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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 인터뷰

월간조선 사장이자 편집장인 조갑제 씨는 참여연대에서 발행하는 <월간 참여사회>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에서는 아마 한국 보수 세력이 정권을 탈환할 거라고 본다"면서 "현재로서는 이회창 씨의 집권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밝혔다. 그는 또 "냉전 이데올로기가 없어지려면 북한 정권이 무너져야 한다"면서 "김정일의 서울답방은 좀 어려울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그는 특히 "한반도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로 김정일 정권과 남한의 친북세력"이라고 규정한 뒤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가보안법 때문에 일상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오마이뉴스>는 인터뷰 전문을 공개한다. 인터뷰를 한 장윤선 기자는 <참여사회> 편집장이다. - 편집자주

"난 우익이데올로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보를 모으고, 메모를 많이 하고, 사실을 확인하는 기자다. 그러나 남북관계, 역사관 등 국가대사와 관련해 이름이 거론되는 건 전체적으로 아주 좋은 일이다." 지난 4월 한 강연회에서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 겸 사장이 한 말이다. 1971년 부산 『국제신보』 수습기자를 시작으로 30년째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 보수우익 이론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진보적 시민단체에서 발행하는 매체에 처음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가 바라보는 한국사회와 시민운동은 어떤 모습인가. 지난 5월 31일 『월간조선』 편집국에서 그를 만났다.

5월 14일 『월간조선』의 한 기자는 참여연대에 22가지 질문이 담긴 질의서를 보내왔다. 닷새 뒤, 『대한매일』에는 보수적 시사종합지 『월간조선』이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 대한 전면적 취재에 나섰다가 기사를 게재하지 않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기자는 이것을 화제로 삼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 『월간조선』 6월호에 참여연대 관련 기사가 나올 줄 알았는데 빠졌더군요.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취재 중이에요. 『월간조선』의 취재는 한 달짜리부터 1년짜리까지 있어요. 담당기자에게 민감한 주제니까 참여연대 쪽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라, 특히 반론을 많이 들으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사실대로 쓰라고 했습니다."

- 『월간조선』 5월호에도 자유기업원 NGO실장의 참여연대 비판 기사가 실렸던데, 이와 같은 시민운동 비판 글을 실은 의도는 무엇이고, 내용 중 참여연대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무엇입니까?
"참여연대는 정치적 권력기구로 변질해 체제변혁을 지향하고 있다는 취지로 썼던데 참여연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국가보안법 철폐, NMD·TMD 반대, 의약분업, 소액주주운동 등 거대한 인력 풀을 가진 조직이 아니면 대안을 내기 어려운 분야까지 참여연대가 개입하는 게 아닌가 싶고. 차라리 정당으로 선언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사회 일각의 생각을 잘 정리했다고 생각해요. 또 참여연대가 지향하는 이념적 방향에 대해, (참여연대가) 혁명이란 말은 안 쓰지만, 변혁이란 말은 어떻게 보면 혁명이란 말로 해석할 소지도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참여연대가) 급진적 변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던 터에 박종찬이란 사람이 잘 지적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 최근 보수우익단체들이 참여연대운동에 대해 사회주의적 운동이라고 비판하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적 사회주의라 하면 그건 공산주의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해서 써야 하는 건데…. 아까 말한 대로 참여연대 활동 중에 그런 의심을 받을 만한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참여연대 조희연 정책위원장이 쓴 「참여연대 5년의 성찰과 전망」이라는 문건에는 조금 걸리는 대목이 있어요. (준비한 문건을 꺼내 읽으며)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어요. 안토니오 그람시라는 이탈리아 공산주의 전략운동가의 표현을 빌어 우리 사회를 기동전과 진지전이라는 말로 (표현했고), 이렇게 적대적으로 사회를 보는 시각을 가지고 시민운동을 한다면 이것은 우리 사회를 변혁시키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람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회학자이고, 조희연 교수도 사회학자로서 그의 이론을 빌어 한국 시민운동을 분석하고 평가한 것인데 그게 문제가 됩니까?
"조심해야지. 이런 식으로 하면 한국 사회에서 사회주의적인 체제변혁을 지향하는 단체가 아니냐고 의심한다는 걸 각오하고 했겠죠. 그건 그분 양심에 맡길 문제고, 또 이런 의심을 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봐야죠. 내가 이해하는 기동전과 진지전의 이야기로 그 글을 본다면 의심이나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봐요."

- 보수우익단체에서는 사회주의적이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의 좌파운동진영에선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을 들어 신자유주의적 운동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비판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 운동단체에 대해 말하려면 많은 연구를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참여연대를 그렇게 연구해보지 않았어요. 부분적인 것에 대해서는 논평할 수 있지만, 전체에 대해서는 지금 유보 입장이에요."

