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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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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화력의 독일군에게 포위되어
전멸의 위기에 처한 연합군이 필사의 탈출을 시도한다.
그들의 탈출을 지원하기 위해 민간인들이 어선을 몰고 나선다.
이 작전을 엄호하기 위해 단 세 대의 전투기가 날아간다.

 

이들이 보낸 시간은 각각
땅에서의 일주일
바다에서의 하루
하늘에서의 한시간

 

영화는 어느 한 곳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땅과 바다와 하늘를 종횡무진 오가면서 입체적으로 상황을 그려냈다.
일주일과 하루와 한시간이라는 시간의 흐름도
적절히 늘이고 줄이면서 하나의 매듭으로 만들어냈다.
전쟁영화에서 보여지는 엄청난 스펙터클과 현란한 액션이 없어도
실감나는 화면과 가슴 졸이게하는 음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화려하거나 요란스러움 없는 ‘필사의 탈출’ 그 자체였다.

 

배트맨, 인셉션,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줬던 화려함과 웅장함을 다 던져버리고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주물럭거리면서
100여분 동안 쑥 빨아들이게 만드는
장인의 기예를 보는듯했다.
헐리우드의 오락영화가 이 정도 수준에까지 왔음에 그저 놀랄밖에!

 

입을 반쯤 벌리고 영화에 빠져있다가
막상 영화가 끝나고 나니 피로감이 몰려왔다.
영화는 시종일관 시선을 빨아들였지만
놀라울 정도로 잘 짜여진 이야기의 구조는
점점 인간의 온기를 빼앗더니
놀라울 정도로 잘 짜여진 이야기의 구조만 남았다.

 

특별한 주인공이 없는 영화는
각자의 사투를 골고루 보여줬지만
절제된 대사와 절제된 감정과 절제된 액션 속에서
질서정연한 아비규환을 만들어내며
인간이나 전쟁이 초점이 아닌
이야기의 구조 자체가 초점이 되버렸다.
스토리나 메시지보다는 이야기의 구조에 집중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의 전형적인 특징이 최대로 드러난 영화였다.

 

필사의 탈출은 가슴뭉쿨한 감동을 주지도 않았고
끔찍한 참상은 반전의 메시지를 전하지도 않았고
아비규환의 극한은 인간의 본질을 보여주지도 못했고
헌신적인 인물들은 영웅적 케릭터를 만들지도 못했다.
그저 놀라울 정도로 잘 짜여진 이야기의 구조만이 돋보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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