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구례군 사포마을의 다랑이논 위쪽 저수지 공터에 자리를 잡고 3일 동안의 캠프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을에서 환대해주신 덕분에 마을회관의 일부 시설을 공용으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이유를 안고 캠프에 참가한 이들과 여는 회의를 가진 뒤, 스무 명 가량의 참가자들은 마을 분들의 도움으로 무단벌목지를 향해 이동했습니다.

 

여러명의 사람들과 강아지이 산 경사면을 오르고 있다. 멀리 세 개의 산 봉우리가 보이고, 거의 정산부 가까이까지 나무가 모두 베어져 흙과 암석이 드러나있다. 하늘은 파랗고 맑다.

 

올해 사포마을 뒷산에서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을 포함한 21만㎡에 걸쳐 벌목이 이루어졌습니다. 마을에서 약 0.5km 거리에 있는 곳에서부터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에서 불과 170m 떨어진 지점까지, 50~80년령에 이르는 모든 수종의 나무가 마구 베어졌습니다. 적어도 2만 5천 그루의 나무가 베어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구례군에서 허가한 벌목량을 1만 그루 이상 초과한 것입니다. 현장에서 작업자들은 소나무재선충을 우려한 수종변경 사업이라 설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19년 이래로 주기적인 재선충 방제 간벌 작업을 보아왔던 마을 주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숙련된 작업자들이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나 의심목을 선별하여 간벌하고 약제처리한 뒤 방수 비닐로 포장해둔 모습이 익숙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무단벌목은 소나무 뿐만 아니라 수종을 구분하지 않고 편백나무, 아까시나무, 개서어나무 등을 전부 베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구례군 측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수확벌채로 허가를 내주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재선충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목재는 잘게 파쇄하여 반출할 수 밖에 없으므로 수익성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허가된 벌목 목적에 부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허가 지역을 벗어나 벌목이 이루어졌고, 벌목 기간 역시 허가 날짜를 지나 한 달 넘게 이어졌습니다.

 

가파른 산 경사면이 파헤쳐져 흙이 드러나있다. 경사면 가장자리로 플과 나무가 보인다. 가까운 쪽 경사면에는 모레주머니가 쌓여있고 짙은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비포장 흙길 한 가운데가 깊게 아래로 파여있다. 그 옆으로 몇몇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벌목 이후 수 개월에 걸친 파쇄 작업을 거치며 숲은 더욱 심각하게 파괴되었습니다. 벌목지 중 총 네 군데에서 파쇄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파쇄기 설치와 작업 공간 확보를 위해 산지 경사면을 넓게 평탄화하며 정상부 능선이 잘려나가고, 계곡의 물길은 막혔습니다. 일대 산지의 기반 암석은 사암으로 외부 요인에 의해 쉽게 변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능선이 잘려나간 절개면에서는 이미 빠른 속도로 침식이 진행되는 중이었습니다. 오랫동안 형성되어온 바위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던 물은 길을 잃고 벌겋게 드러난 경사지 토양 위로 빠르게 흘러내리며 깊은 골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전 문제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앵초 군락지 등 계곡을 따라 형성되었던 식생도 영향을 받고 있는 듯 했습니다. 10여개의 크고 작은 계곡을 타고 내려와 마을 주민들의 식수와 농업용수, 생활용수를 공급해주던 물순환 체계 자체가 위기에 놓였습니다. 전체 수량이 줄어들고 활용도가 낮아지는 반면, 혼탁도와 수질은 모두 악화되었습니다.

 

비포장 흙길 오른쪽으로 가파른경사면이 보인다. 경사면 위에는 비닐이 일부 덮여있다. 길 왼편으로 겅믄색 파이프가 놓여있다.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구례군은 시행사에게 급경사지 평탄화, 능선 절개 등 위반사항에 대해 원상복구를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시행사는 한창 집중호우가 이어지던 7~8월에 걸쳐 절개면에 잔디 씨앗을 뿌리고 이미 심각하게 침식된 도랑을 따라 배수 파이프 설치와 사면에 비닐을 덮는 작업을 일부 진행했지만 원상을 회복하려는 노력으로 보기 어려운 정도의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구례군은 복구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시행사에 파쇄목 반출 허가를 내주었습니다. 파쇄목 운송을 위해 설치되는 도로의 폭은 규정상 3m를 넘어서는 안되지만 우리가 확인한 도로의 폭은 6~7m, 넓은 부분은 10m이상까지 이르렀습니다. 이 역시 생태적 고려는 물론이고 안전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사면을 절토, 성토하는 작업을 거쳐 조성되었습니다.


