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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0회

 

1


읽는 라디오 ‘살자’ 열 번째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사진 한 장 보실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가 사는 동네의 구멍가게입니다.
한 평 정도되는 공간에 간단한 선반과 조그만 냉장고 하나 놓고
과자 몇 개랑 음료수와 주류 등을 팔고 있는
정말로 자그마한 구멍가게입니다.
이곳이 중산간의 자그마한 마을이라서 이 가게가 마을의 유일한 가게입니다.


이곳의 막걸리 가격은 1500원입니다.
보통 1300원에 파는데 무려 200원이나 비쌉니다.
저는 1주일에 한 번 막걸리 1~2통을 사는 것이 전부여서
비싼 가격에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조그만 가게에서 팔리는 게 술 담배 말고는 거의 없을테니
가장 잘 나가는 막걸리로 생계를 유지하려보다 합니다.
그래봐야 얼마나 남겠습니까만은...


그런데 몇 달 전에 이곳에 편의점이 생겼습니다.
편의점이 들어서는 걸 보는 순간
구멍가게를 운영하시는 아주머니 얼굴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불편한 몸으로 혼자 가게를 운영하며 사시는데...
사랑이를 보면 “안녕~”이라며 귀여워해주기도 하는데...
대기업이 조그만 구멍가게를 잡아먹는 것은 시간문제려니 했지요.


편의점에는 막걸리가 1300원이고 맥주 종류도 아주 다양합니다.
그래서 가끔 수입 맥주를 사러 편의점을 찾기는 하지만
막걸리는 구멍가게에서 1500원을 주고 삽니다.
그냥 왠지 구멍가게를 이용해야 할 것 같아서...


어제 막걸리를 사러 가게에가서 1500원을 내밀었더니
200원을 거슬러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제부터는 1300원에 팔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1300원짜리 막걸리를 사들고 오면서 발걸음이 조금 무거워지더군요.
그렇게 구멍가게는 대기업과 경쟁을 시작했고 그 결말은 너무도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냥 1주일에 한 번 막걸리를 사러갈 때는 구멍가게를 이용합니다.

 

2


세월호 생존자인 김동수씨가 상태가 많이 좋지않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난 6월에 그를 응원하는 행사 이후 많이 좋아졌다고 했었는데
8월 16일 세월호 피해자들의 청와대 초청에 제외된 이후 다시 악화돼고 있답니다.
아직도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발버둥치고 있는데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마저도 버림받았다는 소외감이
그를 다시 깊은 바다 속으로 잡아 끌고 있나봅니다.


그 얘기를 듣고 난 후 제 몸과 마음도 무거워져서 좀처럼 개운해지질 않습니다.
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게 무서워서 가까이 다가서지 않으려 해보지만
그 무거운 기운이 제게도 전해지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더 다가설 자신은 없습니다.
이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그냥 지켜볼뿐입니다.
내 안의 괴물도 살펴봐야 하고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이들의 내공에 진심어린 존경을 표하면서
두 분의 글을 위안으로 읽어봅니다.

 


치유란 동굴 속에 숨은 사람을 끄집어내는 게 아니라 그의 옆에서 어둠을 함께 감내하는 일이다. 그러다보면 그가 동굴에서 스스로 걸어 나오게 된다. - 정혜선

 


고통받는 이를 위로할 때는 논리적인 이유를 찾지 말고 침묵 가운데 함께해야 한다. - 프란치스코 교황

 

3


어느 순간부터 고정코너가 되어버린 댓글 소개시간입니다.
지난 방송에도 어김없이 댓글이 달렸는데요 같이 살펴볼까요.

 


Kil-Joo Lee님
제가 좋아하는 컬리플로워도 몇개만 심어주세요. ㅎㅎㅎ 사랑이가 허무한 사랑을 경험했군요.

 


매번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이지요.
제가 컬리플로워는 잘 몰라서 심지는 못했지만
내년 1월쯤에 브로콜리 수확을 하게되면
브로콜리는 무진장 드릴 수 있습니다요. 후후후
그때까지 아쉬움을 달래보세요.

 


‘곧돌싱이다’님 
이 가수의 'dreamer'를 난 좋아하지 ㅎㅎ
잘 들었다.

 


이 댓글은 8회 방송에 뒤늦게 달린 글입니다.
이날 Sophie Zelmani의 ‘Stay with my heart’이라는 노래를 들려드렸는데
이 가수의 다른 노래를 소개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들어봤는데 나지막히 읊조리듯 흥얼거리는 노래가 귀에 감기더군요.
좋은 노래 소개해주신 건 좋은데
곧 이혼한다는 게 광고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푸흐흐
아, 이분은 제 친구랍니다.


자, 오늘 방송은 ‘곧돌싱이다’님이 소개해주신 Sophie Zelmani의 'dreamer'를 들으면서 마치겠습니다.
이번 주는 별볼일 없는 꿈이라도 꾸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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