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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6
    월출(11)
    말걸기
  2. 2007/02/15
    저 산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말걸기
  3. 2006/11/08
    다시 걷고 싶은 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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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6/11/02
    이런 구름 보고 싶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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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6/10/20
    [여행기] 초록 도시, 하바로프스크의 거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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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6/10/18
    [여행기] 하바로프스크로 향하는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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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6/10/17
    [여행기] 시베리아로 떠나는 날(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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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6/10/09
    해와 구름과 물빛(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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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6/09/21
    안개낀 쓸쓸한 항구(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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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6/09/14
    동화 속 풍경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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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

 

 

 

달이 뜨고 있다.

 

심심해서 뒤적이다 찾은 사진이다.

 

저 산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아래 사진을 보다가 문득

저 산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 NIKON D200 | Nikkor 24-50mm F/3.3-4.5D | 25.0mm | 1/320s | f/8 | ISO 100

 

 

궁금하다는 게 미지에 대한 설레임이나 신비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이 사진을 보면서 든 생각은,

살아가는 목표는 저 산만큼이나 멀리 있고

저 산을 넘어야 할 것 같긴 한데 넘어가 봐야 무엇이 있겠냐는 거다.

그렇다고 나무 그들 하나 없는 황량한 초원에서,

바삭 말라버린 입술만 깨물고 있을 수도 없고 말이다.

마지못해 터벅터벅 걸어가고만 있는 건 아닌지.

 

 

사진은 몽골의, 잠깐 동안의 옛수도 하라호린 동네에서.

 

 

다시 걷고 싶은 길

 

말걸기[초원] 에 관련된 글.

 

 

이제 벌써 추억이 되어버렸다. 추.억.

겨울로 접어든 이 시절에 지난 여름은 너무나 멀다.

 

그 푸르른 초원의 계곡을 돌아나가는 길 위에서 사진을 찍는다. 저 멀리 일행이 앞서 간다. 뒤처진 채 비탈과 산과 구름, 그리고 길과 길 위의 일행을 본다. 잊고 싶지 않아서. 그보다는 그 풍경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길을 다시 걸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아쉬움이 든다.

 


@ 06-07-10 18:31 | NIKON D200 | Sigma 10-20mm F4-5.6G | 18.0mm | 1/250s | f/8.0 | ISO 100

 

 

사진을 한 장씩 '꺼내' 보고 있다. 찍었었나 싶은 사진들을 새롭게 발견하다.

 

 

이런 구름 보고 싶다

 

해가 떠도 우중충한 하늘색. 뿌연 안개, 혹은 스모그 안에 갖혀 살다 보니 문득 이런 구름이 보고 싶어졌다.

 

 

@ 06-07-10 12:48 | NIKON D200 | Nikkor 105mm F2.8D | 105.0mm | 1/180s | f/11.0 | ISO 100

 

 

지난 여름 몽골의 벅다산 국립공원에서. 구름 색 하늘 색 다 맘에 드는군.

 

 

[여행기] 초록 도시, 하바로프스크의 거리

[6월 28일(수)] 하바로프스크의 거리를 걷다

 

 

■ 회색 하늘 아래 초록 도시, 하바로프스크

 

 

하바로프스크의 첫인상은 '회색'이었다. 우중충한 하늘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공항 활주로는 회색빛이었다. 그리고 자그마한 입국 심사대, 좁은 공항 로비. 국제 공항이 있긴 하지만 크지 않은 도시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공항로비에서 환전을 하고 방수 자켓을 꺼내 입고선 공항 앞 광장(?)으로 나왔다. 글쎄 이걸 광장이라 표현해야 하나 싶다. 무슨 공장이나 큰 창고 앞 공터 같은 느낌.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 저편에 버스들이 서 있어 공터를 가로질러 비를 맞으며 걸어갔다. 버스를 타는 곳이 두 군데는 되어 보였는데 하바로프스크역으로 가려면 어디에서 무엇을 타야할지 알기 어려웠다. 그날은 무조건 이르쿠츠크행 열차표를 사야 했다.

