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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스터즈

LA와 런던에 살고 있는 두 여성이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락을 하게 됐다.
둘은 자신이 너무도 닮았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본다.
둘은 1987년 한국의 입양기관에서 미국과 프랑스로 각각 입양된 쌍둥이였다.
입양기관도 입양부모도 당사자들도 그때까지 쌍둥이의 존재를 몰랐다.


신기하고 신비롭기까지한 이 둘의 만남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첫 메일이 왔을 때의 의아함
첫 영상통화를 할 때의 놀라움
첫 만남에서의 설레임
그 순간 순간 마다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아주 발랄하면서도 두근거리는 그 감정들
시종일관 밝게 웃는 둘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눈물이 흘렀다.

 
둘은 믿기 어려운 이 사실을 즐겁게 받아들이면서 금방 가까워졌다.
유전적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온통 차이가 나는 둘이었지만
같은 어머니에게서 같은 날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둘은 엄청나게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영화에서는 대화보다는 그 둘의 감정에 충실했다.
어떤 연인보다 더 사랑스럽고 행복한 모습들을 보면서 또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둘은 한국을 찾았다.
낳아준 어머니를 찾기 위한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생모로 추측되는 이는 둘을 낳은 사실을 강하게 부정하고 만나주지 않았다.
그 대신 둘은 자신들을 맞아줬던 입양기관을 찾아가고 위탁모를 만났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모인 한국출신 해외입양인들의 모임에도 갔다.
그렇게 아쉬움과 행복을 안겨준 한국을 떠나면서 영화도 끝났다.

 
해외입양아들의 얘기를 다뤘던 다른 영화들하고는 완전히 달랐다.
그들이 겪어야했던 혼란과 배신감과 차별 같은 무거운 그림자에 짖눌리지 않았다.
그들이라고 그런 무거운 그림자가 없었을리 없지만
입양의 어두운 면보다 밝고 행복한 면을 보여주고 싶다고 즐거운 표정으로 얘기했다.
무겁고 어두운 그림자를 애써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밝고 환한 빛으로 그 그림자를 감싸는 진지함이 너무 좋았다.

 
생모가 그 둘을 만나기를 거부했지만
둘은 입양부모과 입양가족과 입양기관과 위탁모까지 모두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생모에게도 감사와 행복의 편지를 보냈다.
열려있는 자세로 사람들을 대하고 벅찬 현실을 대하는 둘의 모습에서 삶의 자세를 배웠다.

 
정말 오래간만에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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