- 요즘 시민운동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참여연대 활동은 또 어떻게….
"참여연대 분들은 자신들의 도덕성에 대한 확신이 굉장히 강한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을 공격할 때 도덕성으로 시비 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오만하다고 보기도 하더군요. 다른 하나는 참여연대의 역사관과 국가관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 합법 정통정부로 보느냐, 한국의 현대사를 긍정하느냐, 이 두 가지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도덕성에 대한 확신 때문에 오만해 보인다니 구체적으로 어떻다는 겁니까?
"총선연대에 참여연대가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보는데, 우선 낙천·낙선운동 대상자를 선별할 때 '유권자100인모임'이라는 데에서 투표해서 결정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100 사람이 누군지 리얼타임으로 밝히지 않았어요. 또 선거법에 위반될 각오를 하고 낙천낙선운동을 벌였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도덕적 오만, 과잉자신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들이 누구인가에 대해선 분명히 밝혔죠. 또 낙천·낙선대상자는 시민운동가들의 사견으로 결정한 게 아니고, 부정부패·헌법질서교란 등을 저지른 부패무능정치인에 대한 국민심판이었잖아요. 정치부패에 대한 국민의 불복종운동. 이걸 오만한 행동으로 볼 수 있는 겁니까?
"그럼 국가보안법 위반자는 왜 낙천리스트에 안 넣었죠? 남북 대치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게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거예요."

- 국가보안법 위반자를 낙선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흠이 있는 운동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낙천·낙선운동에 대해 국민의 70% 가량이 긍정적 평가를 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엄청난 호응을 받았는데,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지도자를 뽑는 데는 국가의 안전과 헌법질서를 지키는 사람이냐 아니냐가 부정부패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국민 호응은 법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와 상관없어요. 아무리 평가가 높았다 하더라도, 게다가 나는 평가가 높았다는 것도 의심하는데, 법을 어겨서는 안 되죠."

- 참여연대의 국가관이나 역사관이 걱정스럽다고 우려하셨는데, 이건 또 무슨 말씀인가요?
"국가보안법 폐지주장이죠. 한반도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로 김정일정권과 남한의 친북세력입니다. 참여연대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는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가보안법 때문에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오히려 반문을 하고 싶어요. 남북한의 무장대결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보법 폐지를 왜 주장하느냐 이거죠."

- 국가보안법은 이미 사문화된 법 아닌가요?
"오늘 이 시점에도 북한의 대남적화전략이 계속되고 있는데…. 또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복지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두가지 장치가 필요한데 하나는 국가보안법이고, 하나는 국군이죠."

- 98년 11월호 『월간조선』에서 조 편집장께서는 '한국민주화 10년의 반성…'이란 글을 통해 지난 10년 간 한국민주화운동세력이 사익에 근거한 운동을 해왔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들이 어떤 사익을 추구해왔다는 말씀이신지요.
"사익을 집단이기주의로 바꿉시다. 사익은 국익과 반대되는 말이니까. 민주주의라는 것엔 조직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활동하는 자유를 국가가 보장해주는 본질적인 기능이 있죠. 그런데 그 자유를 너무 심하게 이용하면 국가의 이익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노조운동도 열심히 하면 자기 봉급은 올라가겠지만 그것 때문에 국가 전체의 이익은 약화된다, 국가생산성이 약화된다 이 말이에요. 민주화가 되면 반드시 이런 과정을 거치게 돼 있는데, 우리나라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본 겁니다."

- 조 편집장께서 말씀하시는 국익은 무엇입니까. 제 생각에는 부정부패추방운동이나 재벌총수 아들의 증여세 탈세문제를 폭로하고 그걸 국세청이 과징하도록 한 것도 공공성에 기반한 활동으로 국익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걸 부인하시는 건지요.
"몇 사람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다수의 이익에 도움되도록 협조하는 자세, 그걸 국익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을 어겨서 사익을 추구하는 것은 범죄행위에 해당되는 거고. 법 테두리 안에서 한다 해도 공익에 배치될 수 있어요. 아까 시민단체는 시민에게 (이익을) 돌려주니까 사익추구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그것이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졌으면 평가를 해야죠. 그러나 법을 어기면서까지 좋은 일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참여연대의 활동 중에는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게 있다고 보죠. 그러나 선거법 위반처럼 큰 문제에서 위법을 한 것은 굉장히 강한 인상을 남겼어요."

- 소수가 불편하더라도 다수 이익에 협조하는 자세가 국익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것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는 식의 전체주의적 발상 아닙니까?
"그건 아니죠. 논리적 비약을 하고 있는데, 내가 희생하라고는 안 했어요. 협조하는 것과 희생하는 것은 다르죠."

