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살자 11회

 

1


사람들 만나는 것에 민감한 분들 많지요?
저도 그런 부류 중의 한 사람입니다.
사소한 것에 고슴도치처럼 가시 돋치고
심하면 미쳐서 날뛰고
아니면 혼자서 계속 자학하고...
그래서 점점 자기만의 방으로 숨어들지요.


그런데 막상 사람을 만나면
민감한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건 기본적으로 즐거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남의 즐거움에 빠져들다보면
너무 편하게 말과 행동과 생각을 펼치는 저를 보게 됩니다.
그런 관계가 너무도 그리웠던 거지요.


다시 혼자만의 시간으로 돌아와 살며시 뒤를 돌아보았더니
조심성 없이 말과 행동과 생각을 쏟아내는 저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누군가는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마음의 상처라는 게
다친 사람은 많이 아파도
다치게 한 사람은 무심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워 저를 찌릅니다.
그것도 아픔 곳만 골라서 정확하게!


그러면 조용히 제 방으로 들어가 숨죽여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고슴도치가 잠자는 괴물을 깨워서 날뛰게 하거든요.
잠시 그렇게 제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있으면
고슴도치가 가시를 내리고 제 곁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면 저는 고슴도치를 쓰담듬어주지요.
그리고는 방에서 나와 하우스로 일을 하러 갑니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우스에 들어가면 귤나무 가지들을 일일이 묶어주는 일을 합니다.
감귤이 한참 자라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묶어주지 않으면 가지가 부러집니다.
가지를 묶어주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가지를 일일이 살피면서 열매가 어느 정도 달린 건 다 묶어줘여 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한 그루 작업하는데 한 시간이 걸립니다.


나무에 매달려서 일을 하다보면 도 닦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해도 해도 끝이 없기 때문에 그저 묶는 일 자체에만 집중하지요.
그러다보면 복잡한 생각은 사라지고 시간은 알아서 흘러갑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그저 줄을 묶을 뿐입니다.


단순노동을 반복하다보면 짧은 상념들이 무심히 흘러가는데
어떤 때는 가슴 속이 따끔거릴 때도 있습니다.
고슴도치가 찔렀던 곳들이지요.


“남의 얘기를 들으려하기 보다 남에게 말하려 들고, 대중에게 배우려하기보다 대중을 가르치려드는 못된 습성이 아직도 완고하구나.”
“자신의 고통에 그렇게 천착하더니 눈가리개를 벋지 못한거냐?”
“청춘의 너가 중년의 너를 그렇게 힘들게 했는데, 제대로된 성찰도 없이 청춘의 너로 돌아가려는 것이냐?”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붙들어야 했다고 변명한들 지독한 자기중심성은 어떠한단말이냐?”


흘러가는 상념들을 붙잡으면 다시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기 때문에
줄을 묶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러다보면 상념은 흘러가고 밥 먹을 시간이 다가오거든요.

 

3


하우스에서 나와 텃밭을 들릅니다.
뒤늦게 주렁주렁 달린 참외를 따느라
즐거운 과외시간을 보냅니다.


원래 수박과 단호박과 참외를 함께 심었는데
지난 여름 많이 가물어서
수박과 단호박은 엄청 잘 열렸지만
참외는 신통치 않았었습니다.
그렇게 수박과 단호박을 원없이 먹으며 여름을 보냈더니
최근에 비가 내리면서 참외가 뒤늦게 달리는 것입니다.
덕분에 여름 과일이 아쉬울 요즘
참외를 원없이 먹는 즐거움에 빠져있습니다.


참외로 셀러드를 만들어서 맛있게 밥을 먹고는
컴퓨터를 켰더니
지난 방송에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김영진님
구멍가게가 살아넘기를바랍니다. 방법은 맛난걸 정성으로 만들어 함께 정을 나누는건데요~
사라져가는 동네맛집들을 생긱하며 가슴아파할때 우리네 추억도 함께 사라져가는걸 매번 지켜봅니다! 살아남기를 기대합니다!

 


Kil-Joo Lee님
구멍가게 있는 곳엔 편의점 못들어가게 하는 법안을 만들 방법 좀 생각해보세요. 엄병할 놈들...


내가 휘청거리면 주위를 살필 수가 없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함께 하게요. 브로컬리가 나오면 몇개만 얻어먹겠습니다. ^*^

 


모억거님
아픈 얘기네~

 


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게
편안하고 여유로운 시간입니다.
여름 끝머리에 ‘생각의 여름’의 노래가 들려오네요
‘두 나무’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