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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4
    우드스탁 그 아저씨와 그 아줌마(9)
    이유

우드스탁 그 아저씨와 그 아줌마

정독도서관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다 난 움찔했다.

 

근 10년만에 본 얼굴이지만, 첫눈에 그 아저씨를 알아봤는데, 이유는 내가 그 사람을 잘 알았던 것이 아니고, 그 아저씨가 워낙에 얼굴 팔릴 짓을 하였기 때문이다.

 

근 10년 전 즈음에 신촌의 술집 우드스탁 토요일밤.

 

 11시도 되기 전에 그 아저씨는 이 테이블 저 테이블 사이사이를 누비며 춤을 추었다. 전자기타소리가 바쁜 곡을 배경으로 전자기타줄을 바쁘게 흔드는 흉내를 내는 손가락짓과 이 다리 저다리 번갈아 구십도 각도로 들어올리느라 껑충껑충 뛰고 그에 맞춰 고개도 산란하게 좌우로 흔들며..  얼추 쉰 쯤 되지 않았을까,당시에.

그걸 매주마다 몇 년을 보았으니 그 얼굴이 잊히나.

 

가끔 안녕하세요.도 했었고, 맥주잔도 부딪혔던 것 같은데(술김에), 그렇다고 10년 쯤 지난 지금 태연하게 안녕하세요,를 할 수는 없는 사이다. 나는 모르는 척 모드로 돌아서려는데, 내가 움찔하는 것을 정통으로 목격한 이 아저씨는 니가 날 안다면 나도 널 알텐데, 넌 누구냐,는 듯 내가 얼굴을 돌리려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뭐라고 해야하나.. 우드스탁에서 뵈었잖아요... 요즘도 다니세요?

 

 

펭귄 아줌마도 있었다.

그녀도 역시 우드스탁에 매주 홀연히 술 먹으러 와서는 술김이 오르면 발그레한 얼굴로 스르르 일어나, 땅딸한 키 볼록한 배와 어울리는 짧은 스텝을 앞으로 내밀었다 다시 제자리로 빼었다하는 춤을 추었다. 얼추 마흔중반 쯤 되지 않았을까,했다.

 

그 아줌마와는 안녕하세요,를 가끔 했던가. 맥주잔도 부딪혔던가...

난 갑자기 머리 속에서 그 계산을 하였다. 아줌만 별명도 펭귄이었고, 난 불쌍하다고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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