-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한반도에는 화해와 평화의 기운이 움트고 있습니다. 조 편집장께서는 통일에 대해 어떤 입장이십니까.
"통일은 자유통일이라야 하고, 북한을 자유화시키는 통일이라야 합니다. 맞아죽고 굶어죽는 북한 주민을 구출하는 통일이라야 하고, 거기서 걸림돌이 되는 김정일세력이 거세되는 통일이라야 해요. 다만 통일 방식이 가능한 한 평화적인 게 좋겠고, 평화적이 아닐 경우라도 최소 비용, 최소한의 희생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 1982년 11월호 『마당』에서 조 편집장께서는 '자주 통일 민주-한국 민주주의의 3대 조건'이라는 글을 통해 "우리 것을 사랑하기에 남의 것도 존중한다는 것이 진짜 민족주의의 정신"이라며 진정한 민족주의를 강조하셨습니다. 지금이 바로 이런 민족주의 정신을 구현할 때가 아닌가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생각인데, 남북의 대결은 민족사에서 어느 쪽이 정통성을 갖느냐의 대결이에요. 통일은 정통성을 장악하는 쪽이 하게 돼 있어요. 정통성은 어디서 나오느냐, 국민들의 안전과 자유와 복지를 누가 보장하고 있느냐, 우리 민족사의 역사와 정통을 누가 계승하고 있느냐 이 두 가지로 판단해야 된단 말이에요.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김정일과 김일성은 민족사의 이단세력이라고. 내가 말하는 민족주의 안에는 포함될 수 없는 사람이죠."

- 이런 식의 냉전이데올로기가 계속 존재한다면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냉전이데올로기가 없어지려면 북한정권이 무너져야 돼요. 세계사적으로 보면 냉전구조는 한반도를 제외하고 1989년 동구권과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해체된 겁니다. 공산당이 없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예요. 그전에는 남이나 북이나 냉전이데올로기가 지배적 논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 조 편집장께서는 김정일의 서울답방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점치고 계시는지요.
"김정일의 서울답방은 좀 어려울 겁니다. 전략·식량·열렬한 환영을 받는다든지, 자기가 왔다가고 난 뒤 남한사회에 좌우대결이 심화되든지, 한국과 미국의 이간질에 성공한다든지…. 이 세 가지만 충족되면 오는 모험을 할지 모르죠. 그러나 이 조건들이 충족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봐요."

-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이간질시킨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김정일이가 김대중 대통령한테 주한미군이 통일 이후까지 있어도 좋다고 했단 말이에요. 그것 때문에 지금 좀 불편하잖아. 미국은 선전선동전략이라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믿을 수 있다는 입장이잖아요."

- 독극물 방류사건에다 미군범죄까지, SOFA문제 또한 심각한 지경이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건 지엽적인 문제예요. 주한미군이 왜 여기에 있느냐. 김일성이가 남침을 하니까 우리가 미국에 부탁해서 미군을 모셔온 것 아니에요? 약간의 불미스런 일은 감수해야지요. 더 큰 이익이 있으니까 계속 주한미군을 인정해야 한다는 거죠. 주한미군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군사비 지출을 줄이고, 경제개발에 힘쓸 수 있었다는 결정적 이득이 있는 거죠."

- 1997년 6월 5일자 조선노보에 <전쟁에 대하여>라는 글을 쓰면서, "…한반도의 통일은… 75년 월맹군의 전차가… 사이공 독립궁 철문을… 돌입했던 것처럼… 우리 국군이 평양의 주석궁에 탱크를 진주시킬 때 비로소 성취되는 것이다. … 전쟁과 군대를 무조건 경멸하는 태도는 전쟁광보다 더 해롭다(후략)"고 하셨습니다. 이를 두고 강준만 교수는 조 편집장을 일컬어 '전쟁광'이 아닌가 의구심을 던졌는데 이 글의 의미와 강 교수의 비판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주석궁에 탱크를 진주시킨다는 것은 북한이 항복한 다음도 되고, 내부반란이 일어나서 노동당세력이 북한 민중들 손에 처단된 다음에 할 수도 있는 거죠. 물론 독일처럼 동독정부가 스스로 서독정부한테 흡수되면서 진주할 수도 있는 건데. 통일이란 것은 우리의 군사력이 북한에 행사될 때만 가능한 것이고 그것 없는 통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한 거예요. 그걸 전쟁광이라고 해석한 사람의 지적 수준이 의심스러워요."

