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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퀴어들이 해태로 행세, 퀴어가 아닌 척 하는 걸 위장(passing)이라고 한다.더라.

 

위장은, 속임수라기 보다는 일종의 생존수단으로써의 방어기제같은 거다.

 

왜냐하면 한국에는 동성애자가 없다..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분들이 많이 생존해계시고

 

트랜스젠더는 임신초기 어머니의 잘못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장애다 라고 생각하는 양반도 생존중이시다. 그런 상황에서,

 

나 여기 있소라고 말하는 건 사회적 자살행위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따가 되는 건 기본이고, 회사에서 짤리고, 가족들과 의절하는 등의 일련사태를 겪으면

사회적으로 자살인 셈인데,

이런 걸 감당할 뭔가가 없을 바엔 "예방"이 필요하다..그래서 위장 같은 걸 한다.

 

이런 실질적인 이유 이외에도,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뭐냐하면, 나를 긍정하고 지킬 내부의 힘이 항상 100% 충전되어 있을 리 없으니까.

 

게다가 퀴어 대표 노릇을 하기는 정말 싫으니까. (저 여자가 레즈비언이래..레즈비언들은 저 여자같이..먹고, 자고, 싸고, 행동하고..등등의 꼬리말들)

 

그런데, 이런 실질적인 이유들을 넘어서서 가끔 미친척 커밍아웃을 할 때가 있는데

 

(주로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소망에서 기원한다. 판타지도 작용하고..)

 

신기하게도, 커밍아웃을 한 다음 사람들은 화를 버럭 내곤 한다.

 

뭐라면서 화를 내냐면,

 

"네가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네가 날 속여왔다는 게 화가 나는 거야!"

 

아..사실 이런 어불성설에 답을 하는 열정따위까지 계산에 넣어 커밍아웃 사전 준비를 해도

 

들을 때마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몇 초간은 할 말을 잃게 된다.

 

"나는 네가 해태로라는 사실 때문에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내 자신을 해태로처럼 가장해야 했다는 게 화가 나"

 

내가 이런 반문을 할려면, 아마도 몇 년의 시간은 더 흘러야 할 것 같다.

 

그 전까지는 가슴 속에 꼬깃꼬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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