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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라됴대본-육손이 겨주

 

 

야성의 꽃다방 시즌2_sfx Radio Seoul 2008 방송원고

방송일자 : 2008년 8월 26일(화) 오후 6시~7시


<육손이 겨주>


기획, 연출, 원고 : 달차

제작참여 : 야성의 꽃다방 시즌2 멤버들

방송형식 : 복합구성 드라마


<줄거리>

때는 1920년대, 남도의 왕산리라는 곳에서, 오른쪽 손가락이 6개인 여자 아이 ‘겨주’가 태어난다. 겨주는 커가면서 자신의 여섯 번째 손가락의 쓸모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동네 아이들과 놀이를 하다 그것의 오묘한 쓸모를 느끼게 되는데...욕손이 겨주는 자신을 괴물로 보는 왕산리를 떠나 여기저기를 떠돌며 많은 사람들과 (성적인) 다양한 모험을 하게 된다.  신여성 혜선을 통해 알게 된 서울의 여성지식인 살롱의 멤버 하륜, 낭전,  등과의 공동체 생활과 남장을 한 갖바치 적준 등을 만나며 자신을 찾게 된다.


<등장 인물>

겨주 : 육손이로 태어난 인물. 자신의 여섯 번째 손가락의 쓸모를 찾아 평생 떠돌이 생활을 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과 뜻하지 않은 모험을 하게 된다.


겨주 엄마 : 생전 오르가즘을 느낀 적 없는 가난한 농사꾼. 처녀 몸으로 겨주를 낳는다.


겨주 할머니 : 환양녀로 손가락질 당하면서 혼자 겨주 엄마를 키웠다. 성격 있다.


혜선 : 부모로부터 버림 받고 고아원에서 자랐지만 굉장한 지적 욕구를 가져 독학으로 명문대학에 들어가 하륜을 만나게 된다.


하륜 : 살롱의 주축이 되는 인물로 부유한 집안의 딸로 서구 문물에 민감하다. 그


낭전 : 하륜을 좋아해 살롱에 들어온 사람으로 게으르고 몽상하기를 좋아함.


적준 : 대대로 갖바치였던 가업을 잇다 보니 남장을 하게 된 인물


코러스 : 이야기의 진행을 이끌어 가는 해설사






BG  UP

DN


야성의 꽃다방이 소개하는 어처구니 드라마

육손이 겨주


BG UP

DN


E(트라이앵글 3번 치기)

코러스

때는 바야흐로 1930년 지도에서 찾을 수 없는 남도의 땅 왕산리에서

모두가 기다렸으나 당신만이 받아들일 수 없는 한 아이가 태어났다.

그 이름 겨주.

굵고 굵은 엄지손가락, 손톱조차 없구나,

하늘의 특별한 점지임이 분명하구나.

양손의 두 엄지를 물갈퀴 삼아 지 어미의 자궁을 헤엄쳐 나왔구나.

일찍 핀 코스모스가 돌아오는 가을의 바람을 전하지 않던가,

미친년들의 예기치 않은 즐거움이 아니던가!

효녀 겨주, 태어나기를, 그 성스런 엄지로 어머니 보지에 숨겨져 있는 보석을 불끈 쥐며 빛을 보았는데

생전 처음 잡아 보는 가자미, 가자미, 오르 가자미 맛에 멋도 모르는 에미가 겨주를 잡는 구나

E(트라이앵글 3번 치기)


겨주엄마 

아이구 아이구,  고것이 나를 죽이네, 아이고~


겨주 할머니

아니 왜 그려, 거진 다 되었는디, 이제 다 나왔어야. 조금만 참어 봐  이제 다리만 쑥 빠지면 되겄는디?


겨주엄마

아이고 아이고, 엄니, 그게 아녀, 요것이 내 보지를 꽉 붙들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당께, 어서 무슨 갓난쟁이나 이렇게 손심이 센 겨~~, 아이고~!



겨주 할머니

으이구, 요 밝히는 년, 아이를 낳는데 이렇게 발광인 년은 네가 처음이다.

뒷구녕으로 똥은 똥대로 다 싸놓고(엣퇘!)

