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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을 받자!

 

나는 5년 7개월 16일 동안 일을 했다. 한국사회의 진보와 진보정당의 성장을 위해서 민주노동당에서 일을 했다. 나의 동기는 명백히 정치적이다. 그렇다면 이 때문에 나는 내가 일한 노동에 대한 보상을 주장해서는 안 될까?

 

 

민주노동당을 사직한 지 2개월 가까이 지나 나는 오늘 당에 전화를 했다. 신임 총무실장와 퇴직금 문제로 얘기를 나누었다.

 

"퇴직금 때문에 연락했습니다."

 

"무슨 얘기를 듣고 전화하신 겁니까?"

 

"네? 무슨 얘기를 들어서가 아니라 퇴직금은 당연히 주셔야죠."

 

"당 사정 잘 알면서 그러세요. 그래서 뭐요?"

 

"퇴직금 달라구요."

 

"일단 알았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창당 초기에서부터 상근자의 급여와 처우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생활급여 지급과 4대보험 가입, 그리고 퇴직금 적립의 필요성 등. 그때마다 재정 사정과 중앙-지역 간 형평성 문제로 항상 유예되었다. 지금 몇몇 시도당은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민주노동당은 국회진출 이후에 정책연구원에게는 약간의 추가 급여와 4대보험을 제공했다. 정책연구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2명에게는 퇴직금도 지불했다. 하지만 이는 왜곡된 문제를 안고 있다. 100명을 넘게 고용했다는 이유로 선관위는 민주노동당의 국고보조금을 삭감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당은 노동-보험-세무 관련 기관에는 50인 이하 사업장으로 등록되어 있다. 당에서는 정책연구원만 노동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세무서는 나의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을 원천징수를 한 적도 없고, 나는 건강보험료도 지역가입자로서 냈다.

 

정책연구원의 경우는 그나마 채용 절차가 그럴 듯했고 구두로라도 고용계약이랄 만한 게 있어서인지, 그리고 4대보험과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를 하게 되어서인지 이들에게는 나름대로 할 건 한다. 이로써 당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정체성' 차이를 노린다. '정책연구원'은 고용된 사람. '상근자'는 '활동가'. 당이 '정책연구원'과 '상근자'를 구별하고 4대보험 적용도 차별하고 퇴직금 문제도 차별하는 게 마치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사장님들과 오버랩된다. 처우가 다르면 이해관계가 달라지고 생각과 느낌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양자의 이해관계의 차이는 '부리는 입장'에서는 좋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노동과 복지에 대해서 할 말을 하는 진보정당이, 유독 그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자본가가 고용하지 않으면 노동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디. 당에서 일을 한다는 건 정치적 목표와 목적이 있으므로 노동의 대가를 바라는 건 정치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옳지 못하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는 듯하다.

 

 

내가 퇴직금으로 받아야 할 돈을 계산해 보았더니 다음과 같다.

 

116만 6,700원 × (5 + 7/12 + 16/365) = 656만 5,220원

 

내게는 적은 돈이 아니다. 나의 미래를 위해 써야 할 돈이다. 내가 '활동가'로서 일했다는 이유로, 나를 고용한 자가 자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내가 일반 회사를 다닌 게 아니라는 이유로 나의 노동에 대한 보상을 포기해야 할까? 법이 최소한으로 보장한 나의 권리를 포기하면 누가 이로울까? 당이 더 성장할까?

 

진보진영 또 어디선가에도 있을 지 모르는 '보상의 유예'는 모두 끝나야 한다. 퇴직금을 받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