- 94년 3월호 『월간조선』에 쓰신 <대한민국은 전쟁을 결심할 수 있는 나라인가?>에도 '전쟁은 피할 수 없는 명제다' 등이 나오는데 전쟁은 가능한한 피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건 역사의 상식 아니에요? 전쟁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어요. 우리가 침략하는 전쟁과 강요된 전쟁. 우리는 침략당할 때 맞서 싸우자는 것까지도 나쁘다는 쪽으로 몰고 있는 분위기가 있죠. 이 말 알아요? No war no nation state, no revolution no democracy. 전쟁이 없으면 근대국민국가도 만들어지지 않았고, 혁명이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 내가 침략전쟁을, 무모한 전쟁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에요. 전쟁은 할 수 없이 해야 할 때 해야 한다고. ‘전쟁은 피할 수 없는 명제다’라고 한 건 국가가 있는 한 전쟁은 있기 때문에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지, 전쟁을 꼭 해야 한다고 한 건 아닙니다."

- 『월간조선』 독립법인화 이후 편집장 겸 사장직을 동시에 수행하고 계신데, 어려움은 없으십니까?
"그게 효율적이라고 봐요. 잡지 내용을 만드는데 전력을 다 하려면 내가 편집장을 겸해야 하고, 또 조직이 작기 때문에 사장 역할만 할 사람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러나 조직이 커지면 사장과 편집장은 분리해야죠."

- 『조선일보』 내부 기자들 중에 최근 『월간조선』의 극우적 논조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최근 2년간 내가 직접 그런 비판을 받아본 일이 없어요. 그리고 극우라 하는 것은 법을 어기면서까지 폭력적인 방법을 쓰는 우익단체를 말하는 거예요. 『월간조선』은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사실주의적인 잡지라고 할 수 있어요. 보수우익이라고는 부르세요."

- 그 동안 『월간조선』은 진보세력을 색깔론으로 공격한 예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장집 교수, 이장희 교수 등이 공격당한 사람 아닐까 싶은데요. 얼마 전 '이장희 교수 사건'은 법원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나는야 통일1세대』와 관련된 '이장희 교수 사건'은 내가 편집장 할 때가 아니라서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최장집사건은 우선 거기서 제기하는 사실과 달라요. 그리고, 색깔논쟁을 왜 하면 안 돼? 색깔은 다른 말로 이념일 텐데, 남북이 분단된 게 이념 때문입니다. 이념을 두고 논쟁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생존하기 위해 불가피한 거예요. 그걸 사상검증이라고 한다면, 사상검증도 해야죠.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생존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자유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이고, 『월간조선』이 (이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 『조선일보』의 친일문제에 대해 외부 비판이 일고 있는데, 내부에서 먼저 비판할 생각은 없으신지요?
"전혀 없어요. 친일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잘못돼 있고. 『조선일보』 사사를 읽어보고도 친일신문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한국말을 모르는 사람이에요. 물론 『조선일보』의 여러 가지 행동 중 친일적인 게 있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큰 민족적인 게 있어요."

- 내년 대선은 어떻게 될 거라고 전망하십니까?
"아마 한국 보수세력이 정권을 탈환할 거라고 봅니다.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사람이, 즉 대한민국의 주류층이 뽑는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 지금 말씀하시는 보수세력은 이회창 총재를 염두에 둔 말씀이신가요?
"현재로선 이회창 씨의 집권가능성이 제일 높지. 여론조사를 보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볼 거라고 보는 데요."

- 안티조선운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나는 그게 자꾸 소음처럼 들려요. 소음…"

-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대기자 조갑제라고 불리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기자보고 대기자라 하면 그 사람 죽으라는 소리예요. 기자란 아는 게 별로 없거든. 남이 아는 것을 빌려서 아는 척 할 뿐이지. 기자는 천재가 아니라, 성실하고 부지런하면 누구나 좋은 기자가 될 수 있는 거예요."

- 앞으로 20년 간 사실에 근거한 '발로 쓰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주력하고 싶은 분야는 무엇인지요.
"고래에 대해서 쓰고 싶은데요. 고래를 좋아하니까. 고래가 신비한 동물이에요. 힘이 세고, 자유롭고…, 고래에 대한 모든 이야기는 경이롭다고."

- 80년대 초반 『마당』 편집장을 하시던 시절, 교우하던 분들이 최근 조 편집장의 논지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죠. 극소수 나를 오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나 조금 더 살면 내 입장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아지겠죠."

- 오늘 얘기를 들으면서 든 생각이 너무 'all or nothing'으로만 보시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양성'을 인정할 수는 없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주로 오늘 대화가 김정일을 소재로 했기 때문이에요. 난 과격한 말 쓰는 사람이 아닌데, 김정일에 대해서만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기 위해서 그런 거예요. 한반도 최대의 거악이니까…. 나는 다른 사물을 보는 데는 유연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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