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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신학과 소통

소통을 지향하는 민중신학은, 마치 [신약성서]에 나오는 ‘성령사건’을 연상시킨다([사도행전]2장). 여기서 말하는 ‘성령사건’이란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언어사건’, 더 정확하게는 ‘의사소통 사건’이다. 그것은 갈릴리 민중들의 언어를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다 알아듣게 되었다는 데 초점이 있다. 그것은 [구약성서] 바벨탑 이야기가 뜻하는 것과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다. 단일한 언어를 강요하며 오로지 저 높은 곳만을 지향하는 욕망이 의사소통 장애와 분열을 낳은 것과는 정반대로 지배체제에서 내쫓긴 민중의 언어가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의 장벽을 넘어 소통 가능하게 한 사건을 일으켰다. 여기에서 성령은 한마디로 소통의 능력을 의미한다. 서남동의 민중신학이, 스스로 이름했듯이 성령의 해석학으로 불리는 것은 그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지배체제가 민중들에게 뒤집어씌운 갖가지 굴레를 벗겨내고 민중 스스로 자신의 언어를 되찾고 그 언어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민중해방의 사건을 기점으로 형성된 민중신학의 또 다른 이름이다.

- 서남동의 [민중신학의 탐구] 다시 읽기, 최형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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