구례군과 시행사가 맺은 업무협약에 의하면 이후에는 현재 벌목이 이루어진 면적의 약 6배 가량의 산지에 걸쳐 추가 벌목을 진행한 후,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굳이 골프장 사업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무리하게 서둘러 대규모 벌목을 강행한 것은 이후 사업 허가 및 진행을 위해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수월하게 넘어가기 위한 사전 작업일 것이라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왜냐면 상대적으로 벌목 규모는 작지만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20여년 전 같은 사업자에 의해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골프장 사업의 시행사 측은 2000년대 초반에도 지리산 골프장 사업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불법 벌목과 토지 강제수용을 강행하며 조건부로 사업 허가를 취득했으나 허가 기간이 끝나도록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개인의 땅 뿐만 아니라 마을에서 공동소유하고 있는 땅 역시 강제수용 되었습니다. 수용의 근거가 된 사업이 무산된 이후 반환을 위한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사업자 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도 당시 빼앗아간 땅을 자신의 소유라 주장하며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최근의 무단벌목에 대한 저항 뿐만 아니라 땅을 돌려받기 위한 법정 싸움 역시 이어가고 있습니다.


벌목지 한 켠에서 캠프 참가자가 준비해온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마음을 담아 발췌한 108개의 문장을 낭독하는 음성 녹음을 틀어두고 둘러앉아 약 20분 동안 명상이 이루어졌습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서로와 자기자신, 그리고 장소에 집중하며 명상을 이어간 뒤 짧게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우거진 나무 가운데 현수막이 걸려있다. 현수막에는 손바닥 모양이 있고 가운데에 ‘골프장 멈춰’라고 적혀있다.

 

벌목지를 벗어나 마을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서며 준비해온 현수막을 나무에 설치했습니다. 현수막을 만든 것은 몇몇 사람들이지만 캠프 참가자들과 주민들의 마음을 함께 담아 걸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현수막이 훼손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누가 언제 왜 현수막을 찢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래된 숲이 황무지로 변해버린 무단벌목지에 서있었을 때와 같은 참담한 심정을 느꼈습니다. 

 

흰색 천으로 된 현수막이 대각선으로 찢어져있다. 현수막에는 손바닥 모양이 있고 가운데에 ‘골프장 멈춰’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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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3 11:56 2023/10/13 11:56

 

상점 앞에서 네 명의 사람들이 두 개의 작은 현수막을 들고 있다. 현수막에는 산과 동물,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있고 여러 사람들이 쓴 글이 적혀있다.

 

나무와 풀이 우거진 사이에 비포장 오르막 길이 있고 몇몇 사람들이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고 있다.

 

네모난 플라스틱 통에 가지런히 썬 멜론이 담겨있다. 한 사람이 바닥에 앉은 채로 통을 들고 있고 주변 사람들은 포크를 들고 있다.

 

도로 가장자리로 자전거 몇 대가 달리고 있다. 도로에는 많은 차가 있고 도로 주변에는 숲과 수풀, 밭이 있다. 맨 앞 자전거를 탄사람이 웃으며 한 쪽 팔을 들어올렸다.


2023 에코토피아 캠프에 앞서, 지리산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바이크투어가 9월 27일부터 4일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와중에 예상치 못한 길로 들어서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밤마다 둥글어져가는 달을 구경하는 기쁨도 있었습니다. 가는 길에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낯선 이에게서 과일을 선물받기도 하며 조금씩 조금씩 지리산에 가까워졌습니다. 전주 책방 토닥토닥에서 준비해주신 지리산에 보내는 연대 메시지를 담은 보자기를 싣고 졍령치까지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가로등 전신주 사이에  “우리들 생존권을 망치려는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양수발전소, 지리산골프장 건설반대, 문척면 중기마을, 산동면 사포마을”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뒤로는 구름낀 푸른 하늘과 멀리 산이 보이고 현수막 아래쪽에 두 사람이 서서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다.

