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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또 갔다.

오늘오전 열한시경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방금 오분 전까지 마음대로 나오던 목소리가.

 

2004년 12월, 애 낳고 처음으로 어딘가 매일 출근했던 곳이 토플학원이었는데, 매일 3시간씩 떠들어댄 여파로 딱 닷새만에 목소리가 절단났었다.

그 후로, 한 번 절단남을 맛본 성대는 이제 왠만큼 일했다 싶으면 획 나자빠 누워버리는 꾀를 알았다.

처음으로부터 1년 후, 2005년 12월 맛이 가고, 그로부터 5개월 후 오늘 맛이 갔다.

이러다가 확, 목소리가 영영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겁이 덜컥 났음.

 

 

내가 최근에 읽은 소설은 <잘려진 머리>, 벌써 몇개월 전이다.

지금 읽겠다고 집어든 소설은 <만연원년의 풋볼>, 이번엔 꼭 끝까지 다 읽겠다고 들었는데, 1장 반을 읽고 책 덮은 지가 일주일 전. 아니 한 달 후라고해도 1장 반 읽고 있는 중일 것 같다.

 

일기를 쓰려는데 세 줄 쓰고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

국민학생처럼 연필 뒷꼭지를 잘근잘근 씹다가, 내 머리가 똥이 됐나,하는 생각마저 멍~하게 하고 있었다.

누군가, 말도 안되는 보스 시집살이에 숨이 턱까지 차오른 채로 한달이면 스무일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 홈페이지를 보니 매일 소설이며 시에 뒤덮혀 살고 있는 것이 순간 짜릿 부럽다.

 

 

거의 영접했네,하고 남편이 놀리기까지 했던 일이었는데, 처음으로(그래봤자 5개월만에) 확 그만뒀음 좋겠다,란 생각을 했다. 나도 이제 마흔인데. 확 그만두고 돈 쬐끔 벌어도 되는 시골로 이사가고(지금은 참도 많이 번다) 애는 학교 안 보내고 그냥 뒹굴뒹굴 살며 나물캐고 시금치 열무 호박 심어먹고 책 보고 시 읽고 글 쓰며 살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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