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재꽃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슨 꽃인지 모를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감독은 벌써 세 편이나 연출을 했고
이번 영화가 꽃시리즈의 완결판이란다.
이런저런 홍보성 리뷰들이 살짝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강하게 끌리는 그런 영화는 아니었다.

 

단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영화관을 찾았고
별로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
호기심에 표를 샀다.

 

관객은 단 세 명
여유롭고 시원하게 감상하기에 좋은 편이었는데
한 명이 자꾸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심지어 통화도 한다.
살짝 짜증스러운 기분으로 영화의 초반을 걸어갔다.

 

어느 한적하고 아름다운 시골마을
한 꼬마가 트렁크 하나를 들고 찾아들어
어느 남자를 아빠라고 지목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야기는 어디선가 봤을 것 같은 그런 이야기였고
편안하고 아름다운 시골풍경은 그저 그 수준의 배경으로만 작용했고
단촐한 등장인물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만을 충실히 해냈다.
그저 그런 독립영화려니 했다.

 

시골사람들이라기에는 배우들이 너무 잘생겼고 행동 곳곳에서 도시의 냄새가 풍겼다.
어린 애나 늙은이나 대사는 간결했고 감정은 절제되있었다.
단순한 이야기 위에서도 비약이 들쑥날쑥 했다.
아, 이 영화는 관념적인 영화였다.

 

절제된 연기는 이내 졸음을 몰고 왔지만 8천원이 아까워서 꾹 참으면서 봤다.
말도 안되는 상황전개에는 마음을 비우고 그냥 바라봤다.
중간에 나와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피서라고 생각하고 버텼다.
그래도 난해한 실험영화는 아니었기에 이야기는 따라갈 수 있었다.

 

힘들게 영화를 보고 있으려니
극적인 사건이 하나 벌어지며 배우들이 절제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절제력을 상실하는 그 상황이 충분히 이해되기는 했지만
생각했던 수위를 넘어 폭발하기 시작했다.
한 명이 폭발하기 시작하니까 너도 나도 폭발했다.
그동안 감독이 시키는대로 참아왔던 걸 다 쏟아내기라도 하려는 듯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에너지를 다 끌어모아서
뿜어내고
쓸어담고
뒤집고
쥐어짜고
흩뿌렸다.
배우들의 열연이 만들어내는
충만한 에너지의 향연을 생생하게 느끼는
좁은 연극무대 같은 그런 후반이었다.

 

그렇게 에너지를 쏟아붓고 나서
상징적인 장면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났다.
그제야 영화의 제목이 이해가 됐다.
모든 것이 활활타고 난 후에 남은 재 속에서 피는 꽃

 

‘재꽃’
누군가에게 추천할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묘한 기운을 전해주는 그런 영화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