얼굴은 왜 이리 벌겋고, 다리는 왜 이렇게 오두 방정으로 부들부들 떠는 겨~,

아랫도리는 돼지 오줌보마냥 부어 올라갔고, 허허허, 피가 폭포처럼 콸콸 쏟아지는 게, 어째 사정이라도 하는 듯 허다, 응? 크크크

겨주 엄마

에고 딸년 죽어 나가는 데 엄마는 그리 좋아 죽수?

얼른 고것을 떼내 보라니께, 몸이 요상해서 더 이상은 못 참겄소, 아이고..아이고


겨주 할머니

크크크 알겄다 알겄어, 내가 아일 수없이 받아 봤지만 요렇게 지대루 지 애미 죽이는 새낀 처음이네, 크크크 , 자자 요것아 네 에미 보지를 놓아야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여, 어서 손을 떼고 나오거라, 으쌰, 아이고, 나왔다, 나왔다~ 먹인 것도 없는데 엄마 살을 뜯어 먹었는지 토실토실 살이 올랐네~


겨주 엄마

(크게 숨을 내쉬며) 에휴~ 이제 좀 살겄소, 그나저나 고것 얼굴 좀 봅시다.


겨주 할머니

엤다, 받어라


겨주 엄마

엥? 계집이잖아? 아니 고추도 아닌 기집년이 그렇게 손아구 심이 셌단 말여? 어디 손 좀 보자, (살펴 보는 척 하다가) 어마, 엄니, 요거 보소, 요년 손가락이 여섯 개요, 여섯 개, 그것도 한 쪽이 아니라 양 쪽으로 여섯 개요, 엄지 하나씩이 더 달렸지 뭐요?!


겨주 할머니

어디 보자, 오매, 진짜네? 아니 요것이 무슨 일이냐

우리 집안에 육손이는 한 명도 없었는데, 요게 어디에서 튀어 나왔냐, 그래?


겨주 엄마

(울먹이며) 아이구 난 몰라, 힘들게 낳았으면 고추라도 달려 있어야지, 이거는 천상 병신인 년이 태어났네, 저걸 어디다 쓴 단 말요. 그냥 엎어 버립시다, 바닥에 확 엎어 버려랑께요? 그렇지 않아도 처녀가 배부른다고 마을 사람들이 못잡아 먹어 난린디, 그냥 죽여 버립시다!


겨주 할머니

쯧쯧쯧, 어쩌겄냐. 너한테 점지된 게 요것인디.

그래도 태어나겄다고 제대로 펴지도 못하는 욕손으로 네 보지를 꼭 붙들지 않더냐

그리고 너도 태어나서 그런 재미를 본 거는 처음이지 않냐, 크크


겨주 엄마

(안절부절)움마~~~ 망측허요, 제가 언제 그랬다고?


겨주 할머니

크크크 어디서 모른 척은, 됐다, 됐어.

이런 상서로운 것은 죽이면 되려 큰 일이다.

살아 날라고 제 엄니 보지 붙든 년, 제 어미 진짜 죽여준 이 년 이름 주겨준다 해서 겨주 어떠냐, 겨주, 하하하~


겨주 엄마

(혀를 차며) 허, 기도 안차요, 누가 환양녀 아니랄까봐

맘대로 하쇼, 나는 고것 얼굴 다시는 보기도 싫수다.


E ( 트라이앵글 천천히 3번 치기)

코러스>

이렇듯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를 기쁘게 했던 천상 효녀 겨주 였거늘

처녀 몸에 태어난 아비 없는 자식이기에, 환양녀의 손녀이기에

세상 사람들 잔인한 마음에서 베어 나오는 미움과 무시의 즙물을 받아먹으며

억세게 끈질기게 살아 남는 구나,

남들이 침을 뱉으면 그 침을 받아먹고,

처량한 오지 손가락으로 저주를 퍼부을 땐, 그 손가락 하나씩 빨아 주고,

동네 또래 친구들의 육체를, 육손이의 보드랍고 거센 엄지로 구석구석 주물러 주며

젖은 엄지 말릴 세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16살이 된 겨주의 아랫도리에 붉디 붉은 첫 번째 피꽃이 피는데...

