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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5회

 

1


안녕하십니까, 성민입니다.
오늘 방송은 취나물에 대한 얘기로 시작할볼까합니다.
제가 사는 주변에는 취나물을 재배하는 밭들이 많습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취나물이 사람 손이 많이 가기는 하지만 돈이 된다고 하더군요.


요즘에는 한참 나물들이 자랄 때라서 물을 많이줘야 하나봅니다.
특히 제주도는 요즘 가뭄이라서 취나물 밭의 스프링클러는 매일 돌아갑니다.
기온을 높고 물은 계속 주게되면 작물로 잘 자라지만 잡초도 잘 자라게 됩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이런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취나물 밭에서 잡초를 뽑고 있는 모습입니다.
폭염이 절정을 이뤄서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난리치는 이때에
용역업체를 통해 온 할머니들과 이주노동자들이 하루종일 잡초를 뽑고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사진은 지난 겨울 가장 추웠던 날의 모습입니다.
사진에 하얀 점으로 보이는 건 눈이 내리는 모습인데요
이날 역시 할머니들과 이주노동자들이 하루종일 취나물를 수확하고 있었습니다.


이 두 장의 사진을 찍고 나서
취나물이 얼마나 잔인한 식물인지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 취나물을 먹지 말아야겠습니다.

 

2


요즘 페이스북에서 부고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합니다.
활동가 두 분이 연달아 삶을 마감했다는 소식에 이어
또 한 분이 삶의 끝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모두 40~50대의 젊은 활동가였습니다.
그 소식에 ‘좋아요’를 누르고
잠시 곱씹어 봅니다.


작고 하신 분들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 소식을 올린 분들은 아는 분이었습니다.
진보운동진영에서 황성하게 활동하시는 선배님들인데
저한테는 묘한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 있습니다.
제가 한참 힘들 때 그분들을 만나서 손을 내밀었는데
한 분은 ‘너무 서둘지 말라’며 저를 팽개쳐버리셨고
또 한 분은 ‘내 코가 석자’라며 제 손을 뿌리쳐버리셨거든요.
그렇다고 그 분들에게만 특별한 감정이 남은 건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지요.
그러면서 세상살이의 이치를 깨달았습니다.
“진보운동은 낙오자를 돌아보지 않는다.”


40~50대의 젊은 활동가들이 픽픽 쓰러지고
황망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제가 아는 분도 그렇게 삶을 마쳤고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소식이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가 이미 개인의 자기관리문제가 아닌데도
열정과 헌신을 강조하는 진보운동은
그저 최일선에서의 싸움에만 집중합니다.
그곳이 최일선인지도 모르겠지만...


진보운동의 선배님들도
그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할 뿐
진보운동의 현실을 성찰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그분들은 일선에서 죽음을 맞이했기에 애도라도 표하지
아마 저같은 낙오자가 죽었다면 애도도 없이 사라졌을 겁니다.


무더운 여름날
선배님들의 페이스북에 실린 부고 소식에
괜히 배배꼬여버린
성민이의 투덜거림이었습니다.

 

3


너무도 오래간만에 댓글이라는 게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Kil-Joo Lee님 : 잘 읽었습니다. 따스함과 날카로움이 느껴지는 글입니디.
이명안님 :  잘읽었습니다^^
정 신지님 : 멋집니다. 많이 배우게 되는 라디오에요. 잘 들을게요. 고마워요
머슴둘레님 : 투쟁! 투쟁!

 


이곳이 워낙 사람의 발걸음이 드믄 곳이라
이렇게 많은 댓글은 처음입니다.
이곳이 무인도가 아닌 걸 확인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방송에 힘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그런가 봅니다.
힘이 들어간다는 게 별로 좋은건 아닌데...
다음 방송부터는 다시 힘을 빼도록 해보겠습니다.


최희준의 ‘하숙생’을 들으면서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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