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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에 대한 공포.

어느-「그리고 죽음」, 짐 크레이스- 소설을 읽다가

 

톡토기-잘은 모르지만 묘사된 바로는 바닷가 모래사장에 사는 메뚜기같이 생긴 손가락 한 마디 만한 곤충-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난 다수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고 깨달았다. 모래사장에 지나간 파도의 흔적을 따라 죽 늘어선, 그 조그맣고 까만, 바글바글대는 녀석들.

그게 곤충이라서 그럴까?

 

석양을 배경으로 열두 마리의 기러기가 뒤집은 V, 혹은 W나 V 자로 날아 가는 이미지는-경험에 의하면- 꽤 멋지다. 하지만 석양을 뒤덮은 천 이백 마리, 아니 만이천 마리의 기러기가 날아 가는 이미지는 꽤나 오싹하다. 왠지 지옥이 있다면, 그것의 이미지를 닮았을 것이라 짐작한다.

 

이렇게 보면 그 수 많은 무리, 다수, 대중과 같은 집단 등에 대해 나는 공포를 느끼는 것이 분명하다. 촌스러워 비행기를 타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도시의 풍경은, 접해 본 사진이나 높은 건물에서 내려다 본 끝없이 펼쳐진 건물들의 늘어선 모습이 중첩된 것과 비슷하다고 보았을 때, 나에게는 쾌나 두려울 만한 것일 게다.

 

그 대도시의 건물들, 한 건물 속에 한 사람이 이상이 살 것인데, 그럼 그 많은 건물들 속에 들어 차 있는 사람들이 거리로 다 나온다 치면, 정말 바글바글-까만 점들이 뒤덮은 점묘화-할 것이다. 나는 그것이 마치 로드킬의 희생물을 보는 것과 같이-측은함을 제외하고- 소름끼친다. 우리는 너무 많은 수의 개체가 충분히 좁은 일정한 지역에 모여 산다. 옹기종기 정도가 아닌 따닥따닥.

 

나는 왜 그런 것일까? 왜 많은 것들이 모인 이미지를 무서워 하는가?

 

그래서-마찬가지의 매락으로- 절대 정신이니 대중의 각성이니 뭐라고 이름을 붙이든,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장면이 전율을 불러 일으키면서 무섭다. 만약 다수-민중 혹은 대중-가 뭉친 거대한 혁명이 크고 거친 파도로 일어난다면 나는 지독히도 끔직한 것을 목격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왜 그런 것일까? 왜 많은 것들이 모인 이미지를 무서워 하는가?

 

일단, 내린 답은...

 

다수의 내재적이고 필연적인 폭력. 그 힘의 방향과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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