E (트라이앵글 천천히 3번 치기)


겨주

(멀리서 숨을 헐떨 거리며 뛰어 오면서) 엄니, 할매~! 요것 보소, 나 달거리 시작했나벼.


겨주 엄마

아이고 아무 데서나 그렇게 아래를 까면 어쩌냐 (옷스치는 소리)

어디 보자, 오매~! 너 진짜 달거리 하나 보다~잉.

으이구(겨주에게 꿀밤을 먹이며) 빨래 거리 늘었네.


겨주

아야, 아니 엄니는 딸래미가 달거리를 시작했으면 몸보신을 못 시킬 망정, 냅다 꿀밤이요?

그나저나 나도 이제 달거리 시작했으니 약속한대로 집을 떠날라요.


겨주 엄마

아니 자다가 왠 봉창 두들기는 소리여!

어딜 혼자 나가 살어, 네가 뭘 해 먹고 살 수 있간디?

겨주

지두 다 생각 있응께,  걱정 붙들어 매쇼, 며칠 안으로 집 떠날 텡께 그리 아쇼


겨주 엄마

(아주 웃긴다는 목소리로) 지랄허고 자빠졌네, (멀리 있는 사람 부르는 것처럼) 엄니, 방금 이야기 들었수, 요 재수가 집을 나간다네 기가 막혀갔고..


겨주 할머니

응? 겨주야, 어디 간다고?


겨주

야, 인제 여기선 더 볼 것도 없소, 그 나마 할머니 땜에 여기 눌러 앉아 있었던 거 알잖여.


겨주 할머니

맘은 먹고 있었다만은...맘이 섭섭~ 허다. 그라믄, 어디 갈 데는 있고?


겨주

아직 없어, 그치만 어디든 내가 짐승 아닌 사람 대접 받는 곳을 찾아 나설라고.

할메도 알겠지만, 엄니야 언제든 내 엄지손가락 잘라서 유곽에 팔아넘길 생각 밖에 없잖여.

유곽에 가는 건 상관없지만서도, 엄지손가락 자르는 건 죽기 보다 싫응께.

할메 내 맘 알제?


겨주 할머니

그려, 알다 마다. 마음에 준비는 슬슬 하고 있었다.

그럼 당장 내일이라도 갈려?


겨주

응. 할메만 알고 있어.


겨주 할머니

잠깐만 기다려라(부스럭 부스럭, 찾는 소리) 자, 이거 받아라.


겨주

요게 뭐여?


겨주 할머니

예전에 고향 돌아오기 전에 알던 양년이 나한테 준 건디, 카메라라고 하는 거다


겨주

카메라요?


겨주 할머니

응, 그 양년이 파리라는, 물 건너 이국에서 가져온 것인디,

그 년이 말하길, 요 사진기라는 게 시간을 잡아 두는 요물이라고 그러드라

나 같은 여자들이 외롭고 쓸쓸 헐 때에 그걸로 세상을 담고 사람을 담아 지니고 다니면

들 외롭다 그러면서 선물로 준 것여.

사용하는 방법은 안에 어디에다가 써 놓았다고 하는데..잘 찾아봐.


겨주

알갔서라...이걸로 열심히 사진 찍어가지고 내 구경한 거, 나중에 고향 돌아 오면 다 보여줄께.


겨주 할머니

(갑자기 정색을 하며)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너나 나 같은 년들은 태어난 곳이 고향이 아니여, 알겄냐?

고향은 멩그는 거여, ......... 네 고향이 만들어 지면 날 불러라, 돌아올 생각은 허지도 말어. 알겄지?


겨주

응, 알겄소~내 고향 맹글어지는데로 바로 부를텐께. 그 때까지 살아 있으쇼잉?


E(트라이앵글 세 번 치기)

코러스>

길 떠나는 겨주의 뒷태가 늠름하면서도 외롭구나

언제나 새로운 길에는 두려움과 함께 새로운 모험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하는 법.

하늘빛도 세상의 모습도 모두 다 달라 보이는구나.

항상 배고픈 청춘이어도 겨주의 마음 속은 들뜨기만 한데

허허벌판에서, 인기척 없는 산 속에서 누구의 눈치 볼 것도 없이

여섯 손가락의 현란한 기교로 자신의 몸을 위로하는 것도 혼자 여행의 기쁨아 이니겠는가

오늘도 육손이 겨주는, 절정 이후 밀려드는 나른한 낮잠을 즐기는데...

