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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첫 번개^^

schua님의 [미루 겨울 방학 & 번개 부추김] 에 관련된 글.

pc통신 시절부터 지금까지.....번개에 참석한 것은 처음....

온라인으로 만나던 사람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난다는 것은 나에겐 좀 용기가 필요한 일...

그런데 아이 낳고 아줌마가 되서 그런가 두려움보다는 호기심과 설레임이 나를 충동질하는게 아닌가

 

태수에게 또래의 아이들을 만나보게 하고 싶었다.

남편의 직업상.. 무수한 어른들은 많이 접했던 태수는 어렸을때부터 자연스럽게 낯을 가리지는 않았다.

아이는 그 어른들중에서도 자신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을 보면 잘 웃고, 가서 안기고.....

소아과에 가서도 보면 태수는 자기 또래의 아이들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표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친구나 별로 차이 많이 나지 않는 형 동생을 만나 놀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낳기 전까지 나는 스스로 사람을 참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아주 어렸을 적 시절부터 난 동네 친구들과, 학교 친구들과 놀 수 있을 때까지 놀다가 늦게늦게 집에 들어가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바라보던 해질녁 풍경은 아직도 눈에 선할 정도....

대학 가서도 사람들과 밤새 술마시며 이야기하는 것을 참 즐겼다. 

운동이랍시고 했던 것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어느 사상에 대한 신념, 냉정한 머리보다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조금 더 컸던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사람들과의 관계, 사람들과의 만남이 예전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변해서가 아니고 내가 변한 것 같았다.

내 조건이 너무 크게 변한 거 같고, 자신도 없어지고, 두려워지고......이상하게 겁이나고 위축됬다.

 

크으~~오늘 다녀온 번개에 대해 짤막하게나마 소회를 적고 싶었는데 또 이상스레 길어졌다.

요즘은 정말 톡 건들면 투두두둑 터져서 흩어지는 봉숭아 씨처럼 뭔가 적으려고 하면 이렇다.

 

암튼......



어제 우리집에서 늦게까지 송년회를 치룬터라 태수가 아침부터 약간 징징대는 걸 달래가며,

어제 해먹어봤던 샐러드 소스를 휘리릭 만들고 야채들이랑 챙겨넣고

슈아네집에 갔다.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TV스타를 만난것처럼, 너무도 익숙한 아이들 - 어쩜 사진들과 그렇게 똑같이 생겼는지 - 얼굴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진경이, 미루, 단이.....

태수에게는 다 형들이다. 누나는 없었다 ㅡㅡ;

 

자다가 깬 태수, 약간 어리둥절 해보이는 듯 하다가 바로 적응, 역시 아이들을 알아본다.

형들이 미끄럼 신나게 타는 것 보면서 미끄럼에도 손대보고, 미루형 장난감에 달려들다가 혼도 좀 나고,

형들끼리 장난감 가지고 싸우는 것 지켜보다가 끝난 후에 가서 괜히 소리한번 질러보고,

진경이 형 아빠랑 책읽는데 가서 책은 읽는게 아니고 입으로 먹는거에요 하고 싶어서 매달리고....

미루형이 떼어주는 떡도 받아먹고^^

나는 약간 걱정을 했는데 아이는 즐거워보였다. 아직 그 상황을 충분히 즐긴다기 보다는 탐색하는 것 같았으나 장난감도 많고 형들도 뛰어노는 그곳을 좋아하는게 느껴졌다.

 

엄마, 아빠의 글이 아니라 직접 만난 아이들은 정말 신기했다.

진경이는 차분하게 앉아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아빠와 책을 보고, 밥을 먹고....미루와 단이가 장난감 가지고 싸울때도 진경이는 동요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미끄럼 탈때는 아이들과 재미있게, 가장 와일드하게 탔다.

단이는 아기곰 굴러다니듯이 편안하게 누워서 노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른스러운, 내면의 내공이 있는듯한 미소도....조용한 것 같으면서도 미루와 장난감 가지고 싸울때는 또 달랐다.

미루는 정말 씩씩했다. 난 정말 좋은 의미로 씩씩하다는 표현을 쓰는데 듣는 미루엄마 슈아는 어떨지 모르겠다.^^; 자기 장난감을 가지고 자기꺼라고 강하게 주장하다가도 하나씩 나누자는 어른들 말에 순순히 양보하는 모습이 참 놀라웠다. 그 나이에 그런다는게 별로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콧물이 나고 기침을 해도 미루는 열심히 뛰어다니며 놀았다.

 

아이들도 개성이 있다.

다른 아이와 비교할 수 없는, 어떠한 잣대나 틀로 잴 수 없는 아이의 개성을 잘 살피고 교감하는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그곳에 모인 아이들을 보며, 그리고 그 아이들의 엄마와 아빠를 보며 들었다.

아무도 그런 말을 안했지만 아이들에게 대하는 태도나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다음번 번개에서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의 엄마와 아빠하고도 많은 이야기를, 더 많은 교감을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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