 

벼가 익어가는 계단식 논과 뒤편 산이 보이는 풍경이다. 산 너머로 해가 넘어가고 있다.


많은 이들의 얼굴, 그보다 더 많은 차, 그리고 길에서 목숨을 잃은 크고 작은 생명들을 지나 9월 30일 오후에 구례군 산동면에 도착했습니다. 계곡을 따라 오르막을 천천히 올라가 사포마을에 들어섰습니다. 사포마을 뒤쪽 지리산 자락에서는 골프장 사업 추진을 위한 대규모 무단 벌목이 이루어졌습니다. 마을에는 거의 모든 집집 마다 “골프장 반대”라고 적힌 노란 깃발들이 꽂혀있고, 골목길 모퉁이에는 “섬진강을 죽이는 골프장 개발 결사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이 걸려있었습니다. 우리는 동료들과 함께 다랑이논 옆 저수지 공터에서 다음날 시작될 캠프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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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2 16:43 2023/10/12 16:43

1.주요 일정
에코토피아에서 준비하는 일정입니다. 다른 워크숍과 마찬가지로 해당 일정 참가 여부는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 10월 1일(일) 오후 2시, 사포마을 무단 벌목지 방문, 주민과 이야기 나누기
- 10월 2일(월) 낮 12시, 고기리 인근 산악열차 예정 구간 걷기, 주민과 이야기 나누기 (도시락 지참)
- 10월 3일(화) 낮 12시, 중산리 양수발전소 하부댐 예정지 방문, 주민과 이야기 나누기 (도시락 지참)

* 마지막 날 구례읍내로 가는 버스가 중산리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합니다. 구례에서 출발하는 대중교통편은 2시반 이후로 예매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연휴 마지막 날이기에 빠른 예매를 권합니다.

2. 캠프에서 나누고 싶은 것 준비
캠프 일정 중 공용 장소에 물물 교환소, 무인 판매소, 공유 도서관을 운영하고자 합니다. 씨앗 등 나누고 싶은 것, 공유하고 싶은 인쇄물 등을 가져오시면 좋습니다.

3. 참가자 간 의사소통 수단
특정 메신저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참가자 간 의사소통을 위한 온라인 도구(채팅 포함)를 준비했으니 참가 의향이 있는 분들은 연락주시기를 바랍니다.
eastasia_ecotopia@riseu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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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6 15:19 2023/09/26 15:19

화면 위 아래, 오른쪽 가장자리에 여러 장의 사진이 잘라붙혀져있다. 강, 산, 바다 등에서 현수막을 들고 있거나 여러가지 활동을 하는 모습, 음식과 텐트 등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가운데 여백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장이 적혀있다. ‘에코토피아 캠프 사전설명회+바이크투어 워크숍. 일시, 2023년 9월 10일(일), 오후 3시. 장소,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천로6길 33, 2층. 에코토피아캠프 사전설명회 오후 3시부터 4시30분까지. 바이크투어 워크숍 오후 5시부터 6시30분까지. eastasia_ecotopia@riseup.net’

 

동아시아 에코토피아는 개발사업과 환경파괴에 맞서는 투쟁과 연대하는 캠프를 매년 꾸려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전남 구례에서 캠프가 열립니다. 이에 앞서, 에코토피아 캠프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사전설명회를 진행합니다. 


2박 3일 캠프의 틀과 일부 일정은 주최 그룹이 준비합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는 워크숍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워크숍을 준비하기 어려운 참가자 역시 환영합니다. 캠프 참가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지 막막하다면 사전설명회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눕시다. 
캠프에 앞서 자전거로 지리산까지 이동하는 바이크투어가 4일 동안 진행됩니다. 함께 장거리를 이동하는 바이크투어에 참가하기 위한 기본적인 기술을 안내하는 바이크투어 워크숍이 사전설명회에 이어 진행됩니다. 바이크투어 워크숍 참가자들은 자전거를 준비해오세요.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에코토피아 캠프 사전설명회에서 만나요!