E(트라이앵글 세 번 치기)


하륜

(혼자말) 아니 여긴 대체 어디야? 어, 저기 저거,  사람 아닌가?

(자고 있는 겨주를 보며) 여보슈, 말 좀 물읍시다.


겨주

으, 응?(잠을 깨며)


하륜

안녕, 나는 하륜이라고 해. 친구들이랑 같이 놀러 왔는데 길을 잃었지 뭐야.

여기가 어딘지 아나?


겨주

잘 모르는디,.. 나도 초행이구먼

하륜

(털썩 주저 앉으며) 야, 이거 지도도 완전 엉망이고, 차도 고장나고, 날씨는 덥고, 짜증난다, 짜증나


겨주

뭐 그리 짜증낼 게 있다고.. 저 아래 50발자국만 걸어가믄, 목을 축일 수 있는 시냇가가 있응께. 거서 열좀 식히고 오시덩가..


하륜

아, 진짜? 땡큐~(멀리 바라보며) 애들아 와서 목이나 좀 축여~ 이리로 와~


(시간이 흐르는 걸 알려 주는 BG 가 흐른 후)


하륜

야, 살겠다, 살겠어. (겨주에게) 덕분에 목도 축이고 짜증도 가셨어, 고마워.

그런데 이름이 뭐야?


겨주

아, 나는 겨주라고 혀.


하륜

겨주, 이름 특이한데, 좋다. 반가워. 악수나 할까? (악수를 청하다 겨주의 손을 보고) 어? 엄지 손가락이 2개네? 다른 쪽 손도 그래? 좀 봐. 와~ 이거 육손이라고 하던가? 신기한데?

(친구들에게 고개를 돌리고) 야, 이 사람 손가락이 6개야, 이리 와서 봐봐.


(혜선, 낭정 같이 구경한다, 구경하면서 내는 소리 --“와, 진짜네, 한 손 육손은 봤어도 두 손다는 나도 처음이야”,등등)


하륜

이거 손가락이 여섯 개라니, 왠지 쓸모가 많은 것 같은데?


낭정

(약간 느린 말투) 그러게, 이렇게 손가락이 여섯 개면 술병도 한번에 많이 들을 수 있겠어.


혜선

으이그 너는 또 술타령이냐, 아직 약관도 넘지 않은 나이에 술에 빠져 가지고


낭정

아니 왜, 한 번에 술을 많이 집어올 수 있으면 좋잖아. 화장실 가는 것도 귀찮아 죽겠는데


하륜

야야,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 무슨 창피한 이야기들이냐. 그러지 말고 서로 소개나 나누지.

혜선

안녕, 나는 혜선. 반갑다.


낭정

나는 낭정. 언제 술이나 마시자.


겨주

응, 나는 겨주라고 혀. 육손이 겨주라고들 불러..

그런디, 아까 살짝 들었는디, 자동차가 있담서? 나도 좀 볼 수 있능가?


하륜

어디 보다 뿐이야? 가는 길에 태워다 줄게


혜선

으이구, 야, 길도 못찾는 주제에 누굴 태워다 줘.


하륜

아니야, 아까는 길을 헤매다 헤매다 너무 지쳐서 그런 거고 이젠 감이 확실히 감이 온다고.


낭정

나는 어디든 상관없네.... 술집이면 무조건 좋아!


하륜

하하하, 그래 가는 길에 술도 한 잔 하고.  좋다, 좋아. 그래 어디 간다고 했던가?


겨주

딱히 어디 갈 데가 있는 건 아니고.. 며칠 전에 집나와갔고 여기저기 싸돌아 댕기고 있어.


하륜

히야, 무슨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가 따로 없군, 떠돌아 다니는 소녀라니. 멋지다. 네가 찾는 마녀는 어디에 있니? 하하하


혜선

야, 너는 너만 아는 이야길 농담이랍시고 하면 어쩌냐, 무례하긴.. 누가 부잣집 막내딸 아니랄까봐.

