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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공유합니다 - 12

어떤 책을 보다가 한 인디언 부족의 주술의 얘기가 인상적이어서 적어뒀습니다.


미국의 민속학자 존 G. 나이하트는 오글랄라-수족의 한 인디언 주술의의 환상을 전해준다. 그 주술의는 말에 올라타 세계의 중심에 서 있었다.

“나는 세계 최고봉에 서 있다. 아래에는 사방에 걸쳐 둥그런 세계가 펼쳐져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서 있던 산은 블랙 헬스의 하니 피크였다.

“그러나 세계의 중심은 어느 곳에나 있다.”

이렇게 주술의는 덧붙였다.


책을 공유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세계의 중심에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건네는 책과 공유의 가치를 함께 하는 분들도 세계의 중심입니다.

세계의 중심이 더 많아지고, 그 중심들이 서로 연결된다면 세상은 좀 더 평평해지겠지요.


아래 적어 놓은 책들 중에 보고 싶은 책이 있으신 분은 저에게 메일을 주십시오.

보고 싶은 책과 받아볼 수 있는 주소를 적어서 메일을 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성민 smkim18@hanmail.net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메이데이, 2007년판) : 장애인단체에서 오랜 기간 활동을 해왔던 김도현 씨의 책입니다. 장애라는 것이 사회와 역사 속에서 어떻게 정의되고 차별돼 왔는지, 그를 넘어서려는 장애인들의 투쟁은 어떻게 전개됐는지 하는 것을 쉽게 정리했습니다. 진보적 장애인단체에서 활동해왔던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한 경험들이 녹아 있습니다. 장애인투쟁의 격렬함과 활발함에 비해 장애인운동에 대한 책들은 많지 않은 편입니다. 그런 현실에서 현장 활동가의 경험에서 나온 이 책은 정말 소중합니다.


일중독 벗어나기 (메이데이, 2007년판) : 노동운동의 자기혁신과 수평적 연대의 가치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강수돌 교수의 책입니다. 살벌한 경쟁 속에서 끝임 없이 일중독을 강요하는 현대사회를 파헤치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자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살자’가 아니라 ‘행복하게 살자’를 얘기하는 강수돌 교수의 가치는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구체적 현장 속에서의 풍부한 사례와 이론이 쉬운 글쓰기로 잘 어우러져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구체적 노동현장에서 이런 주장이 약간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언니네방 2 (갤리온, 2007년판) : ‘언니네’는 가부장적 사회에 상처받은 채 살아가는 여성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를 격려하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꿈을 넓혀가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다양하게 소통했던 얘기들을 모아서 ‘언니네방’이라는 책으로 내놓았습니다. 솔직한 만큼 당당해질 수 있는 얘기들은 서로를 생각하게 하고, 삶의 활력을 줍니다. 이 책에 쓰여진 얘기들에 동의하느냐를 떠나서 중요한 것은 그 얘기들을 들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하고 있는 나이 많고, 배우지 못하고, 글도 잘 쓰지 못하는 여성들의 숨결은 또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쇼크 독트린 (살림Biz, 2008년판) : 나오미 클라인이라는 시민운동가가 밀턴 프리드먼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신자유주의 질서를 만들고 작동시켜왔던 흐름을 아주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추적한 책입니다. 1950년대 CIA를 중심으로 추진됐던 정신쇼크에 의한 고문기법에서 시작해서, 1970년대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군부정권, 1980년대 민주화를 맞이한 남미의 민주정권, 1990년대 체제전환을 맞이한 사회주의 국가와 남아공, 2000년대 이라크와 미국 등 세계를 종횡무진하면서 신자유주의의 가장 더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몸서리를 치면서 600쪽에 이르는 방대한 이 책을 읽고 나면 암울하기 보다는 힘이 생깁니다. 기억하고 저항하자!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시대의 창, 2007년판) : 요즘은 조금 뜸 해진 베네수엘라와 차베스에 대한 열기가 한창이던 시절 베네수엘라 혁명을 이해하기 위한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었습니다. ‘베네수엘라 혁명 연구모임’으로 모인 젊은 연구자들이 쓴 이 책은 그 중에서 가장 쉬울 뿐 아니라 활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베네수엘라의 실험은 그 열기가 조금 식은 지금에서도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이갈리아의 딸들 (황금가지, 2006년판) : 가부장적인 사회가 완전히 뒤집혀서 여성이 남성을 지배하고 억압하는 사회라면 어떤 모습이 될까요? 게르드 브란튼베르그라는 작가가 쓴 이 소설은 그런 사회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남성해방을 위한 치열한 고민과 모색이 이어지는 매우 색다른 소설입니다. 요즘 개그콘서트에서 모여지는 ‘남성인권보장위원회’라는 코너가 여성 억압의 현실을 가린 유치한 장난이라면, 이 책은 그 억압의 현실을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내서 거울에 비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이론에 충실한 소설이라는 점이 아쉽습니다. 제 책을 공유하고자 했던 분이 보내주신 책입니다. 다른 분과 다시 공유하고자 합니다.


노트르담의 꼽추 (혜원, 2008년판) : 대체로 그런 편이지만 유명한 고전을 직접 접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이 소설도 워낙 유명해서 영화를 비롯한 다른 매체로 접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입니다. 몇 년 전에야 제목도 한국식으로 바뀐 문고판인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놀랐습니다. 단순한 노트르담 성당의 곱추와 집시 미녀의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정신이 낭만주의와 만났을 때 나올 수 있는 뛰어난 소설이었습니다. 문고판이라서 아쉽지만 빅토르 위고의 힘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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