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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들의 수다> 보고 나서

 

한국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하는 젊은 외국인 여성을 모아놓고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마초적인 발상일 거라는 선입견 때문에 <미녀들의 수다>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는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 매번 꼬박 챙겨 보는 건 아니지만 리모컨 돌리다 걸리면 끝까지 본다.

 

지난 25일 방송에서 일본인 준코씨가 성희롱 당한 얘기를 듣고서는 "이럴수가!"가 아니라 "그렇지, 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 사회가 쪽팔릴 만한 사건이니 민망하긴 해도 '심각하게' 분노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왜 그랬을까? 옳지 못한 일에 내성이 생겼나?

 

준코씨의 경험이 방송되어서 외대는 발칵 뒤집혔고, 준코씨에게 '같이 자면 성적 줄께' 했던 강사는 모가지가 댕강 나가 떨어졌단다. 방송 중에는 "그렇지 뭐"라고 생각하기만 했다는 걸 이런 내용의 기사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보니, 최근 벌어진 모단체의 활동가의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로부터 직접 들었는데 - 피해자가 상당히 마음을 추스린 상태에서 차분히 말해서 그런지도 모르나 - 부글부글 분노하며 '공감해 주기'가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말걸기의 감성이 이상해진 것 같다. 이런 일에 분노하지 않으면 말걸기가 잘못해도 스스로 심각함을 깨닫지 못하고 반성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다 그렇지, 뭐"가 "말걸기가 이런 짓 하건 안하건 세상이 달라지는 거 있겠어, 설마"가 되면 어쩌지?

 

 

다시 <미녀들의 수다> 얘기로... 25일 방송에 출연한 외국인 여성들은, 한국의 환경을 기준으로 삼자면, 참 용기 있는 '증언'들을 했다. 그들은 외국인이니까 노골적이고 솔직하게 얘기하기가 한국사람보다야 쉽겠으나, 그게 그리 쉬운 일만을 아니지 않겠나.

 

얼마 전에 우연히 이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출연한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는 말걸기가 경험하는 한국 사회와 참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출연한 외국인 여성들의 개성도 제각각이고 자기들 나라 얘기도 해주면 재미를 더해준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한국인 출연진은 수준이 너무 낮다. 외국인 여성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조차 하지 못하기도 한다. 지들이 사는 나라 얘기를 해주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걔들이 하는 얘기는 하나도 재미없다. 그래도 '인내심 많은(글쎄?)' 외국인 출연자들은 오래오래 걔들을 상대해 준다. 도대체 그 프로그램 PD는 무슨 생각으로 걔들을 출연시킬까? 웃기지도 않는 것들을.

 

 

어쨌거나 <미녀들의 수다> 보고 나서 말걸기가 '못된 놈' 되어가는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받게 되었으니...

 

그나저나 도미니크 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