 

'진'이, 비를 맞으며 마주 걸어오는 젊은 여성에게 하바로프스크역으로 가는 방법을 물었다. 운이 억세게 좋게도 쏘샤는 영어교육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었다. 첫날부터 복이 터졌다. 떠나올 때의 액땜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그날은 쏘샤의 안내로 하바로프스크의 거리를 쏘다녔다. 아래의 사진은 쏘샤의 도움으로 하바로프스크역에서 이르쿠츠크행 열차표를 구한 후, 여행자들이 많이 묵는다는 호텔로 향할 때의 거리의 모습니다.

 

@ 06-06-28 17:27 | NIKON D200 | Nikkor 24-50mm F/3.3-4.5D | 24.0mm | 1/320s | f/5.6 | ISO 400

 

@ 06-06-28 17:24 | NIKON D200 | Nikkor 24-50mm F/3.3-4.5D | 24.0mm | 1/250s | f/5.6 | ISO 400

 

@ 06-06-28 17:32 | NIKON D200 | Nikkor 24-50mm F/3.3-4.5D | 50.0mm | 1/125s | f/5.6 | ISO 400

 

 

인상깊었던 점은, 하바로프스크역에서 우리 일행이 묵었던 호텔까지의 거리가 온통 초록빛이었다는 점이다. 이 거리보다 훨씬 번화하고 찻길도 넓직한 앙가라 강변쪽도 초록빛이 만연했다. 회색빛 하늘 아래에서조차도 하바로프스크는 짙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길에 물이 고이고 울퉁불퉁해도 여행자에게 편안함을 주는 도시였다.

 

길에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비를 맞으면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비가 온다고 해서 꼭 우산을 들고 다니지는 않는단다. 쏘샤도 비를 맞는 게 좋아서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단다.

 

 

하바로프스크의 도로 교통은 혼잡하지 않았다.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낡고 거칠었다. 버스는 한국의 중고차를, 승용차는 일본의 중고차를 많이 수입한단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사용하는 연료들은 정유가 제대로 되지 않은 듯한 생각도 들었다. 초록빛 도시에 걸맞지 않게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매캐한 연기들이었다. 한국에서는 검은 연기 내 뿜는다고 거리에서 쫓겨나는 자동차를 러시아나 몽골에 파는 것 보면 못할 짓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경제'이고 '무역'이긴 하지만...

 

하바로프스크의 거리가 더욱 '초록'다운 거리가 되려면 몇 가지는 달라져야 할 듯하다. 자동차 매연을 줄여할 것이고, 보행자가 불편하지 않게 걸을 수 있도록 도로가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거대한 광고도 너무 많아 보였다. 한국처럼 건물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간판들은 없지만 보도나 차도나 큰 광고판은 '초록'을 방해했다.

 

무엇보다, 시베리아 여행 내내 그러했지만, 경사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안타까왔다. 러시아라는 나라도, 하바로프스크라는 도시에서도 '시민'의 개념이 성장한다면 한국만큼이나 치열한 '이동권 투쟁'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하기사, 여행 내내 눈에 띌 정도의 장애인은 딱 한 명 밖에 만나지 못했다. 그것도 몽골 유적지에서 지나친 관광객이었다. 이 정도라면 러시아도 '인권 후진국'인 건 사실인 듯하다.

 

 

@ 06-06-28 17:36 | NIKON D200 | Nikkor 24-50mm F/3.3-4.5D | 24.0mm | 1/250s | f/5.6 | ISO 400

 

@ 06-06-29 09:06 | NIKON D200 | Nikkor 105mm F2.8D| 105.0mm | 1/90s | f/5.6 | ISO 100

 

@ 06-06-28 18:01 | NIKON D200 | Nikkor 24-50mm F/3.3-4.5D | 24.0mm | 1/100s | f/5.6 | ISO 100

 

 

