁을 알리는 것이라면 그것만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해야겠습니다.

 

겨우 네 번을 갔던 내가 “세상에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는데, 기륭동지들은 오죽할까요?

동지여러분!

“우리가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함께 합니다”라는 표현을 해주실래요?

기륭 동지들의 까페가 있습니다. http://cafe.naver.com/kiryung.cafe

까페에 가서 간단한 글을 남기셔도 되고요.

후원금을 보내셔도 되고요.

성명서를 내주셔도 되고요.

여러분이 있는 곳에서 기륭투쟁을 알려주셔도 되고요.

가능하면 촛불문화제에 참석해주셔도 되고요.

그 외에 뭐든지...

할 수 있는 뭐든지...

 

저는 그냥 쌩까지 않을려고 기륭집회에 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너무 무겁고 아파요.

“청계광장에는 사람들이 계속 모이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기륭동지들을 보고나서는 청계광장으로 가지 못하겠더라고요.

그곳에도 촛불이 사그러들고 있겠지만, 기륭에서는 목숨이 사그러들고 있기 때문에...

 

기륭동지들에게 마음을 전해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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