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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84회)

1


여러분 안녕하세요.
꼬마인형 목소리를 기다리신 분들 반가워요.


요즘 놀러가기 딱 좋은 땐데
미세먼지 장난 아니고 중간중간 비도 자주 오고 그래서
짜증나시죠?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야외에서 미니콘서트로 진행을 합니다.
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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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보이시죠?
여기가 어디냐면요
성민이가 사는 동네인데요
마침 공연하기에 적당한 장소가 있어서 여기에서 진행해볼까 합니다.


보시다시피 여기는 밭이랍니다.
겨울 농사를 끝내고 아직 다른 농사를 들어가지 않았데요.
저 뒤로 비닐이 씌워진 것을 단호박이라네요.
거기는 들어가지 마시고 그냥 보기만 하셔야 돼요.
가운데 있는 건물이 창고인데 창고 앞에 간단히 무대를 만들거니까
그 주변으로 적당히 자리 잡고 앉으시면 돼요.
제주도 분위기 즐기시려면 돌담 위로 조심해서 앉아보시든가요.
중간중간 무덤들도 있는데 조상님들도 같이 즐겨주세요.


제주도라고 아주 끝내주는 경치는 아니지만
차들도 안 다니는 한적한 밭 한가운데서 공연을 지켜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어요?
자리나 음식 같은 것 특별히 준비하지 않았으니까 알아서들 하시고
가능하면 먹을 건 나눠서 먹으면 좋지않을까요?
애들이나 반려동물은 마음껏 뛰어다니게 놔둬도 괜찮을 거예요.


자, 이제부터 아주 소박하고 짧은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공연을 위해 서울에서 와주신 양양님을 소개합니다.
양양님이 누구신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죠?
사실 저도 잘 몰라요.
오늘 이런 분위기에 적당한 가수를 찾다가 알게 된 분인데요
인터넷으로 ‘양양’을 검색하면 중국 영화배우랑 트로트가수가 뜨고
오늘 노래 불러주실 분은 찾기 쉽지 않거든요.


아, 죄송합니다.
노래 불러주실 분 소개하단다면서 엉뚱한 얘기만 해버렸네요. 헤헤
오늘 이곳 분위기랑 잘 어울리는 노래를 들려주실 겁니다.
양양의 ‘이 정도’입니다.

 

 


2


반갑습니다, 성민입니다.
여기는 사랑이랑 같이 매일 산책을 다니는 곳인데요
고느넉하고 경관이 괜찮아서 이곳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게 됐습니다.
편안한 공연이 됐으면 좋겠네요.
자리를 마련한 사람으로서 인사말 한마디 하라고 해서 나왔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저희 조카에 대한 얘기 하나 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얼마 전에 초등학교 1학년인 조카를 만나러 갔었는데요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놀고있더라고요.
친구 둘이서 나란히 그네를 타고 있었는데
저를 보더니 반갑게 웃어줬습니다.
친구랑 재미있게 노는 걸 방해하는 것 같아서
저도 조카 옆에서 같이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렇게 10여 분 정도 같이 놀고 있는데
친구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와서 그 친구에게 쥐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틈을 타서 저는 조카에게 집에 가자고 얘기를 했고요.
조카도 알았다면서 친구에게 인사를 하는데
그 친구가 아이스크림 껍데기를 뜯어서 조카에게 한 입 먹으라고 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엄청 좋아하는 조카가 시원하게 한 입 먹을줄 알았는데
웬걸, 괜찮다면서 제 손을 잡고 놀이터를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조카의 행동이 의아해서 “왜 아이스크림을 안 먹었어?”라고 물었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친구가 먹을 거잖아”라고 대답하는 겁니다.
순간 조카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몰랐습니다.


제게 아이스크림이 있었으면 제가 먼저 한 입 먹고 친구에게 권했을테고
제가 조카의 입장이었다면 한 입 시원하게 먹고 왔을텐데
조카는 생각과 행동이 저와 달랐습니다.
그날 조카를 보면서 “착하게 살아야지”라고 다시 다짐을 했습니다.


이런 마음을 담은 노래를 들려드리려고 하는데요
꼬마인형이 산울림의 광팬이라서
원래를 김창완씨를 섭외해볼까고 생각했었는데
그 분이 워낙 바쁜 분이라서 포기하고
그냥 인터넷에서 검색한 노래만 들려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김창완의 ‘꼬마야’입니다.

 

 

 

3


여러분 잠시 뒤를 돌아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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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이 보이시죠?
저는 보리를 처음보거든요.
보리가 생긴게 참 씩씩하고 날렵하게 생겼더라고요.


