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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라는 것을 깊이 생각한다.

수많은 죽음을 제대로 직면하고 애도하지 못한 채

커다란 대의 뒤에, 나 자신에 대한 분노 뒤에, 열등감 뒤에 숨어서

마음과  몸이 너덜너덜하게 닳아 버리는 그 질량에 스스로 만족하면서

-나는 괴롭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라는 식의 안도, 자위.

 

내 몸이 닿아 있는 그녀와 그의 죽음은 안중에도 없었구나.

나의 마음도 어떻게 헤지고 바래지는지 몰랐구나.

 

그 슬픔 속 위안에

그 고통 속 아름다움에

캡쳐된 장면들이 가슴 속에 배접한 듯 남아 있다.

 

 

 

 

아네스의 노래 

이창동 (양미자)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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