(겨주를 향해)미안해, 하륜 이 친군 아버지가 집안이 엄청나 부자라 미국의 소설이며 영화들을 맘만 먹으면 구해서 볼 수 있지. 가끔 제가 아는 걸 저런 식으로 뽐내거든.


낭정

야, 아는 거 뽐내기론 혜선, 널 당할 사람이 누가 있어~! 하하하.



겨주

네들이 시상 구경을 나보다는 많이 한 거 같으니께 뭐좀 물어보자.

이 카메라 말이여, 이거 어떻게 쓰는 건지 알어?


혜선

(낚아 채듯) 어디 봐... 음.. 이거 조선엔 없는 건데, 어디서 난 거야?


겨주

우리 할매가 준겨.


혜선

와, 겨주의 할매는 굉장한 신여성인가봐 이런 물건들을 가지고 있고 말이야. 부러운 걸?


겨주

긍께, 그걸 어찌 쓰는 건지 알려 줄 수 있는거?


혜선

물론이지, 서울에 가면 하륜의 아버지를 통해 카메라 다룰 줄 아는 사람을 수소문 할 수 있을 꺼야.


하륜

자, 그럼 우리 새로운 친구를 모시고 서울로 돌아가 보자고. 우리 살롱의 맴버가 하나 느는 건가?


낭정

좋아.! 야, 근데 걱정이다, 자동차 없어진 거 알면 크게 너네 아빠 역정 내실텐데, 거기다 객식구까지 붙여 온 거 아시면 에고.. 무섭다 무서워.


하륜

걱정마, 우리에겐 아버지의 영원한 귀염둥이 헤선이 있잖아.


혜선

야, 뭐냐, 진짜. 또 나를 팔아 넘기는 거야? 차라리 날 죽여라. 으이구~!


(모무들 함께 웃는다, 하하하)


E(트라이앵글 소리 3번)

코러스>

이렇게 하륜 일행을 만나게 된 겨주

조선에서 제일 가는 부자집 막내딸 하륜과 그녀의 일당들과 함께 온갖 짓거리를 함께 하게 되었구나.

겨주에게 두려운 것이 무엇이랴

마음이 가는대로 몸이 가는대로 거칠 것 없는 겨주, 하륜, 낭정 그리고 혜선

조선의 어떤 소녀들도 이렇게 방정맞지는 않으리.

그러던 어느 날 <프랑켄슈타인>이란 영화를 보게 된 3인 자신들만의 프랑켄슈타인을 찍어 보려 하는데, ..

E(트라이앵글 3번 친다)


헤선

그런데 우리의 프랑켄슈타인은 어떤 괴물인 게 좋을까나? 영화 속 괴물하고 똑같은 건 재미없잖아.


겨주

우리가 헐 프랑켄슈타인은 육손이로 하는 거 어뗘? 그리고 자기 몸을 가지고 모험을 하는 겨


하륜

어~재미있겠는데, 그런데 몸으로 어떤 모험을 하는 거?


겨주

난 말여, 내 엄지손가락이 재수 없는 괴물 같이 느껴지다가도 내 손가락에 몸을 맡기고 얼굴이 붉어지면서 기뻐갔고 얼굴이 붉어지고 소리를 지를 때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던 말이지. 내 엄지들은 여즉까지 그 느낌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당게.. 물론 나중엔 그 친구들이 날 완전히 괴물취급을 해서 슬퍼졌지만서두..


낭정

남도 육손이로 태어난 겨주, 모든 여자들을 엄지로 살살 녹이는 그야말로 세상 한 밖에 없는 괴몰이로구나 하하하.


하륜

다들 흥분한 것 같은데, 좋다, 그러면 우리 한 번 찍어 보자구! 대신 좀 사실적으루 찍어보자고 보면서 젖꼭지가 서도록 말야. 하하하. 겨주, 우리에게 네 엄지 맛 좀 제대로 보여 줘야 해? 응?


겨주

두말 허먼 잔소리지, 걱정 말어~ 대신 이 순간을 내 카메라에 담아도 될랑가? 우리 할매가 좋아할 것 같어서 말여.


