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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7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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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가 여자친구랑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황구가 사랑이고 백구가 여자친구랍니다.
사랑이가 묶여있기 때문에 여자친구가 이렇게 사랑이를 찾아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서로 탐색만하며 가까이에서 빙빙돌기만 했는데
이제는 서로 냄새도 맡으면서 적극적으로 애정 표현을 합니다.
여자친구는 이제 저랑도 안면이 트여서 저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습니다.
아직 제가 쓰다듬는 것까지는 허락하지 않지만 짧은 시간 안에 많이 친해졌습니다.


사랑이랑 산책을 할때도 마주치면 꼬리를 흔들며 달려옵니다.
그러면 서로 냄새를 맡으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죠.
사랑이는 여자친구보다 산책이 더 좋아서 금새 산책길로 가버리는데
며칠 전에는 여자친구가 슬슬 눈치를 보며 사랑이를 따라오더라고요.
차들이 다니는 길에서는 제가 잠시 긴장을 해야 하지만
사랑이도 여자친구와 같이 산책을 하는 것이 싫지는 않은듯했습니다.
둘이서 걷던 길을 셋이서 걸으니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랑이보다 덩치가 큰 여자친구는 가끔 사랑이의 사료도 먹어치워버립니다.
입매가 짧아서 많이 야윈편인 사랑이의 사료를 다 먹어치우는 게 살짝 얄밉기는 하지만
태어나서 혼자만 지내온 사랑이에게 처음 생긴 친구이기에 눈감아 줍니다.
둘이 오랫도록 친하게 지내길...

 

2


김영진님
참깨를 수확하는 철이군요~ 볶지 않고 짜낸 참깨를 맛보았었습니다! 고소함은 덜하지만 새로운 향과 맛이었지요!
세상은 아직도 볶은 참기름을 더 선호합니다. 저는 슬슬 세상의 방식보다 아직은 적지만 색다른 향의 동박기름, 들기름, 참기름, 유채기름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점점 늘어가는 사람들이 생겨나길 바라며 작지만 입하나 늘려갑니다!
작은 일 하나에 참여하고 알리다보면 비록 오래걸리고 힘들더라도 따라오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지난한 세상사가 아직도 눈치보며 선뜻 나서지 않지만 눈치보는 사람이라도 반갑습니다. 언젠가 달라질 그들이기에~


이명안님
벌써 참깨수확철이네요..
오늘이 입추던가요?
섞여지지않는 이들이 모여서 섞여지려고 하다보면 물에 기름띄운것처럼 따로 놀게되는게 세상인듯요. 억지로 뭉치게하지않는것도 살아가는 방식중 하나이겠죠...


Kil-Joo Lee님
목소리가 잘 들립니다. 목소리와 더불어 미소도 보이고요. 소통하는 라디오가 되도록 저도 가끔 힘을 보탤까 합니다. 소통의 단절이 무엇인지 잘 아는 님이기에 소통의 필요성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


Vini Go님
모두 믓지십니다~^^
저는 응원합니다

 


지난 방송에도 어김없이 댓글들을 달아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인사의 댓글이 달리더니
다음에는 방송내용에 대한 소감이 달리고
이번에는 거의 사연을 보내주셨네요.
댓글의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집니다.


여러 사람들의 이런저런 얘기를 들으니까
새로운 것도 알게 되고
생각할 것도 생기고
가슴에 담아둘 것도 건지고
마음의 문도 넓어지고
아~ 좋네요, 정말.

 

3


지난 금요일 저녁에 오래간만에 가족들이 모여서 밥을 먹었습니다.
일산에 살고 있는 막내동생까지 내려온 즐거운 식사자리였습니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기분좋게 술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안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자연스럽게 오고가다가
아주 사소한 한 마디에
갑자기 기분이 살짝 상하더니
내 안에 잠자고 있던 괴물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갑자기 큰소리를 지르며 막말을 퍼붓는 내 모습에
가족들은 당황하고, 화를 내고, 진정시키려 하고
그럴수록 나의 괴물은 점점 날뛰고...
이놈이 날뛰기 시작하면 빨리 도망가야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 괴물은 점점 포악해졌고
통제할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달리던 차에서 뛰어내리려하고
차안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지고
어린 조카는 울기 시작하고
그 상황에서 괴물은 더 미쳐날뛰고...
행복한 금요일 저녁이 끔찍한 금요일 밤으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혼자 놓여지자
괴물은 조금씩 진정이 되었지만
계속 거친 숨을 몰아쉬는 바람에
금요일 밤에는 잠을 제대로 못자고
토요일에는 진이 빠져서 하루를 계속 누워있어야 했습니다.


일요일에 일어났더니 기운을 다시 차릴 수 있어서
브로콜리 씨를 놓고 나서 일찍 일을 접었습니다.
샤워를 하고 난 후 마음 속을 가만히 들여다봤더니
자그마한 괴물이 쌔근쌔근 잠을 자고 있더군요.
그 모습을 보며 잘 자라고 토닥여줬습니다.


“많이 힘들었지.
화났을 때 술을 먹지 않은 건 잘했어.
나한테 싸우려들지 않아줘서 고마워.
니가 화나지 않도록 내가 좀더 노력할게.
잘자라, 나의 무서운 괴물아.”


오늘 방송은 사랑이의 연애얘기로 시작했는데
마무리는 좀...
죄송합니다.
뭐, 세상 살면서 이런 우여곡절 정도는 다 있지 않겠습니까?
이해해주시겠죠?


오늘 방송의 마지막 곡은 저의 괴물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선곡해봤습니다.
이 노래가 많이 우울해지는 노래거든요
혹시 아침이거나 즐거운 상태에 계시다면 듣지 마세요.
김윤아의 ‘가만히 두세요’ 들려드리면서 저는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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