위 사진에서 보이듯이 삼성의 간판도 인상적이었다. 호텔방 배란다에서 찍은 사진이다. 오른쪽에 빨간 간판으로 'HK'라고 씌어있는 건물이 쇼핑센터이다. 1층에는 큰 슈퍼마켓이 있어 이르쿠츠크행 열차를 타기 전에 장을 보았던 곳이다. 말걸기는 쏘샤를 기다리다가 일행을 쫓아갔으나 카메라 가방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해서 매장엘 들어가진 않았다. 5층 정도였던 것 같은데 다양한 매장들이 들어서 있었다. 백화점 마냥.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구경을 하는데 경비가 와서 사진을 못찍게 했다. 러시아는 왜 이리 못하게는 게 많은 나라인지...

 

 

하바로프스크가 일년 내내 이렇게 푸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6월 말 하바로프스크는 그 초록빛 때문에 매력이 있다. 또 가고 싶은 이유이다. 시베리아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초록빛을 발산하는 길거리의 잡초를 제거하지 않는 것 같다. 초록빛이 만연한 여름이 짧아서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님, '공공근로'가 발달하지 못해서일까?

 

 

[여행기] 하바로프스크로 향하는 비행기

[6월 28일(수)] 하바로프스크로 향하는 비행기

 

 

■ 롤러코스터, 그리고 박수 갈채

 

 

아래의 사진은 우리 일행이 탔던 비행기 사진이다. 아시아나의 저 비행기는 하바로프스크 공항에 내려 앉자마자 박수갈채를 받았다.

 

 

@ 06-06-28 15:01 | NIKON D200 | Nikkor 24-50mm F/3.3-4.5D | 35.0mm | 1/250s | f/5.6 | ISO 100

@ 인천-하바로프스크를 운행하는 아시아나 항공기. 하바로프스크 공항에서.

 

 

무사히 비행기에 들어앉았지만 일행에게는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다. 이르쿠츠크와 울란바타르는 숙박 및 교통편을 예약해 두았지만, 하바로프스크에서는 숙박이고 뭐고 예약해 둔 게 없었다. 무작정 가서 보자는 식이었다. 문제는 하바로프스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의 열차편이었다. 여름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열차표를 쉽게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들었으니 불안감이 컸다. 러시아에서는 영어를 잘 해도 바보라는데... 무슨 수로 필요한 걸 얻을 수 있을까.

 

그래도 여행객에게 훌륭한 정보를 제공하는 Lonly Planet을 열심히 뒤지며 호텔 몇 개는 찾아볼 수 있었다. 여행 내내 그러했지만 이런 작업은 '진'이 무척 잘 했다. 끝까지 여행지 정보를 브리핑해 주었다. 셋 중 하나가 공부해서 나누어 주기란... 좋은 일이다.

 

갑자기 불안함에 불안함을 더한 일이 생겼다.

 

머릿 속에 '열차표 열차표'를 외치는 도중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안전띠 매란다. 아직 식사 중인데... 밥을 먹는데 비행기가 요동을 쳤다. 처음에는 살짝쿵. 식사가 끝나고 자리 정리까지 마치자 더욱 심하게 요동을 쳤다. 20분 정도만 날아가면 하바로프스크인데 기장이 방송을 했다. 승객여러분, 하바로프스크의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결론은 좀 가보다가 여의치 않으면 블라디보스톡 공항으로 가겠단다.

 

헉. 블라디보스톡에서 여행을 시작할까 했지만 열차를 너무 오래 타야 하고 등등. 그래서 여행 일정에서 뺀 곳이다. 큰 항구도시인만큼 거칠고 분위기 험하다는 얘기까지 들어서 쫄았던 동네.

 

비행기는 위아래 좌우로 심하게 요동을 치는 가운데 '진'은 잠을 자고 있었다. 비행기만 타면 잠을 잘 잔단다. 깨워서 함께 고민한다고 해결될 건 아니고... '각'과 함께 조마조마 마음을 졸이며 '롤러코스터'를 즐길 수밖에서. 얼마나 심하게 요동을 쳤는지 왠만한 롤러코스터보다 재미는 있었다.