모두다(혜선, 하륜, 낭정)

그럼, 좋아~좋아부러~, 좋다구,


E(트라이앵글 3번 치기)

BG

코러스> (코러스들이 돌아가며 무미 건조하게 읽기)

찰칵 찰칵 그만해  정말? 정말? 아니 아니 찰칵 찰칵 하 하 하 하 찰칵 찰칵 암호를 정하자 뭘로 뭘고  코끼리 호랑이 별로다 별로야 별로야 찰칼 찰칼 바로 그거야 이건 또 색다른데 정말 새로워 육손이 정말 죽인다 죽인다 찰칵 찰칵 하 하 몰라 몰라 그만 그만 정말 정말 몰라 몰라 하하 하하(나중에 웃음 소리로....)

E(트라이앵글 3번 치기)


낭정

야, 진짜 육손이 겨주 솜씨 죽여주더라. 태어나서 그런 경험은 처음이야


혜선

겨주도 대단하지만, 어쩜 너네들도 점점 느는 것 같더라.


낭정

야, 혜선. 너, 나 말고도 같이 몸 섞으며 노는 애가 있는 거냐?


혜선

당연하지 일대일 관계는 너무 독점적이잖아. 그건 옳지 않다고, 흠흠!


낭정

말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지


하륜

야야, 그런데 우리가 모두 겨주를 중심으로 노니까 재미가 없지 않니? 뭔가 재미있는 놀잇감을 구해보는 건 어때


낭정

야, 그거 참 좋은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너무 겨주 엄지에만 의존하는 것 같잖아. 게다가 나도 뭔가 겨주의 엄지손가락과 같이 사람들을 꼼짝못하게 하는 그런게 있음 좋겠어.


하륜

그럴 줄 알고 내가 하나 찍어 둔 게 있지.


혜선, 낭정

뭔데? 뭔데?


하륜

우리 집 옷을 해주는 갖바치가 있어, 적준이라고. 왜 그 가죽가지고 이것저것 만드는 사람 말이야. 그 사람에게 물건을 맡기는 사람이 뒤에서 몰래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말이지, (속삭이듯) 글쎄 그 적준이라는 갖바치의 공방 안쪽 비밀 작업실에 망측한 것들이 한가득이라고 하더라고.


혜선

적준이란 분 덩치도 크고 무섭게 생겼던데 걸리면 끝 아냐?


낭정

걸리면 같이 그 망측한 것과 같이 놀자고 꼬시지 뭐 킥킥~

하륜

자자, 어서 가보자, 가죽공방 문닫을 시간이야, 곧, 겨주 너도 갈꺼지?


겨주

뭘 당연한걸 물어봐, 어여 차빌 허자고.


(잠시 틈을 주었다가)


낭정

여기가 그 가죽공방인가? 휴~ 냄새 한 번 지독하군


혜선

그나저나 그 망측하다는 물건은 어디 있는 거야?


하륜

(작게 부르는 소리) 애들아, 이 쪽으로 와봐, 엄청난 게 있어


낭정

야, 이거 봐라. 꼭 좇같이 생겼는데? 가죽으로 된 좇이라니 이런 건 대체 왜 만드는 걸까?


적준

(걸걸한 중성적인 목소리로)이것들 여기서 뭐하는 거냐! 당장 그 물건들 내려 놓지 못해!


낭정

아이구 깜짝이야, 아저씨, 작품 감상 좀 하고 있었을 뿐인데, 왜 그렇게 성을 내세요?


하륜

안녕하세요, 미리 말씀 못드리고 무작정 들어와서 죄송해요. 사실은 여기에 무척이나 재미있는 물건이 있다고 해서 구경하러 왔습니다. 물론 맘에만 들면 살거예요.


적준

됐다. 봤으면 어여 가봐. 그건 파는 물건이 아니야.


혜선

아니 왜요? 굉장히 독특하게 생긴 데다가 갖바치님 가죽 다루는 솜씨도 대단해서 장식용으로 두면 딱 좋겠는데요.


적준

그건 장식용이 아니다.



낭정

그럼요? 어디에 쓰는 물건인거죠?


겨주

아, 여기 있는 이 물건은 나한테 딱이겄는디, 손가락이 여섯 개인 장갑 같은 게 여기 있어. 돌기도 나 있고 재미있는디?


