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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가고싶다

                           - 함민복

 

당신품에 안겼다가 떠나갑니다

진달래꽃 술렁술렁 배웅합니다

앞서 흐르는 물소리로 길을 열며

사람들 마을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

삶에 지치면 먼발치로 당신을 바라다보고

그래도 그리우면 당신 찾아가 품에 안겨보지요

그렇게 살다가 영 당신을 볼 수 없게 되는날

당신품에 안겨 당신이 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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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가고 싶다.

산이 좋아지기 시작한 것은 나름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임용고시에 떨어지고 나서 난 진득이 앉아 공부할 타입이 아니야 깨끗이 단념하고

이래저래 취직하려고 그닥 맘에 들지도 않으면서 여기저기 넣어봤지만 내맘을 읽었는가 받아주는데가 없었다. 그러다 들어가게 된 모 시민단체....

처음엔 운동 언저리에라도 있게 되니 다행이야 안도하며 일을 시작했는데 운동은 무슨 운동......국가에 열라 도움되는 캠페인만 하고, 아줌마들 모시고 농촌체험 비스무리한 거나 다니고....

그런 일을 주6일 9시 10시에 퇴근하며 일하려니 도무지 견딜수가 없었다.

그래서 주중엔 틈틈이 여행계획을 세우고 주말이면 일이 끝나자마자 슈웅하니 튀어버렸다.

그러다 알게된 산......정말 당신품에 안기러 가는 심정이었지.

 

요즘도 힘이 들때면 산이 생각난다.

밤새 기차에서 한숨도 못자고 비몽사몽 오르던 야간산행의 기억,

18일 동안 설산을 향해 끊임없이 걸었던 안나푸르나의 기억,

후배녀석과 오돌오돌 떨면서도 행복하게 올랐던 지리산의 기억......

 

아이가 걷게 되면, 두 다리에 더 힘이 생기면

함께 오르고 싶다.

셋이서도 오르고, 때로는 혼자서도 오르고......

 

얼마전까지는 다시 산에 오를 수 있을까 너무 아득한 미래의 일처럼 느껴져 슬펐는데

요즘은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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