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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3회

 

 

안녕하십니까, 성민입니다.
오늘 방송은 윤선애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외로운 사람에게 주려니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만 팔라는 가사가
가슴에 계속 내려앉는 그런 노래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이 노래를 주제로 삼아봤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일어났던 일들 중에
다섯 가지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진열해놨습니다.
저희 가게는 작고 보잘 것 없어서 물건이 별로 없지만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있으면 그냥 가져가시면 됩니다.
가시는 길에 간단한 메모 하나 남겨주신다면
그 온기가 저를 포함해 다른 분들에게도 전해지겠지요.


그런데...
방송 컨셉이 이렇다보니
지난 방송에 달린 여러분의 댓글을 소개해드릴 수가 없게됐습니다.
메모 남겨달라면서 남겨진 메모는 소개도 않해주는 꼴이라니...
이해해주세요, 헤헤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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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송에서 편의점과 경쟁하는 구멍가게 얘기를 했었는데요
그 구멍가게가 이렇게 된 걸 발견했습니다.
“결국 문을 닫았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가라앉더군요.
편의점이 들어선지 6개월만입니다.


중간에 막걸리 생각이 났는데
일부러 동네 편의점을 피해 왕복 30분 걸리는 옆마을 가게로 갔습니다.
그렇게라도 공룡의 먹이가 된 구멍가게를 애도하고 싶었습니다.


어제 사랑이랑 산책을 하는데 구멍가게 주인이 보였습니다.
사랑이를 보며 “안녕~”이라며 귀여워해주시는 그분에게
가게에 대한 얘기를 꺼냈더니
폐업이 아니라 확장이랍니다.


한 평짜리 가게를 확장해봐야 얼마나 확장할 것이며
조그만 촌동네에서 그렇게 편의점에 맞서는 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가게 이용을 늘릴 것은 아니지만
막걸리 하나 사려고 30분을 걸어서 다닐 일은 없어졌으니 말입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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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을 심었습니다.
200평 정도 심는 것이라서
어머니랑 둘이서 이틀 정도 걸리려니 했는데
아는 분이 와서 도와주셔서
하루만에 일을 마쳤습니다.


저 혼자 일을 할 때는
라디오 소리에 의지해서 묵묵히 일만 하고,
어머니랑 저랑 둘이서 일을 하면
외롭지 않게 일을 할 수 있는데,
여기에 한 명이 더 들어오면
이런 저런 얘기도 도란도란 나누고
일의 능률과 속도도 높아지고
고맙다고 맛있는 점심도 먹게되고
웃을 일도 많아져서 기분도 좋아집니다.


한 명이 아쉬운 곳에
그 한 명이 되주는 건
생각외로 많은 걸 덤으로 줍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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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주문한 적이 없는 택배를 받았습니다.
내용은 수제 딸기쨈
그런데 누가 보낸 것인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수신자 이름과 연락처가 정확했기에 배달사고는 아니었습니다.


김영란법이 눈을 부라리는 시대에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
제가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보낸 사람을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애써 확인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냥 용의선상에 오르는 사람들을 모두 용의자로 남겨뒀습니다.
그래야 고마워해야할 사람들이 많아지니까요.


며칠 전에 용의자 중에 한 명이 자수를 했습니다.
명절 앞두고 보낸 선물이랍니다.
“살다보니 나도 명절선물을 받아보내”라며 미소를 지어봤습니다.
덕분에 다른 용의자들이 억울함을 벗었겠지만
수배자 명단은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그들에게 답례를 할 수 있으니까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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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곳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10여 분을 걸어가야 합니다.


어느날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고 있는데
차가 한 대 멈추더니
“집에 감수광?”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떨결에 그렇다고 했더니
“탑서”라고 하는 겁니다.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아랫마을에 살암수다”라고 대답하더군요.
걸어가도 되는 길인데
일부러 태워주겠다는 호의를 거절하기 뭐해서
그 차에 탔습니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저를 아시냐고 물었더니
“마을에서 다니는 거 몇 번 봔예”라더군요.


평소에 사랑이 산책을 시키려고 동네를 자주 돌아다니는데
그래서 얼굴을 봤었나 봅니다.
인사를 나눈 적도 없는데 얼굴을 봤었다는 이유만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저를 태워준 것이지요.
요즘 시골인심이 이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다고 제가 마을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이런 분이 있더라고요.
별거 아닌 일이었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마을을 걸어가는데 저를 태워줬던 이 차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그렇게 왠지 정이 느껴지는 차가 되어버렸습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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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페이스북에 난데없는 사진 한 장이 올라왔습니다.
이 사진을 보고 “헉”하는 소리가 자동으로 나오더군요.
앞쪽에서 셀카를 찍으신 분은 이 방송에 자주 댓글을 남기시는 김영진님이시고
바로 뒤에서 선명하게 얼굴이 잡힌 건 접니다. 푸흐흐흐


김영진님이 지난 겨울 촛불집회 때 찍은 사진인데
사진을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올린겁니다.
제가 김영진님을 만난 건
지난 6월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를 위한 행사였으니
지난 겨울 이 사진을 찍을 때는
서로가 전혀 모르는 남남이었지요.
그런데 이렇게 두 사람의 얼굴이 선명하게 나온 사진이 나왔던거죠. 하하하


이 사진을 보면서 드는 생각
“저 수많은 사람들 중에 간절히 내민 내 손을 잡아준 사람이 바로 앞에 있었다니”
“저 수많은 사람들 중에 또 다른 인연도 있을지 모르겠네”
“저 수많은 사람들 중에 지금도 간절히 손을 내미는 사람도 있겠지”
“저 수많은 사람들 중에 행복한 나의 모습을 화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을거야”
“저 수많은 사람들 중에...”


외로운 사람에게 주려니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만 팔라는
윤선애의 노래가 멈추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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