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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필요 없다.

 
오빠는 필요없다: 진보의 가부장제에 도전한 여자들 이야기
저자
전희경 지음
출판사
이매진
2008-10-17 출간 | ISBN 10 - 8990816718 , ISBN 13 - 9788990816719
판형 A5 | 페이지수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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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오빠가 필요없는 여자들,
'내 편'과 싸우며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사회의 진보만큼 진보의 진보를 바란다!

저자소개

전희경

'범생'으로 자라 FM라디오 음악프로그램 PD가 되겠다는 야심을 갖고 대학에 입학했다가, 멋진 여자들을 많이 만난 덕에 예상치 못한 길로 들어섰다. 부당함을 알고, 부당함에 대해 분노하는 힘으로 읽고, 쓰고, 싸우며 20대를 보냈고, 3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는 여성주의로 사는 것이 사회에 대한 정치적 개입일 뿐 아니라 스스로 어제와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이(듦), 나이주의, '정상성'의 경계 등이 최근의 관심사다.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간다. 하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말처럼, 어디든지 가볼 작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더 용감하고 부지런해져야겠지만.)
연세대 사회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이화여대 여성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대학과 NGO에서 여성학 강의를 하고 종종 글을 쓴다. 공저로『오래된 습관 복잡한 반성 2』(이후, 1999),『페니스 파시즘』( 개마고원, 2001),『성폭력을 다시 쓴다 ― 객관성, 여성운동, 인권』(한울 아카데미, 2003)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11
내가 만난 사람들 19
1부 우리, 1990년대 사회운동 속의 여성들
1장 풍경들 ― 1990년대, 여성, 운동 27
2장 '주체' 되기의 매혹과 딜레마 33
3장 문 밖으로 42
2부 '진보운동' 속에서 여성으로 살아남기
1장 운동권 가부장제는 어떻게 작동해왔는가 53
2장 여성의 입을 막은 것은 129
3장 '동지'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폭력 157
3부 여성주의, 독립을 상상하다
1장 진보운동이 금지하던 것 185
2장 오빠는 필요없다 221
3장 불타는 도전의 연대기 239
4부 흔들리는 지도를 들고 걸어가기
1장 상처와 갈등의 지형학 282
2장 경계는 움직인다 300
에필로그 311
주 317
참고문헌 358

출판사 서평

오빠가 필요없는 여자들,
'내 편'과 싸우며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사회의 진보만큼 진보의 진보를 바란다!


내 안의 보수를 모르는 진보주의자들

학연과 지연으로 똘똘 뭉쳐 다니며, 술자리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회의나 논쟁을 하다가 논리가 약해지면 폭언을 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여자는 잡무를 잘 처리하고, 커피도 여자가 타야 더 맛있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일해도 육아와 살림은 항상 아내 몫이라 여긴다. 노래방에서 여성 도우미를 불러서 노는 건 마땅히 갈 곳 없는 중년 사내의 놀이라고 주장하고, 인권이 중요하다고 외치면서도 술김에 저지르는 성추행은 가볍게 생각한다. 조직의 안위를 위해 성폭력 사건은 무조건 덮어버리려 하고 가해자를 더 불쌍히 여기고 이해해준다. 문제를 제기하는 피해자에게는 훗날을 들먹이며 협박을 한다. 지극히 보수적인 조직과 보수주의적인 남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아니다. 이른바 진보적이라는 남자들이 벌이는 '꼴보수' 행태들이다. '보수'는 우리가 진보라고 믿던 곳, 바로 거기에도 엄연히, 2008년에도 버젓이 살아 있다.

오빠가 필요없는 여자들, 진보를 문제삼다
"오빠는 필요없다 ― 진보의 가부장제에 도전한 여자들 이야기"는 이른바 진보적이라는 남자들의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행태를 꼬집는 책이다. 저자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90학번부터 04학번 여성들을 심층면접하여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책을 썼다. 1년만 차이가 나도 세대차이를 느끼는 시대, 당연히 90학번과 04학번의 세대차이는 무척 크지만 그 사람들이 겪은 '문제'는 세월의 간극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성폭행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포함해 '진보'의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행태는 뿌리 깊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노조는 비정규직 여성 직원들을 해고하는 데 동의하고, 이른바 진보 잡지의 기사에서도 아무런 맥락없이 '여기자', '여배우', '여사장'이라는 말이 쉽게 쓰인다. 열심히 진보를 외치고 집에 간 뒤에는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남자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이 책이 진보적인 남성의 '치부'를 고발하는 데만 열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 그저 한 집안의 '딸'에서 사회적인 발언을 할 기회와 힘을 얻고 내 몫을 하는 뿌듯한 '시민'이 되어가는 과정,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점점 늘어나던 90년대 이후 풍경, 외부의 문제보다 내부의 벽에 부딪혀 뿌듯함이 '좌절감'으로 바뀌는 과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운동권 안에서 여성이 어떻게 버텨 왔는지, 여성주의 운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차근차근 풀어가고 있다.
사회는 여전히 남성주의적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성문제' 그리고 '여성운동'이 사회운동의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성주의자의 지적과 발언을 지긋지긋해 한다. 인권과 평등, 독재 타도와 개혁을 외치던 386세대조차도 남성주의적인 사고방식으로 '운동'을 했고 현재는 그 사고방식으로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한다. 여성은 끊임없이 외부와 싸워야 하고, '내 편'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과도 싸워야 한다. 2000년대 후반이지만 여전히 여성의 절대 다수는 '피해자'다.

