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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용역 노동자들 숨을 쉬다

 


울산지역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에는 3개 직종의 노동자들이 조직돼 있다. 청소용역업체 노동자들, 경비업체 노동자들, 식당업체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이들 노동자들이 하나의 노조, 하나의 지부로 조직돼 활동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청소용역업체에서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청소용역업체는 울산과학대 동부캠퍼스에 들어와 있는 한영기업 소속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조직돼 있다. 전체 18명 중 9명이 노조로 조직돼 있고, 이들은 50대 초·중반의 여성노동자들이다.

대학건물에서 각종 청소 일을 하는 이들 여성노동자들에게 가장 불만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었다.

“사람을 노예취급하는 것이 제일 불만이었어요.”

김순자 지부장은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기 시작하더니 자신들의 부당한 처우에 대한 얘기로 이어지자 쉼없이 긴 얘기가 쏟아졌다.

한 사람이 1~2개 층을 맡아서 화장실, 복도, 강의실 등을 청소하고, 운동장 주변 청소 등의 일을 하는 이들에게 노동자로서의 기본권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비슷한 일을 하는 소수의 직영 청소노동자들과 이들 청소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차이는 3배가 넘는다고 했다.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까지 일하고, 공휴일과 명절까지 수시로 당직을 서면서 이들이 받는 월급은 70만원 수준이었다.
월 평균 3회에 이르는 휴일 당직에는 어떤 수당도 없었고, 연·월차, 생리휴가 등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식비와 교통비 등이 지급되지 않는 것도 물론이었다.

“한 달에 다섯 번 정도 동원이라는 것을 하거든요. 행사가 있거나, 높은 분이 오거나, 책상 등을 옮기는 일들이 있으면 우리들을 동원해요. 그러면 청소 일을 그만두고 나와서 계단을 타면서 책상과 탁자도 들어 날라야 해요. 이 나이에 낑낑거리면서 무거운 것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제일 힘들어요.”

동원이 있는 날은 보통 반나절 정도 동원 업무를 해야 하는데, 그 시간 동안 처리하지 못한 청소업무를 다시 그 후에 정신없이 해야 한다. 그러나 동원업무 후에 미처 청소가 조금이라도 소홀한 곳이 있으면 관리자들은 문책하기 일쑤고 속으로 화를 삼켜야 한다는 것이다.

“점심을 먹으려면 탈의실 와서 밥을 해 먹거나 도시락을 싸 다녀야 했어요. 얼마 안되는 식권이라도 주면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수 있는데, 우리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어요. 탈의실에서 밥을 해서 먹는다고 눈치는 또 얼마나 주는데요.”

조합원들의 가장 큰 불만 중의 하나는 점심식사 문제였다. 대학측과 위수탁계약을 맺은 후, 업체에 고용돼 있는 이들 청소용역노동자들은 법정 최저임금 이외에 최소한의 식비도 지급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 용역업체측에서도 매우 완강하다는 것이다. 식비를 지급하면 업체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휴가도 없기 때문에 평일에 개인 볼일이 있어서 쉬려고 하면 스스로 대체인력을 구해 와야 한다고 한다. 물론 그 수당도 자신이 대주어야 한다.

이런 저런 불만들이 많았지만 노조에 가입하기 이전에는 그저 숨죽이고 살아야만 했다.

“우리를 무식하다고 쓰레기 취급했어요. 말 한마디만 하면 ‘바꿔버린다’고 해서 말도 제대로 못했어요.”

그러던 중에 지난 겨울부터 연대노조 간부들과의 접촉이 이뤄졌다. 그 당시에는 노조에 가입하고 싶었지만 해고가 두려워 쉽게 가입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른 노조에 있는 조합원이 ‘짤릴려고 노조 하는 것이 아니라 짤리지 않기 위해서 노조 하는 거’라는 얘기를 듣고 결심을 했어요.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노조 가입하자고 해서 가입했지요.”

지난 7월 중순 노조에 가입한 후, 업체측에 정식 교섭요청을 보내는 등 단협 체결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업체측에서는 교섭에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9월 18일부로 조정신청을 넣고 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노사간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한다.

“근로시간은 직영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정년을 60세로 하되 본인이 원하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했어요. 지부장 활동시간도 월 8시간으로 하고, 징계위도 노사동수로 구성하기로 했어요.”

그러나 임금과 관련한 문제에서는 쉽게 접근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식비 지급 문제는 업체측에서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노조는 업체와 얘기가 안된다는 판단 속에 원청인 대학측에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당직 수당지급 문제와 주40시간 노동에 따른 O/T수당 문제에서도 양측간의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조합원들 제일 불만이 식비거든요.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제일 힘을 쏟고 있어요.”

동구에 살고 있는 조합원들은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지켜봐 왔지만, 본인들이 봐 오지도 못했고 노조활동을 해보기도 당연 처음이라고 한다. 조합원 중에 몇몇 분은 남편이 현대중공업 조합원이기도 했다. 한 조합원이 대뜸 입을 열었다.

“신랑이랑 얘기하다보면요, 정규직이랑 비정규직이랑 생각 차이가 엄청 많아요. 노조 일에 대해서 말하다가 생각차이 때문에 막 싸워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벽은 부부간에도 쉽게 뛰어넘기 어려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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