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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인권 투어] <11> 한국은 '한국 밖'을 모른다
'8888'. 한번 들으면 좀처럼 잊혀지지 않을 듯한 이 숫자는 역사 속의 한 날을 뜻한다. 1988년 8월 8일. 이 날은 버마인들이 신군부에 맞선 '버마민중항쟁의 날'이었다.
경기도 부천에 있는 세 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한국에서 '8888 항쟁'의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이들의 손길이 바쁘다. 바로 버마의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정당 민족민주동맹(NLD: National League for Democracy)의 한국지부다.
이 곳에서는 현재 22명의 당원이 활동 중이며 그 중 6명은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한국에서 10년 째 살고 있는 샤린 씨가 바로 현재 NLD 한국지부에서 활동 중인 '정치적 난민' 중의 한 사람이다.
<프레시안>은 지난 5월부터 연재한 '아시아 인권 투어'의 마지막 순서로 한국에서 난민으로 체류 중인 버마인들을 만났다.
(신군부와 이들이 바꾼 국호 '미얀마'를 인정하지 않는 민주화운동가들의 뜻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 글에서는 미얀마 대신 '버마'로 표기한다.)
"해외에서 버마를 어떻게 도울지 고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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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린 씨는 2004년 1월 '정치적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그가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법적 자격을 획득한 것이다. 어렵게 받은 난민 지위지만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는 이전에 비해 큰 차이점이 없다고 얘기한다.
바로 며칠 전의 일이었다. 역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NLD 한국지부의 회장 아웅 민 스위 씨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한 회사에 전화했다.
"외국인이예요?"
"네. 그런데 불법 아니예요."
"한국 여자랑 결혼했어요?"
"아니요. 난민 인정 받았어요."
"난민? 그런 거 몰라요. 다른 데 알아봐요."
이제 머리가 희끗한 아웅 민 스위 씨는 취직하려면 일단 결혼부터 해야겠으니 어디 참한 여자 없냐며 쓴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저기 저 커피잔 있잖아요. 저걸 사려고 가게에 들어갔는데 가게 주인이 '이 컵 너무 예쁘지? 너희 나라엔 이런 거 없지?'라고 하더라고요. 식당에 들어가면 '너희 나라엔 쌀 없지?'라고 물어요. 그런 말에 이제는 '네, 우리 나라엔 쌀 없어서 물 마시고 살아요'라고 대꾸하죠."
처음에는 화가 나서 그런 사람들과 싸우기도 했다는 샤린 씨는 담담히 덧붙인다. "전 그런 한국 사람들 이제 이해해요. 한국 밖에 있는 세상을 잘 모르니까 그러는 거예요."
"버마를 '겁많은 한국'처럼 만들고 싶지 않아요"
샤린 씨의 눈에는 한국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
"한국은 '겁이 많은 나라'예요. 북한도 무섭고, 미국도 무섭고, 중국도 무섭고…. 난 버마가 민주화된다면 이런 식으로 나라를 만들지 않을 거예요."
계속 한국에서 살 거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기회만 되면 버마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러진 못하고…. 일단 앞으로 더 공부하고 싶어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는데 이제 정치나 국제 관계를 배워보고 싶어요. 공부는 한국보다 여건이 좋은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하고 싶고요."
인터뷰가 끝나고 그와 작별한 뒤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군부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이룬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과 피부색과 인종이라는 잣대로 외국인을 판단할 뿐 '한국 밖'의 상황에 무감한 한국, 그 두 가지 모습 가운데 어느 것이 진짜 우리의 모습일까?
NLD 한국지부는 '8888 민중항쟁'을 기념하기 위해 참여연대, 국제민주연대 등의 시민단체들과 함께 6일 오후 명동성당 앞에서 사진전을 개최할 계획이며 8일에는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강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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