 

일시 : 2023년 9월 10일(일), 오후 3시


장소 :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천로6길 33, 2층
 1부. 에코토피아캠프 사전설명회 : 오후 3시~4시 30분
 2부. 바이크투어 워크숍 : 오후 5시~6시 30분. 한강변으로 이동 예정

 

문의 및 연락 eastasia_ecotopia@riseu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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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1 16:55 2023/09/01 16:55

오른쪽에 자전거를 탄 네 명의 사람 행렬을 뒤에서 본 모습이 그려져 있다. 왼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장이 적혀있다. '2023 ECOTOPIA BIKE TOUR : 지리산 만나러 자전거 타고 가자. 2023 에코토피아 캠프 일정에 앞서 지리산을 향해 자전거로 이동하는 바이크투어가 진행됩니다. 중간에 합류하는 분들은 일정을 참고하세요. 경로는 변경될 수 있으니, 가급적 미리 연락을 주시길 바랍니다. 잠은 텐트에서 자고, 식사는 직접 준비하며, 점심은 간단식을 먹으며 이동합니다. 9월 27일(수) : 충남 천안시 ~ 충남 공주시 (약 42km). 9월 28일(목) : 공주 ~ 전북 익산시 (약 60km). 9월 29일(금) : 익산 ~ 전북 임실군 (약 60km). 9월 30일(토) : 임실 ~ 전남 구례군 (약 60km). eastasia_ecotopia@riseup.net'

 

2023 에코토피아 캠프 일정에 앞서 지리산을 향해 자전거로 이동하는 바이크투어가 진행됩니다. 중간에 합류하는 분들은 일정을 참고하세요. 경로는 변경될 수 있으니, 가급적 미리 연락을 주시길 바랍니다. 잠은 텐트에서 자고, 식사는 직접 준비하며, 점심은 간단식을 먹으며 이동합니다. 

 

* 명절 연휴 기간이기에 대중교통 이용시 빠른 예매를 권합니다.
* 공동식사는 채식(비건)으로 준비합니다.

 

일정
9월 27일(수) : 충남 천안시 ~ 충남 공주시 (약 42km)
9월 28일(목) : 공주 ~ 전북 익산시 (약 60km)
9월 29일(금) : 익산 ~ 전북 임실군 (약 60km)
9월 30일(토) : 임실 ~ 전남 구례군 (약 60km)

 

문의 및 연락
eastasia_ecotopia@riseup.net
https://www.facebook.com/eastasia.ecotopia 
https://twitter.com/ecotopia_EA 
https://www.instagram.com/eastasia.eco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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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30 18:59 2023/08/30 18:59

지리산에 서식하는 여러 종의 동물들이 함께 서 있거나 앉아있고, 그 앞에 한 사람이 나뭇가지로 바닥에 '지리산 좀 냅둬'라고 쓰고 있는 그림이 가운데에 있다. 동물들 뒤편으로는 나무가 조금 보인다. 그림 위쪽에 '2023 에코토피아 캠프:지리산 좀 냅둬, 2023년 10월 1일~3일, 전라남도 구례군 지리산 자락'이라고 적혀있다. 그림 아래쪽에는 'blog.jinbo.net/eastasia_ecotopia' 라고 적혀있다.

 

지리산에 서식하는 여러 종의 동물과 사람이 모여 앉아있는 그림이 오른쪽 아래에 작게 들어가 있다. 그 위쪽으로 다음의 내용과 같은 문장이 적혀있다. '2023 에코토피아 캠프 : 지리산 좀 냅둬. 지리산이 첫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지 56년이 지났습니다. 현재 지리산 권역의 지방정부들은 ‘친환경’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내세워 골프장, 케이블카, 산악열차, 댐 건설 등의 개발사업을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습니다. 각각 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소요하는 사업 계획들을 들여다보면 장기적 관점이나 환경적 고려는 커녕 기본적인 사업성, 최소한의 안전 대책 조차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강행하는지 알 수 없는 개발사업으로 인해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많은 삶들이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번 캠프를 통해 우리의 집과 서식지를 지키려 애쓰는 이들과 연대하며, 서로를 보듬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에코토피아 캠프는 참가자가 자율적으로 워크숍을 운영하고 캠프를 꾸리는 주인이 됩니다.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함께 고민합니다. 먹고 자는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은 스스로 준비합니다. 가부장제의 위계질서를 비롯한 어떤 형태의 억압도 지양하며 인종주의적, 성차별주의적 행동을 거부합니다. 유용한 기술과 생각을 공유하며, 서로를 돕고 관계를 쌓아나가는 캠프를 꾸리고자 합니다. 장소 :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 일시 : 2023년 10월 1일(일) ~ 3일(화). 준비물 : 먹고 자는 생활에 필요한 물품, 준비하는 워크숍에 필요한 물품. 문의 및 연락 : eastasia_ecotopia@riseup.net'

