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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왔다.

어제 양재천을 지나다가 양재천 둑으로 물이 흘러 풀과 나무가 쓰러지고, 흘러 내려온 쓰레기가 잔뜩 쌓인것을 보았다. 그냥 장마비인가 했는데, 이번에 비가 많이 왔나 보다. 이번 비에 우리밭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터라 장마비도 끊겨 소강상태인지라 오후에 밭에 올라 가 보았다.

 

밭으로 올라 가는데, 처음에는 길에 세워진 차도 보여 예년같이 길과 도랑으로 물이 좀 넘쳤구나~ 했다. 그런데 좀더 오르다 보니 길 중간에 흙이 페어나가 깊이 파여진 그 속으로 도랑이 되어 물이 흐르기도 하고 밭으로 흐르기도 한다. 자전거를 타고 약수를 떠러 오는 이들은 자전거를 약수터 까지 끌고 가지를 못하고 중간이 세워 놓고 약수터에 오르고 있다.

 

비 오고 난후에 이런 현상은 몇년간 이런 상황을 보아 왔기에 생소하지 않다. 우리밭도 지난번과 같이 흙이 내려와 밭 고랑이 뭍히고, 밭의 흙이 약간 쓸려 내려간 정도일것이라고 짐작을 하고 밭에 가 보았는데 지난해 보다 훨씬더 피해가 크다. 밭 고랑은 흙으로 뭍히고 지반이 약한곳은 흙이 많이 유실되었다. 뒷편 도랑에는 물이 넘쳐 밭귀퉁이는 짤려 나닸다. 그 곳에 심어져 있던 가지나무는 뿌리가 뽑혀 떠 내려가지는 않고, 맺은 가지를 그대로 달고 뎅그러하게 남아 있다.

 

지난 몇년간은 괭이로 뭍힌 밭고랑을 파주고 풀을 정리 하면서 지나갔는데, 올해는 간단하지 않게 생겼다.밭 둑에서 한참 동안을 처다보면서 어떻게 하면 될까 궁리를 해 본다. 떠 내려간 흙을 보충할려면 많은 흙이 필요한데, 산흙을 파다 보충할려면 땀께나 흘리게 생겼다. 지난날 봄에 밭 만들기 전에 산 흙을 퍼와서 객토(라고 하기는 뭐하지만)를 한다고 하면서 흙을 퍼 나르는일을 해 보았기에 얼마나 힘든일인지는 알고 있다.

 

'이 참에 이렇게 조그마한 텃밭농사를 아예 하지 말까?'

 

이렇게 텃밭을 해서 채소 나부랭이나 조금 길러 먹기는 하지만, 꽤나 신경쓰이는 일이다. 텃밭의 환경상 재배할 작물도 한정되어 있고, 텃밭을 가꾼지 몇년이 지난 요즘은 조금씩 수확하는것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텃밭일을 해야 할때 다른 일과 겹치게 되어 어려움도 있어 이제 텃밭도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태해지기도 한다. 비 온후 밭을 쳐다 보면서 언뜻 드는 생각이다.

 

지난 2002년인가 남원 산내에 비 피해가 심해 수해복구를 한답시고 다녀온 적이 있다. 동네의 주택은 말할것도 없고, 도로와 농토의 피해가 너무나 컸다. 실상사 건너편 동네 집들도 상당히 많이 부서져 넘어졌으니 말이다. 어떤이는 자신의 논은 아예 포기를 하고, 남의 논에 벼를 세우는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내가 보아도 계곡물에 떠 내려간 논이나 밭을 기계를 동원해서 복구하는것이 새로 땅을 사는것 보다 더 많이 돈을 들게 보였다.

 

농민들은 여름에 장마가 지면 이렇게 큰 피해를 보고 고생을 하면서 평생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아주 작은 텃밭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약간의 비 피해를 가지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모르겠다.  농사가 이렇게 시름에 잠겨 힘들때도 있지만, 말없이 힘든 노동을 노동을 마다하지 않은 농부들은 가을에는 수확의 기쁨을 맛 보고, 또 다음해 봄에는 씨를 뿌리면서 계속해서 농사를 지어간다. 그 보다는 아주 작은 우리 텃밭에도 가을에는 여러가지 채소들과 곡식의 열매를 맺을것이고 내년 봄에 씨를 뿌리고, 새싹에 트는 것을 보고 생명의 위대함을 느낄것이다.

 

유실된 도로는 구청에서 나와서 복구를 해 주고 있는데, 개발예정지구라 '경작금지'라는 간판을 크게 달아놓고, 이제껏 지어져 있는 원두막들을 부수고 있는지라 제대로 복구를 해 줄지 모르겠다.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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