 

결국엔 하바로프스크 공항에 착륙했다. 뒷바퀴가 활주로에 닿자 승객의 절반은 박수 갈채를 보냈다. 다들 하바로프스크에 사연이 있어 왔을 터인데 안도한 듯했다. 박수 갈채를 치고서도 재미 있었던지 다들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여행기] 시베리아로 떠나는 날

[6월 28일(수)] 시베이라로 떠나는 날

 

 

■ 가는 날, 공항에서부터 액땜하다

 

 

가는 날부터 기분 상하는 일이 있으면 여행을 다 망칠까봐 조마조마 조심스럽게 짐을 들고 나섰다. 말걸기의 짐은 '×2'였다. 10kg이나 되는 사진 장비 때문이었다. 들고 다니자니 버겁고 불편하고, 없이 다니자니 아쉬울 게 뻔한 사진 장비. 언제 다시 가보겠냐는 마음에 힘들더라도 들처 매고 집을 나섰다. 짐은 무거워도 '튼튼한 등산화'가 있으니 발바닥 피곤함은 모르고 지내겠지 맘은 놓였다. 그 등산화 3년 전에 터키도 함께 다녀온 나름 '혼수품'이었다.

 

약속시간보다 늦었으나 '각'만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은? 핸드폰도 두고 왔으니 소식을 알 수 없었다. 기다려야지 뭐. '각'에게 짐을 맡기고 화장실을 가려고 넓은 공항의 홀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딸까닥 딸까닥.' 꼭 쓰레빠 질질 끄는 듯한 소리가 났다. 공항 바닥 참 희안하네. 화장실에서 나와 제자리고 돌아가다 여전히 시끄러운 발바닥을 쳐다보았다.

 

아뜨~ 이런. 처음에는 등산화 바닥에 뭐가 붙은 줄 알았다. 밑창이 떨어져서 너덜거리고 있었다. 다시 봐도 마찬가지다. 어쩐다. 맨발도 다닐 수는 없고. 신발가게? 어쨌든 '각'에게 짐을 맡기고 '각'이 알려준 공항 내 백화점 매장을 뒤졌다. 등산화를 대체할 만한 신발을 없었다. 디자인도 요란하기만 하고. 이것저것 신어보고 있는데 '각'이 찾아왔다. '진'이 왔으니 수속부터 밟자 한다. 하기사 탑승 전에 면세점 있으니... 거기에도 살 수 없다면 하바로프스크에서? 무조건 사야지.

 

 

덜커덩 덜커덩 소리를 내며 수속을 밟는 기분은 별로였다. 긴 줄은 점차 줄고 우리 차례가 왔다. '각'과 '진'의 여권은 너무 많이 사용했는지 겉장이 떨어질 듯해서, 비자를 대행해 주었던 여행사에서 스카치 테잎으로 겉장으로 고정했었다.

 

아시아나 직원이 이를 두고 잔소리가 심하다. 입국 거부당할 수도 있단다. 아예 각서를 요구한다. 항공사는 수속 밟아준 책임이 없다는 각서. 친절함을 제처두고라도 땍땍거리기까지 한다. 그것도 빈정상한다. 아시아나 직원이야 그렇다치고 진짜로 입국을 거부당하면? 비자까지 내주어놓고 그러지는 않겠지 하면서 '러시아'라는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 왠지 불안하다.

 

 

어쨌든 세관신고에 출국심사까지 마쳤다. 면세점에는 'The North Face'라는 등산 전문 브렌드가 있었다. 그게 등산 전문 브렌드인 거 그날 알았다. 눈에 쏙 들어오는 신발은 비쌌다.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 사이즈가 맞는 게 있어얄 말이지. 작은 건 못 신을 터이고 조금 큰 신발을 샀다. 첫날부터 14만원이 훌러덩 날개 달고 도망갔다. 면세점은 왜 면세점일까? 세금까지 깎아줬으면 싸야 하는 거 아냐?