 

지리산이 첫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지 56년이 지났습니다. 현재 지리산 권역의 지방정부들은 ‘친환경’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내세워 골프장, 케이블카, 산악열차, 댐 건설 등의 개발사업을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습니다.  각각 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소요하는 사업 계획들을 들여다보면 장기적 관점이나 환경적 고려는 커녕 기본적인 사업성, 최소한의 안전 대책 조차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강행하는지 알 수 없는 개발사업으로 인해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많은 삶들이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번 캠프를 통해 우리의 집과 서식지를 지키려 애쓰는 이들과 연대하며, 서로를 보듬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에코토피아 캠프는 참가자가 자율적으로 워크숍을 운영하고 캠프를 꾸리는 주인이 됩니다.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함께 고민합니다. 먹고 자는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은 스스로 준비합니다. 가부장제의 위계질서를 비롯한 어떤 형태의 억압도 지양하며 인종주의적, 성차별주의적 행동을 거부합니다. 유용한 기술과 생각을 공유하며, 서로를 돕고 관계를 쌓아나가는 캠프를 꾸리고자 합니다. 

 

장소 :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


일시 : 2023년 10월 1일(일) ~ 3일(화)


준비물 : 먹고 자는 생활에 필요한 물품 (텐트, 침낭, 조리도구, 식기 등), 준비하는 워크숍에 필요한 물품
* 공동식사는 채식(비건)으로 준비합니다.
*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경우, 연휴기간이기에 빠른 예매를 권합니다.

 

문의 및 연락
eastasia_ecotopia@riseup.net
https://www.facebook.com/eastasia.ecotopia 
https://twitter.com/ecotopia_EA 
https://www.instagram.com/eastasia.eco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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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30 18:44 2023/08/30 18:44

동아시아 에코토피아 구성원 네 명은 평화바람과 오키나와 활동가분들의 도움으로 2023년 오키나와 평화행진에 참여했습니다. 


 
선명한 푸른 색의 바다가 보이고 그 너머로 섬이 위치해있다. 하늘에는 구름이 약간 끼어있다.

 

대체로 밝은색을 띄는 작은 산호 조각들로 이루어진 모래 사장을 가까이에서 촬영한 모습이다.

 

평화행진 일정보다 며칠 앞서 도착한 우리들은 평범한 여행객의 입장에서 오키나와를 다녀보았습니다. 본 적 없는 낯선 풀과 나무들, 산호 모래가 곱게 쌓인 해변, 석회암 지대 특유의 지형과 토양,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뱀 주의 표지판, 독특한 건축 양식, 아름다운 풍광 사이를 흥미롭게 지나다녔습니다. 약간 이 장소에 익숙해졌다는 느낌이 들 때 쯤,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히고 조금 다른 마음가짐과 자세로 평화행진을 향해 갔습니다. 


 

풀밭 위에 많은 사람들이 일본어로 적힌 깃발과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는 쪽에 다섯명이 의자에 앉아 있다. 각각 몸에 구호를 적은 띠를 두르거나 머리에 두르고 있다. 양 옆으로 이들을 촬영하는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너무 덥지 않은 초여름의 날 아침, 넓은 광장에서 각자의 평화 메시지를 담은 옷과 깃발, 피켓을 든 사람들과 함께 중부 기지코스를 걷는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요미탄에서 출발하여 토리이 미군기지, 가데나 미군기지를 지나 차탄까지 가는 코스였습니다.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기지의 70%가 오키나와에 있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었고, 한국에서도 미군기지의 모습을 익숙히 보아왔지만, 실제로 걸으면서 보이는 모습은 짐작했던 것과 다른 점도 많았습니다.