아, 보리가 아니라 보리이삭이라고요? 아~ 예.
뭐, 암튼, 보리밭을 구경하는 기분도 괜찮았어요.
바람이 불면 살랑살랑 움직이는 모습도 괜찮고...
물론 구불구불한 돌담도 신기하고 보기 좋았어요.


그리고 저 뒤로 산이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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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한라산이래요?
다 아셨나? 푸흐흐
저게 한라산이라니까 여기가 제주도라는 게 실감나는 거 있죠.


이런 곳에서 살면서 매일 이 길을 사랑이와 산책하는 성민이가 부러워졌어요.
뭐 성민이한테도 이런저런 사연과 힘든 점이 있겠지만
다른 거 다 제껴놓고
이런데 산다는 게 축복인 건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제주도로 몰려오나봐요.
성민이 말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서 부작용도 많다는데...
자기도 몰려오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인걸 뭐~
아, 말이 엇나갔네요. 죄송.


이런데서 공연을 하니까 괜히 명상가가 되고 철학자가 되는 것 같아요.
까치랑 꿩을 봤는데요 걔네랑 같이 경주도 하고 싶어지고
땅을 조심조심 밟으면서 땅의 느낌을 느끼려고도 해보고
무덤을 바라보면서 조상님이랑 얘기도 하고 싶고
아무 생각없이 가만히 한라산을 바라보기도 했거든요.
이런 게 자연이랑 호흡하는 건가?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여러분도 그런 거죠?


여러분, 잠시 눈을 감아보실래요?
그렇게 눈을 감고
여러분이 앉아 있는 땅도 느껴보시고
햇살도 느껴보시고
바람결도 느껴보시고
귀로 들려오는 이런저런 소리도 들어보시고
마음 속에서 하는 얘기도 들어보세요.

 


(Hilary Stagg의 ‘Inspirations’)

 

 

4


이런 데 오면 여기 와서 살고 싶다는 생각들죠?
꼭 제주도가 아니더라도 맑은 공기 마시며 흙을 밟으며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막 날뛰는데
그게 쉽나요.


여러분, 이렇게 편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살지는 못하지만
여행이라도 자주 떠나보자고요.
거창하게 제주도 같이 돈 많이 드는 여행이 아니더라도
음... 서울에 사는 분들은 경의선 타고 파주만 가도 괜찮을거예요.
그것도 아니면 버스 타고 어릴 적 뛰놀았던 동네를 가보는 것도 괜찮겠죠.


머리 속에 들어있는 복잡한 생각들 잠시만 뒤로 밀어두고
아무 생각 없이 그곳을 천천히 걸어보는 거죠.
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주위를 하나씩 둘러보는 재미를 느껴보자고요.
그러다 똥 밟으면 할 수 없지만, 크흐흐~


와~ 저기 하늘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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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지나갔나봐요.
제주도 오니까 이런 것도 보게 되네요.
아~ 좋다.


여러분, 오늘 미니 콘서트 괜찮았나요?
뭐, 별로였다면 할 수 없고... 푸흐~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지셨다면
오늘 저녁에 아는 사람에게 메일이라도 보내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그 사람도 조금은 기분이 좋아질거예요.


오늘 마지막 노래는 시인과 촌장의 ‘풍경’이랍니다.
편한 마음으로 들어주세요.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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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하나


귀농해서 농사를 배워가고 있는 성민이가
첫해 농사로 울금을 수확했습니다.
꽤 많은 양을 수확해서 울금가루도 만들었습니다.
농사는 수확만이 아니라 판로도 고민 해야하는 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울금의 효능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졌으니
제주도 애월에서 수확한 울금이 필요하신 분은 연락주십시오.
010-7696-4454 (판매는 저희 아버지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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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둘


성민이가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습니다.
성민이 꿈은 ‘혁명 휴양소’를 만드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와서 쉴 수 있는 곳’이
‘치유 속에 혁명이 씨를 뿌릴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하는 바램이지요.
성민이는 돈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이 꿈을 이루려면 적어도 10년은 노력해야할 것 같습니다.
10년의 호흡으로 혁명 휴양소를 같이 만들어가실 분들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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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셋


성민이 부모님이 4남매를 키우던 집이 자식들이 하나 둘 씩 떠나면서 휑해져버렸습니다.
그 집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리모델링해서 민박으로 바뀌었습니다.
민박집 컨셉이 ‘부모님과 제주여행’이랍니다.
블로그를 만들었으니 한 번 구경와보세요.
여기 -> http://joeun0954.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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