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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필 한자루에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밖 어디서든 그으면 그릴 수 있는 그 재료는,,,
금방 없어지기 때문에 그리기 전에 숨을 두번, 장소를 서너번 고를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심하는 동안 나는 훨씬 더 많은 환타지에 젖을 수 있었더랬다.
그 얄궂은 기억을 내 꼬마 동료들과 맛보기로 한 오늘이다.
공부방 오르막 골목에 달콤 야들한 그림들은 누가 보더라도 민망한 낙서들과는 차이가 있다.
누구든 와서 동참하여도 상관이 없다.
누가 와서 밟고 지나 간다고 하여도 상관이 없다.
어차피 지워지게 될 거라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
흥을 돋울무렵...
골목입구에 봉고 크기의 경찰차가 서 있다.
흡찝... 아이를 불러세워 다급하게 얘기한다.
나도 놀란다.
헥... 우리가 잘못한걸까.
공공장소에서 낙서하는 것이...
난 선생님이고 이성적인 설명을 하려고 다가간다.
...
아이를 불러세운 차 속의 남자는 아이의 아빠였다.
연행되어 가는 것인지...
아님 참고인으로 가는 것인지...
아이는 몇마디 나누고 다시 바닥에 그림을 그린다.
별일 아닌 일이다. 그애에겐...
나였다면...
아마 내가 겁이 많기 때문일수도...
다 아는 사람들의 동네...
그 동네의 다 알지 못하는 나는 매번 드라마를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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