 

도로 한 켠에 많은 사람들이 구호를 적은 깃발이나 피켓, 머리띠를 두르고 줄지어 걸어가고 있다. 그들의 오른편에 무장한 경찰이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길 양 옆으로는 나무와 건물, 전봇대가 보이고 사람들이 걸어가는 방향 멀리에 빨간색 신사 기둥이 보인다.


시내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기지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철조망 펜스들로 둘러싸여진 모습은 마치 미군이 자신의 땅에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도심 상공에서 굉음을 울리며 수시로 오가는 전투기와 헬기의 소음은 그 자체로도 고통이었고,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미군용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차들은 기지 근처로 갈수록 더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오키나와에 오기 전에 읽은 여행안내서에 미군 차량과 교통사고가 나는 경우 미군에 유리하게 적용되는 법률로 곤란을 겪을 수 있으니 가급적 근처에 가지 말고, 운전을 하는 경우는 절대 사고가 나지 않게 주의하라고 적혀있던 것을 본 기억이 났습니다. 긴 언덕길을 내려와 토리이 기지 정문 앞을 지나칠 때에는 일부러 빨간색 신사 기둥을 세워놓은 이 노골적인 기만의 풍경이 기이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바닥에 일본어로 적힌 여러 피켓이 놓여있다. 뒤쪽에 있는 피켓에는 '2023 peace walk, 한국참가단'이라고 적혀있고, 앞쪽에 있는 피켓에는 '기지가 없는 오키나와를, 복귀 51년 제46회 5.15 평화행진'이라고 적혀있다.


​토리이 기지를 지나와 가데나 기지 권역에 가기 전,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휴식 시간 동안 한국에서 온 참가자들을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군산에서 팽팽문화제 참가자들과 함께 만든 판화를 소개하고, 새만금에서 불렀던 ‘도요새’ 노래를 부르며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이후 만코 습지센터를 방문하여 설명을 보니 도요새는 오키나와에도 머물더군요. 
 

 
길고 긴 가데나 기지 옆 펜스를 지나 차탄에 도착하여 다른 참가자 분들이 준비해주신 간식과 음료를 먹고 마시며 평화행진을 마무리했습니다.  


 

넓은 강당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다. 무대에는 빈 좌석과 테이블, 연단이 있고 그 위에 일본어로 '복귀51년 5.15 평화와 생활을 지키는 현민대회'라고 적힌 간판이 걸려있다. 강당 옆에는 여러 단체명이 적힌 깃발들이 벽에 기대어져 있다.


다음날 기노완에서 진행된 제46회 5.15평화대회에 참가한 후, 오후에는 사키마 미술관을 방문하였습니다. 오키나와 전쟁의 참상에 관한 그림을 보던 중, 전쟁 당시 산호 해변이 공습으로 파괴되었고, 날카롭게 깨어진 산호 위를 걸어 피난하며 발을 다쳤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얼마 전 산호 해변을 걸었을 때, 자연적으로 풍화된 동글동글한 산호 모래위에서도 꽤 발바닥이 아팠던 기억이 났습니다. 오키나와의 독특한 양식의 무덤이 피난의 장소로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도, 아름다운 석회 지형의 움푹 파인 동굴이 학살의 장소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보았습니다. 삶의 깃든 공간이자 나를 품어주던 일상의 장소들이, 나를 공격하고 위협하는 전쟁의 공간으로 돌변하는 순간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넓게 가지를 뻗은 큰 나무 앞에 오키나와어와 일본어로 병기된 '치비치리 가마의 노래' 가사가 적혀있는 팻말이 세워져있다. 바닥에는 낙엽과 어두운 색의 흙, 짙은 초록색의 풀들이 있다. 나무 뒤편으로는 큰 바위가 있고 수풀이 우거져있다. 수풀 사이로 하늘이 조금 보인다.


