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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이

 

참으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세상에나 이런 일이 벌어졌다.

 

 

말걸기가 25분만에 반찬 다섯 가지를 마련해서 저녁밥을 먹었다.

 

 

겔뱅 말걸기는 지난 2년 간 주부랍시고 빈둥거리기 일쑤라 수련이 부족해 언제나 비효율적으로 집안일을 해왔다. 파란꼬리는 대충대충 설렁설렁 해도 후딱후딱 뭔가 하는데 말걸기는 그게 안되더랬다.

 

그런데... 너무너무 배가 고파서 가스 렌지 세 개를 동시에 돌리는 정말 이례적인 개인기를 보였던 것이다.

 

 

월요일 하루 종일 밖에서 공부하면 화요일엔 늦잠을 잔다. 요즘 아토피가 심해서 한의원에 다니는데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간다. 일어나서 어영부여 밥차려 먹고 집안 정리하고 빨래를 삶으니 벌써 병원 갈 시간. 별로 한 것도 없이 시간은 잘 간다. 이게 말걸기식 저효율 가사노동.

 

병원 진료가 끝나니 저녁 시간. 배가 고파지는데 유혹이 한 가득이다. 병원 동네서부터 차 타고 집에 오는 내내 '뭐든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지나는 곳마다 '방앗간'이었다. 하지만 돈 쓰는 것도 아깝고 한의원에서 가리라는 음식도 많아 사 먹을 수가 없었다. 얼른 집에 가서 밥 해먹는 수밖에.

 

집에 오니 하다만 빨래와 설거지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바닥도 닦아야 하겠고. 배고프니 밥부터 먹을까 했지만 밥을 먹으면 분명 퍼져서 TV나 보다가 '내일 하지 뭐' 할 게 분명했다. 그래서 설거지, 빨래, 청소, 밥을 했는데 이것도 순 말걸기식 비효율의 절정이었다. 해는 지고 어두워졌다.

 

디지게 배가 고팠다. 대충 먹어 치울까 하다가,

 

"하루에 설거지, 빨래, 청소를 다 했는데 대충 먹을 수는 없어! 이것 때문에 하고 싶은 몇 가지는 하지도 못했단 말야. 말걸기는 잘 먹을 권리가 있어! "

 

하며 당장 해먹을 수 있는 반찬들을 만들어댔다. 다섯 가지에 25분 걸렸다. 그 다섯 가지가 뭐냐면... 밝힐 수 없다. 남들은 다 그 정도나 그보다 더 많이 할 텐데 쪽팔리게시리... 어쨌든 주부 3년차만에 벌어진 놀라운 일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