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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정치교육에 대해 - 프란츠 파농

여기서 우리는 또 다시 아프리카의 모든 정치인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은 바로 대중에게 지식을 전달해서 전통적인 지적 암흑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일이다. 저개발국에서 책임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궁극적으로 모든 것이 대중 교육에 달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대중의 사고 수준을 높이는 것, 흔히 말하는 ‘정치 교육’이다.
우리는 흔히 대중을 정치적으로 교육하는 일이 이따금씩 대중에게 기다란 정치적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지도자나 그의 참모가 거만한 어조로 하루의 주요 사건들을 설명하는 것으로 대중의 정치 교육이라는 필수적인 의무를 완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 교육은 대중의 마음을 열고, 일깨우고, 지성이 생겨나도록 하는 것, 세제르의 표현을 빌리면 ‘영혼을 창조하는 것’이다. 대중을 정치적으로 교육하는 일은 정치 연설을 한다는 뜻이 아니며 그럴 수도 없다. 그것은 모든 일이 대중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분명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일이다. 만약 우리가 침체에 빠진다면 그것은 대중의 책임이고, 앞으로 전진한다면 그것 역시 대중의 책임이다. 조물주 같은 존재는 없고, 어떤 영웅이 나타나 모든 일의 책임을 대신 져주지도 않는다. 조물주는 바로 대중 자신이며, 마법의 손은 바로 대중의 손이다. 이 모든 일을 실천하기 위해, 진정으로 민중을 구현하기 위해, 우리는 극단적인 분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또 아래로부터 위로의 움직임은 고정된 원칙이 되어야 한다. 형식에 얽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원칙을 존중해야만 구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힘은 밑에서부터 솟아나와 꼭대기에 그 역동성을 공급하며, 변증법적인 도약을 가능케 한다. 이 점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우리 알제리인의 예를 드는 게 좋겠다. 어떤 정부의 어떤 사람도 아직 그런 구원의 사명을 이용할 기회를 가져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알제리에서 투쟁하는 사람들은 일반 대중이며, 이들은 자신들의 험하고 용감한 일상 투쟁이 없다면 수뇌부도 붕괴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전시에 상부는 민중의 존재로부터 자신의 가치와 힘을 얻는다. 말 그대로, 상부를 마음대로 창조하는 게 민중이지, 상부가 민중을 용납하는 것은 아니다.

-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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