평화기념공원과 치비치리가마를 방문하였을 때에는 짐작했던 것 이상으로 장소에 압도당하는 감각을 느꼈습니다. 기록물들을 들여다보며, 전쟁의 폭력성이라는 것은 한 개인이 상상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설치한 낮은 입간판에 일본어로 '신기지 건설 반대'라는 글씨와 3236일째 농성 중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간판은 차도와 보도 사이 흙바닥에 세워져 벽돌로 아래가 고정되어 있다. 간판 뒤편으로 도로가 있고 그 뒤로 철조망과 미군기지가 보인다.


​오키나와에서의 마지막 날에는 헤노코 신기지 매립 공사를 막기 위한 집회에 참가했습니다. 도착해서 인사를 드리자 ‘멘소레’라고 외치며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아침마다 덤프 트럭 진출입로에서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공사차량을 막아선다고  합니다. 참가자 대부분은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었습니다. 정복을 입은 경찰들에 의해 누군가는 앉아있는 의자 채로, 누군가는 사지를 잡힌 채로 매일 매일 들려나가고 있었습니다. 헤노코 기지 건설을 막아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삶도, 서식지 파괴로 보금자리를 잃는 수많은 생명들의 삶도 이처럼 매일 매일 쫓겨나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국경 너머 먼 곳을 갔다고 생각했지만, 전쟁과 군사화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매우 비슷했습니다. 또한 이를 막아서며 만들어가는 평화의 길 역시 서로 다양하게 다르면서도 비슷한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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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0 18:23 2023/06/20 18:23

맑은 하늘이 보이는 도로에 깃발과 현수막을 든 많은 사람들이 서있는 모습이 멀리 보인다. 앞쪽에는 악기와 큰 피켓 두 개를 든 사람이 서 있다. 왼쪽 피켓에는 '케이블카 필요없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입에 문 산양이 산 위에서 케이블카를 발로 누르고 있는 흑백 그림이 그려져 있다. 오른쪽 피켓에는 영어, 일본어, 한국어로 '우리의 집, 우리의 서식지'라는 문구가 적혀있고 여러 동물이 함께 흑백으로 그려져 있다.

 

도로 바닥에 많은 사람이 앉아있다. 가운데 앉아있는 사람의 등 뒤에 '생존과 존엄을 지키자. 국립공원 케이블카 백지화하라'라고 적힌 피켓이 걸려있다.

 

건물 앞 도로에 경찰과 여러 사람이 서 있고 '땅과 발 맞추자. 토지착취를 멈춰라'라고 적힌 큰 현수막을 두 사람이 들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 세종시 정부청사 인근에서 진행된 기후파업에 참가했습니다. 우리의 집과 삶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각지에서 다양한 모습의 파괴와 위기에 맞서고 있는 동료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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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7 14:41 2023/04/17 14:41

지난주 금요일, 3월 3일은 제3회 국립공원의 날이었고,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지 만1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 흑산도 공항과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 상황을 보면, 국립공원의 존재 의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환경부장관은 무등산에서 진행된 국립공원의 날 기념 행사에 참석했고, 국립공원과 미래를 지키고자 하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무등산 자락에 모여 환경부의 기만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혔습니다. 우리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나름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뒤로 동상이 서 있고 여러 사람이 오가는 광화문 광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가운데에 세 사람이 '설악산 그대로', '생존과 존엄을 지키자. 국립공원 케이블카 백지화하라' 등의 글귀가 담긴 피켓과 '케이블카 필요없다', '우리의 집 우리의 서식지' 등의 문구를 포함한 그림으로 만든 큰 판넬 등을 들고 서 있다.

 

국립공원은 전체 국토 면적의 4% 가량입니다. 지난해에 환경부는 향후 10년간 국립공원 면적을 5%까지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공유지로서의 국립공원에 대한 실질적인 보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정 확대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2022년 세계 생물다양성 총회는 2030년까지 최소 지구 전체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실천목표를 채택했습니다. 국립공원을 포함하여 2022년 한국의 보호지역은 육상 17.5%, 해상 2.4%입니다.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국립공원 조차도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미래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광장 가운데 큰 화분 앞에서 한 사람이 큰 판넬을 들고 서 있다. 판넬에는 '우리의 집 우리의 서식지'가 일본어, 영어로 병기된 흑백 그림이 있다.