'내 편'과 싸우며 여성주의자로 살아가기
1990년대 중후반부터 여성들은 서서히 뭉치기 시작한다. 1999년에 구성된 여성활동가모임은 여성주의적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지지 기반이 됐고, 여성독자노조는 대기업-남성 중심의 노동운동 역사에 의미있는 발자국을 남겼으며, '언니네'는 좀더 친근한 방식으로 서로 곁을 내주며 여성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줬다. 그리고 조직 안에서 은폐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던 성폭력 문제도 밖으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특정 조직이나 단체에 가입해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자신이 딛고 선 그 자리에서 발언하기 시작했다. 일상의 모든 문제를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주의는 하나의 길로 뻗어가기보다 여러 샛길로 이루어진 역사를 만들어나가게 됐다. 더 이상 오빠는 필요없다.

책속으로

어머니/주부/딸이라는 사적 영역에 속한 가족 구성원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국가와 관계 맺는 '시민'이 된다는 것은 이전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주체성을 경험하게 해준다. 특히 내가 만난 20~30대 여성 활동가들은 사회운동가가 되면서, 이전까지 가부장적 가족 규범과 여성을 성적으로 통제하는 사회 규범 속에서 온순하고 조신한 '딸'이 되라고 요구받던 상황을 '진보', '합리성', '과학' 등의 언어로 비판하고 그것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언어와 힘을 얻기도 했다.
― '딸'에서 시민으로, 36쪽

사무실 '살림'을 도맡고 '커피, 카피, 계산기 두드리기' 같은 일들을 하면서 '여성적인' 업무를 담당하던 여성운동가들은, 점차 자신이 하는 일이 과연 사회운동인지 회의하기 시작했다. 남성 활동가가 원고를 쓰면 그 원고를 복사하고 발송하는 일, 남학생이 대자보 글을 쓰면 그 글을 받아 대자보 글씨를 쓰는 일. 이러한 일들은 때로는 사소한 일로 무시되고 때로는 여성의 '능력'으로 치켜세워지면서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 누가 저 컵을 씻을 것인가, 65쪽

'무슨 여성운동이 있어. 그냥 민중해방 되면 그게 여성해방이지', 거의 그런 분위기. 그런 부분들을 문제제기하거나 얘기하는 거 자체가 되게 반동적으로 보이는 거예요, 그야말로. 생각 없는 거 같고, 운동에 대한 신심(信心) 없는 거 같고..... 특히나 노동운동 진영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게 더 심한 것 같은데, 노동운동의 우월성 있잖아요. 노동운동이 아닌 여타의 운동들을 거의 노동운동의 하위 파트너 정도로 보는 거죠. 예전에 있었던 성폭력 사건 해결이 어려웠던 것도 "노동운동에서 내걸고 있는 이슈가 제일 중요한데 니네가 거기서 성폭력 사건 얘기하면 이 이슈가 희석화되지 않느냐",
― '보편적' 노동해방, '특수한' 여성해방, 151쪽

여성주의 의식을 최초로 가지게 된 또 한 축은 대학교 때 당했던 성폭행의 경험...., 그리고 그 당시에.... 그러니까.... 그것과 그 다음에 내 후배가 성폭행을 당했는데 그거에 대해서 아무런 손도 쓰지 못했던 무기력했던 나, 이런 것들에 대한 죄책감..... (....) 딱 얘기를 꺼냈더니, 선배들이 모였어. 근데 "니가 넘어가라" 이거지 인제. "덮어라", 그리고 "그 선배가 그렇지 않다는 거 너도 알고 있지 않냐"..... 근데 도저히 납득이..... 아무튼 나 스스로도 부끄럽고....내가 피해자인데도.....
― 성폭력을 묵인하는 운동권식 작전, 169쪽

"그때 그런 일(성폭력 사건)이 있었다"라고 얘기를 하더라구요. 가해자는 그때 당시에도 잘 나가고 지금도 잘 나가. 그놈도 말하면 다 알 만한 사람이에요. 내가 뒤늦게라도 그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그건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거든. '적어도 세상을 살면서 아무리 운동을 하고 살지만 성폭행은 안 당하고 살아야 되지 않냐, 그건 아주 인간적인 문제고 인권의 문제인데.....' 근데 사람들이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거에요.
― 이제는 말하자! 운동사회 성폭력, 256쪽

'말하기'는 '듣기'를 통해 구성된다. 크고 작은 여성주의 모임들은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물론이고 '진보운동' 안에서조차 이해될 수 없던 경험들을 이해 가능한,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지지받는 경험으로 변화시켰다. 서로 새로운 청자(聽者)가 되어줌으로써 경험을 재해석할 수 있는 의미의 공간을 창출해낸 것이다. 많은 여성주의자가 이미 존재하고 있던 조직이나 단체에 들어가는 것을 선택하기보다 자신이 발 딛고 선 바로 그 곳에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갔다.
― 고립무원, 서로 손을 놓을 수 없다, 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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