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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16
    바람이 아닌 사실
    깡통

바람이 아닌 사실

지난 12월 11일 아침에 들은 라디오 내용 때문에 며칠째 심난하다. 아침마다 듣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가 한 말 때문이다.

 

 

◇ 김현정> 그나저나 교수님, 지금 청취자 천익종님 외에 여러 분이 문자도 주셨습니다마는 ‘이번에 강릉에서 발견된 그 음식물 쓰레기통의 아기, 경찰분 말씀에 의하면 보호센터를 일단 돌다가 입양이 잘되면 그게 최선이다, 그 아이한테.’ 그 말씀하시더라고요. 보통 이런 경우에 입양이 잘 되나요?

 

◆ 정익중> 입양이 불가능합니다. 입양이 되려면 부모, 친부모의 동의가 필요하거든요. 이 아이 같은 경우에는 친부모의 동의가 없기 때문에, 친권포기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이 아이는 평생 양육시설에 살 수밖에 없는 이런 처지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버린 부모를 체포하지 못하면, 잡지 못하면 친권포기 도장을 받지 못하니까 입양이 불가능한.

 

◆ 정익중> 맞습니다.

 

◇ 김현정> 지금 우리 법이 그런가요?

 

◆ 정익중>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베이비박스 같은 데 버리고 가는 아이들, 집 앞에 놓고가는 아이들 다?

 

◆ 정익중> 베이비박스에 놓고 가면 아이들이 좋은 곳에 입양될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는데 실제로 불가능합니다. 출생신고 없이 이런 바로 입양되는, 친권포기절차 없이 입양되는 경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범죄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나는 베이비박스에 있던 아이들도 입양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익중 교수는 불가능하다고 말을 했다. 그래서 알아봤다.

 

방송을 듣고 당황한 나는 12월 11일 베이비박스에 전화를 했다. 페이스북을 찾아보니 2개의 전화번호가 있어서 그 중 한 번호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분은 시설이 두 곳이라며 이곳은 장애아동을 돌보는 곳이라 말을 했다. 전화를 받으신 분은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이도 입양이 된다며 다른 번호로 통화를 하면 자신보다 내용을 잘 알 것이라 말을 했다. 담당자가 외부에 나갔기 때문에 오후 5시 쯤 전화를 하라고 했지만 내가 정신이 없어 전화를 못했다.

 

12월 16일 페이스북에서 지인이 입양 진행한다는 글을 봤다. 지난달에는 또 다른 지인에게 아이가 온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가까운(?) 곳에서 입양을 하는 사람들이 계속 생긴다는 것이 좋았다. 나도 두 명의 딸을 입양한 아빠기 때문에 더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12월 17일 이른 시간 베이비박스의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babyboxkorea )과 서울시아동복지센터( http://child.seoul.go.kr/ )에 정익중 교수의 말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 페이스북 베이비박스는 정익중 교수가 잘 못 알고서 그런 말을 한 것이라는 답 글을 올렸고, 서울시아동복지센터는 답 글을 기다리다 전화 통화를 했다. 베이비박스에 있던 아이들이 거쳐 가는 곳이기 때문에 전화를 한 것이다. 담당자는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이들도 입양이 되고 있다는 말을 했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듣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다. 방송을 듣는 사람들은 그가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그의 말을 큰 의심 없이 듣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정작 반박할 사람들은 그 내용을 듣지 못했으니 그런 말을 했다는 것도 모른다. 결국 그의 말은 방송을 들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건드리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익중교수는 베이비박스에 아이들이 모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을 수도 있다. 물론 나도 베이비박스에 아이들이 모여드는 현상을 좋게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베이비박스에 모이게 되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들이 모이는 이유를 한 쪽에서는 입양특례법으로 인해 생긴 문제라고 보고 다른 한 쪽에서는 입양특례법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어떤 사람들은 베이비박스로 인한 문제라고 주장한다.

 

만약 베이비박스가 없었다면 어떤 일들이 생겼을까?

 

정익중교수의 말처럼 다양한 시설이 있고, 한 부모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도 없어져야 하고, 정부의 지원도 있어야 한다. 문제는 베이비박스를 통하거나 통하지 않거나 입양이 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입양특례법 이 후 늘었다는 사실이다. 정익중교수는 한 해에 200에서 300명의 아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을 했다. 그 말은 전쟁도 없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최소한 이틀에 한 명의 아동이 부모와 멀어지고 있다는 말이며 그 아동들 대부분이 아동보호시설로 쏟아져 들어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동이 자신을 낳은 부모와 같이 살아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의 아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왜 나이 어린 부모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이 베이비박스 때문이라는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저 개인적인 바람은 베이비박스를 통하든 통하지 않던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낳은 부모와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아이들이 새로운 가족과 만났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응답하라 1988을 보며 가족과 함께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한다. 이 아이들도 시간이 지난 뒤, 아니 기억을 떠올리지 못한다 할지라도 가족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말하는 것은 베이비박스의 아이들도 입양이 된다는 것이다. 이 건 바람이 아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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