적준

뭐? 손가락이, 여섯 개라고? 어디 보자


낭정

저 육손이 아주 죽여 준다는 거 아닙니까, 우리들 몸을 살살 녹인다니까요, 헤헤


(하륜과 혜선 모두 ‘조용히 해’,‘으이구 저 주책’ 등 이야기를 한다)


적준

정말이로구나, 널 위해 특별한 걸 만들어 주고 싶은데


하륜

하하, 겨주가 적준 아저씨의 마음을 한꺼번에 사로잡았는걸


적준

사실 난 아저씨가 아니다


하륜, 낭정, 혜선

네?


적준

사실 태어나기를 계집으로 태어났지만, 무두질을 어릴 때부터 하다 보니 다른 여자들이랑 다르게 입고 행동할 뿐이다. 사람들이 뭐라고 부르든 나한테 중요한 문제도 아니니까.


겨주

그런데 적준 아저씨, 뭐라고 불러야 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랫도리가 볼록허게 튀어나와 있응께 남자라고들 생각허는 거 같어요.


적준

하하 이거 말이냐, 이건 그냥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나를 남자로 알 때 좀 더 그럴싸하게 보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만들어 본 거야. 그리고 여기 있는 것들이 다 그거란다. 가끔 장난을 친 것도 있고.


혜선

아, 그런 거였군요! 그렇다면 이게 다 가짜 좆인 건가?

적준

하지만 사람들한텐 다 먹혀 들어갔으니 가짜라고도 할 수 없지. 아니, 의족같기도 하고 장난감 같기도 하고.. 나한테는 옷같기도 하단다. 매일매일 착용하니까.


겨주

그런데 이건 왜 손가락이 6개인 장갑처럼 만드셨나요?


적준

하하하, 그건 가끔 이 아랫도리에 장난을 치고 싶을 때가 있거든. 꼭 하나만 달리란 법도 없고, 마치 네 엄지손가락처럼 말이다 .하하하


겨주

그런데, 지한테 맹글어 주겠다는 건 뭔가요?


적준

자, 그럼 어디 한 번 만들어 볼까.


E(트라이앵글 3번 친다)

코러스>

아, 드디어 겨주가 운명의 갖바치를 만나게 되었구나

갖바치의 육손이 가죽장갑과 여섯 개의 아랫도리는 촉감도 가지가지 모양도 가지가지

많은 여자들의 몸에 새로운 경험을 일깨워 주는구나.

급기야 겨주는 자신의 아랫도리와 윗도리 여섯 개 손가락을 가지고

바다 건너 새로운 몸을 찾아 떠나기로 한다.


하륜

꼭 가야 하는 거냐, 우리는 어떻게 하냐


낭정

그러게, 이제야 다른 여자들한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오기 시작했는데, 에이


혜련

그리고 너의 아래 위로 달린 여섯가지 손가락으로 뭘 더할 수 있는지 체위도 연구 중이라고.


겨주

난 나와 같이 기괴하고 오묘한 몸뚱이들

맵고 짜고 시고 달고 쓰고 아픈 여러 가지 몸의 맛을 다 볼 것이구먼,

그리고..여긴 아직..여긴 고향이 아녀.. 할매가 죽기 전에 고향을 찾아야 되야

아마도 그 때가 되면 몸이 알겄지, 그 때가 되면 초대 할팅게 네들도 살아 있어야 혀 알겄제?

카메라에 담은 세상의 온갖 괴몰들과 제각각의 맛이 있는 몸들을 다 보여줄텡게, 포기허자 말고 기다려.


하륜, 낭정, 혜련

(헤어지는 인사말 각자 하기)에이 더런 년 알겠다. 잘 가~~


BG  UP

DN


E(트라이앵글3번 치기)

코러스>

육손이 겨주, 프랑켄슈타인, 말 많은 보지,  불결한 손가락들..

이런 것들이 여기저기 몸뚱이에 붙어서, 도처에 널려 있구나

참으로 더럽고 위험한 괴물들의 모험에

당신도 함께 하고 싶지는 않은가


BG UP

DN


야성의 꽃다방이 소개하는 어처구니 드라마

육손이 겨주


끝났슈


BG UP

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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