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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라는 화이트 큐브

평소 잘 가지 않았던 장소를, 잘 가지 못했던 시간에 가서인지

뻑뻑하고 녹이 슨 관계들인 사람들을 만나고,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3~6개월짜리 비정규직에서, 1년 혹은 그 이상의 비정규직 계약으로 신분이 다소 상승한 탓인지(?)

머리 모양과 옷이 바뀌어 있기까지 하니, 더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아토팩토리 사업이나, 각종 레지던스들이

작업을 하고 있거나, 기획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서 다행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런 제도로의 수렴이 공동체 예술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 낼 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사회/문화지리학적으로 흥미로운 지역들에 아트팩토리를 만들면

그것의 정치적 풍경과 중층적 맥락들을 살려서 가도 좋으련만,

그 공간의 사회/문화 지형들을 밀거나 들어내서

번쩍번쩍하게 지은 건물 속으로 우겨 넣는 것은 뭐랄까..

사회지리학적인 재개발같은 것이 아닐까.

 

일상의 사회적이고 정치적 맥락이 형성된 공간을, 새롭게 만든 '예술적 공간'이라는 표백되고 안전한 공간 속으로 바꾸어 넣는 것 말이다. 서울시가 거대한 화이트 큐브가 되는 것 같다.

 

이제 일상의 공간 자체가 하얀 갤러리에 전시되는 것일까봐 매우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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