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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현장토론을 조직하는 것이 관건이다

노동조합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를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조직부를 꼽을 것이다. 대공장 노조인 경우 조직부보다는 정책부의 기능을 좀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직부의 역할을 무시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에 있어서 조직부는 조직의 동맥역할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직부의 위상과 역할이 어떤가는 노동조합의 활동성을 드러내는 척도가 된다.

현장을 조직하고, 지역으로 달려가다

민주노조운동이 계급성과 연대성을 잃지 않았던 시기 조직담당자회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조직담당자들은 자기 단사의 현장을 조직하는 것은 기본이고, 지역의 주요 투쟁사안에 대해 함께 논의하면서 지역연대투쟁을 실제로 조직했던 단위였다.
현장에서는 수시로 현장순회와 간담회 등을 벌이면서 현장의 현안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조직력을 유지했다. 그리고 지역사안에 대해서도 항상 점검하면서 공동투쟁단위를 구성하기도 하면서 연대투쟁이 활발했다.
이것은 멀게 느껴지는 80년대의 얘기가 아니라 2000년대 초반까지도 이어졌던 민주노동운동의 기풍이었다. 2001년만 하더라도 INP중공업사내하청노조, 세동산업, 효성, 고합, 태광, 경진여객 등 지역의 여러 투쟁사업장에는 언제나 연대대오가 함께 했고, 연대투쟁도 단순히 지역집회에 결합하는 수준이 아니라 일상적 지지방문, 노숙투쟁, 격렬한 가두투쟁 등 아주 적극적인 결합이 이루어졌다. 이런 활동들도 노동조합의 지침을 통해서만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현장 선전과 토론을 진행하면서 주체적인 활동이 매우 활성화되었다.
이런 적극적 연대투쟁이 가능했던 원천은 현장활동가들이 현장에서부터 자발적 현장투쟁을 일상적으로 벌이면서 현장조직력을 높여왔고, 그런 힘을 바탕으로 노동조합의 활동이 자연스럽게 연대성과 계급성을 갖게 했던 것이다.

현장문제를 관리하고 해결하는 부서로 전락한 조직부

2000년대 초반까지 유지했던 노동조합운동의 계급성과 연대성은 이후 급격히 단사실리주의로 해체되면서 관료적 조합주의운동이 굳건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연이은 총파업전선의 붕괴로 인해 투쟁사업장들은 무너지기 시작했고, 또한 연맹중심의 형식적 산별노조 전환운동 등으로 인해 민주노총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한 지역중심성도 약화되기 시작했다. 또 현장에서는 민주노조운동의 계급적 원칙보다는 대중의 실리적 요구에 편승하는 단사실리주의 활동이 활개를 치게 된다. 그 결과 지역연대투쟁은 상급조직의 지침에 근거한 형식적 집회로 축소되기 시작했고, 단사활동은 노동조합의 지침에 근거한 관료적 활동으로 변질되기 시작한 것이다.
조직부의 역할은 현장의 사안을 파악해서 보고하고, 문제가 확산되기 전에 해결하는 해결사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현장활동가들은 독자적인 자기 역할을 찾지 못하면서 노동조합 체계상의 대의원이나 소위원 활동으로 집중하게 되고, 점점 조합지침에 의존해서 활동하는 수동적 활동가로 변해갔다.
그나마 조직력이 높다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총파업과 같은 중요한 투쟁일정이 잡혀 있더라도 노동조합의 지침에 의거해서 현장선전전과 출근투쟁 정도를 하는 것이 현장조직화의 거의 전부이다. 그렇게 하다 파업지침이 내려오면 조합원들을 모아놓고 집회로 이끌어가고, 집회가 끝나면 조합원들과 함께 해산하는 것이 전부이다. 이렇게 관료적이고 수동화된 활동을 벌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총파업을 한다면 조합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과 ‘편하게 하면 되는데 굳이 힘들게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관료화되고 수동화된 현장활동이 고착화되다보니 현장현안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그러다보니 노동조합으로 권한이 더욱 집중하게 되고, 상급단체는 단사 밖으로 나오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에 편승해 점점 형식적 활동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일상적 현장토론이 조직력의 핵심이다

관료화된 조합주의운동을 벋어나 계급성, 연대성, 현장주체성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현장과 지역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현장활동가들이 현장활동의 활력을 복원하는 것이다.
금속노조 울산지부의 경우 현대자동차 원청의 영향력 아래 있는 중소규모 부품사들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는 한계 속에서도 지부독자총파업이나 연이은 전국적 총파업을 조직할 정도로 높은 조직력을 과시하고 있다. 금속노조 울산지부가 이와 같은 조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은 일상적 현장토론이 끝임 없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각 지회 집행간부들만이 아니라 지부간부들도 수시로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지회간부 및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교육과 간담회를 등을 일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간부와 조합원들이 함께 호흡하면서 현장사안만이 아니라 지역과 전국사안에 대한 이해를 함께 해왔던 것이다.
이런 현장토론은 시급히 복원돼야 한다. 현장현안문제와 관련해서 현장활동가들이 항상 조합원들과 토론하고,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과정이 현장조직력의 핵심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현장활동가들의 자발성도 높아지게 된다.
또 현대자동차 혁신단이나 현대중공업 노조혁신대책위 같은 형태의 아래로부터의 혁신운동은 주요한 현장활동영역으로 자리 잡혀야 한다. 이는 노동운동 혁신의 문제를 위로부터의 자정운동이나 관료적 규율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으로 극복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은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다. 더 나아가 이런 활동을 통해 노동조합 체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현장활동의 전형을 만들어내면서 대중과 호흡하는 독자적 현장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에 그 중요성이 있다. 현장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조합을 혁신하기 위한 활동이 좀 더 대중적 운동으로 발전했을 때 현장주체성은 가장 빠르게 복원될 수 있다.

현장활동이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지역연대와 결합 속에 진행돼야 한다

중소사업장들의 경우 사업장 수는 많지만 단사별로 간부층이 엷기 때문에 단사 활동만으로는 조직력이나 중간간부층의 조직화가 쉽지 않다. 반면 대공장의 경우 거대한 자본의 영향력과 관성화된 활동 등의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아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다시 관료적 질서로 포섭되기 쉽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장활동의 활성화라는 과제와 지역연대의 강화라는 과제가 결합하면서 진행돼야 한다. 노조체계 내의 질서든, 노조체계 밖의 질서든, 현장활동가들간의 교류와 연대가 일상화될 필요가 있다.
최근 구성된 울산비정규직노조대표자회의에서 준비되고 있는 간부학교의 경우 비정규직노조들간의 일상적 연대와 역량강화를 위해 지역차원의 공동사업을 벌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 속에서 비정규직 활동가들의 어려움을 서로 소통하고, 그를 극복하는 현장활동 사례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연대성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또 지역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교육사업, 공투체활동 등에 목적의식적으로 결합하면서 노동조합 체계를 벋어난 아래로부터의 교류와 연대를 통해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역량을 높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지역차원의 연대사업은 좀 더 목적의식적으로 배치되고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또 현장활동가들간의 소통과 연대가 현장 속에서도 일상화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다양하게 진행되는 선전, 교육, 수련회 등에 타 사업장의 모범사례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함께 자리를 해서 토론하는 과정이 일상화될 필요가 있다. 하나의 모범사례가 자신이 속한 현장에서 적용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토론하고 작은 실천이라도 조직하는 과정은 가장 뛰어난 교육이자 현장토론이기 때문이다. 그를 위해서라도 지역활동가들과의 교류와 소통은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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