 

긴 여행에서 진면목을 발휘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등산화를 버릴 수는 없었다. 매장 직원에게 집에 부처달라고 했더니 규정이 어쩌고 저쩌고 거절한다. 면세점에서는 물건이 나갈 수 없다나? 좀 이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발에 붙어 있으면 가볍기 그지 없는 등산화는 여행 내내 배낭 맨밑에서 어깨를 눌렀다.

 

에휴~ 첫날부터 돈 쓰고 짐은 무거워지고... 액땜이겠지 위안했다.

 

 

문제를 해결하니 약간은 여유를 부렸다. 가볍게 허기를 달랬고 사진도 찍었다. 몇 군데 전화도 걸고. 공부도 하고.

 

 

@ 06-06-28 09:30 | NIKON D200 | Nikkor 24-50mm F/3.3-4.5D | 50.0mm | 1/100s | f/4.5 | ISO 400

@ 탑승을 기다리며 열심히 공부하는 '각'

 

 

해와 구름과 물빛

 

후쥐르 마을 뒤편 언덕. 바이칼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곳.

그곳에서 석양을 보다.

오후 10시지만 아직 해는 저편 산 위에 있다.

 

 

@ 06-07-04 22:01 | NIKON D200 | Sigma 10-20mm F4-5.6G | 14.0mm | 1/20s | f/16.0 | ISO 100

 

 

지난 여름 여행 다녔던 곳 사진들을, 이제 또 하나씩 꺼내 보고 있다.

 

 

안개낀 쓸쓸한 항구

 

바이칼 호수에는 '리스트비안카'라는 자그마한 항구 도시가 있다. 바이칼의 특산 생선인 '오물' 요리로 유명한 도시이다. 호숫가 좁은 도로 한쪽은 호텔들이, 한쪽은 선술집과 좌판이 늘어선 작은 항구이다.

 

저녁을 먹고 보드카 한 잔 하려고 항구까지 나와서 선술집에 들렀다. 한 잔 하고 저 편을 바라보니 안개가 가득하였다. 하지만 안개를 성공적으로 사진에 담지는 못했다. 그래도 쓸쓸한 항구의 분위기는 담았다.

 

외롭게 앉아 있는 사람. 건너편 선술집에서 마주 앉아 보드카를 들이키는 사람들.

 

 

@ 06-07-05 23:10 | NIKON D200 | Nikkor 24-50mm F/3.3-4.5D | 29.0mm | 13.0s | f/11.0 | ISO 100

 

 

불빛이 번지는 곳이 어색하다. 왕건이가 CCD에 붙어 먹어서 손을 댔는데 그래도 이상하다.

 

 

동화 속 풍경 같은

 

바이칼 호수의 물이 흘러 나가는 유일한 강이 '앙가라'강이다. 이르쿠츠크 외곽 앙가라강변에 있는, 소나무 섞인 자작나무 숲속에 통나무집들이 있다. 동화 속 풍경 같은 아래 사진의 집은 바이칼-이르쿠츠크 여행 때 몇 일 밤 묵었던 곳이다.

 

이 통나무집들은, 소비에트 시절 모든 인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여름 별장 '다차'였다. '다차'는 텃밭을 일구고 여름을 보내기 좋은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소비에트가 무너질 때 '다차'는 각자 개인의 소유가 되었다. 여전히 자신의 '다차'에서 여름을 보내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사회답게 다차를 몇 푼에 넘겨받아 관광 숙박 시설로 운영하는 회사가 생겨났다.

 

일행이 머물렀던 곳은 이르쿠츠크의 모회사로부터 인수하여 통나무집 호텔을 운영하는 한인의 소유다. 모기만 없다면 아주 훌륭한 여름 휴양지이다.

 

 

@ 06-07-08 00:19 | NIKON D200 | Sigma 10-20mm F4-5.6G | 17.0mm | 124.700s | f/5.6 | ISO 100

 

 

안으로 들어가면 뭔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사진이 풍기는 기대와는 달리 사진 속 건물은 호텔 사장과 직원들이 사용하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