 

길에서 한 사람이 큰 판넬을 들고 서 있다. 판넬에는 산양이 '케이블카 필요없다'라고 적힌 배너를 물고 서 있는 흑백 그림이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의 환경적 영향에 대해 검토한 4개 전문기관 모두 사업의 부적절함을 명시했습니다. 케이블카 사업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생태적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우리가 설악산 보존을 위해 물러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설악산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설악산이 우리의 삶을 지켜내기 때문입니다. 국립공원을 파괴하지 말라는 외침은 우리 생명 유지 장치의 필수 구성요소들을 지켜내기 위한 생존의 외침입니다. 

 

길에서 한 사람이 '생존과 존엄을 지키자, 국립공원 케이블카 백지화하라'라고 여러색으로 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국립공원 내 개발 사업으로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자체의 주장을 들으면, 우리는 정말로 정부가 보편적 접근성 확보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어집니다. 휠체어 이용자들의 생활권에서의 접근성과 이동권에 대해서 무관심한 정부는 유독 보호구역 내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에만 선택적으로 이를 언급하곤 합니다.


장애인권을 위해 헌신해온 이들의 오랜 노력 끝에 2019년에 처음으로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 가능한 고속버스 10대가 도입되었습니다. 전체 고속버스 중 0.57% 였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운행 노선 축소로 2대로 줄어들었습니다.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버스회사도, 심지어 법원까지도 이동권 보장을 외면해왔습니다. 강원도 내 전체 18개 시, 군 중에 11개 지역에는 저상버스가 단 한 대도 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양양군에도 저상버스는 다니지 않습니다. 국토부의 2022-2026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연계 법안에는 시외버스, 고속버스, 농어촌버스가 제외되어 있습니다.

 

길에서 한 사람이 '설악산 그대로'라고 한 글자씩 나눠 적힌 피켓을 손에 들거나 바닥에 두고 서 있다.

 

그럼 설악산 케이블카가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 줄 거라는 사업자측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케이블카 사업의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이 계획의 경제적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입니다. 계속된 사업 변경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안전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갈 이들이 오래도록 누려야 할 국립공원을 도박처럼 불확실한 사업을 위해 파괴하는 것은 이 사회 구성원의 존엄을 훼손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풍요로운 보금자리를 산산조각내어 얻는 한 줌의 이익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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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6 12:35 2023/03/06 12:35

뒤로 눈내린 겨울산이 보이고, 가까운 쪽 바위 위에는 사람들이 나란히 서있다. 등지고 서있는 사람들 등에는 "설악산 그대로!"라고 적혀있으며 가운데에는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라고 적힌 둥근 배너를 든 사람이 서 있고, 바로 앞에 "설악산 그대로"라고 적힌 작은 배너를 든 사람이 앉아있다.


"설악산을 그대로, 케이블카 필요없다"


겨울의 끝자락인 2월 12일에 우리는 최정화 선생님의 도움으로 설악산과 마주한 성인대에 올라갔습니다. 박그림 선생님과 만나 설악산을 바라보며, 설악산과 우리의 생존과 존엄을 바라며 외쳤습니다. 

 

18명의 사람들과 강아지 두 마리가 나란히 의자에 앉거나 서서 주먹을 든 채 서 있다.


산에서 내려온 뒤, 속초시에 위치한 서점 ‘완벽한 날들’로 이동해서 故이강길 감독의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 상영회에 참가했습니다.


환경부라 불리는 환경파괴부와 개발사업 협력자들이 권한을 남용하여 절차와 제도를 무시하며 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범’ 사업으로 시작한 개발사업들이 이후 어떤 수순을 밟아가는지, 한 번 위락시설이 설치된 보호구역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파괴되어 가는지, 셀 수 없이 많은 상실을 겪어왔습니다.

 

눈내린 겨울 산을 찍은 흑백사진이다.


​우리 이웃들의 보금자리이자 우리의 생명을 지탱해주는 서식지를 유원지로 만들어 파괴하며 얻는 한 줌의 이익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설악산이 지금과 같이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를 보듬어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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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5 18:43 2023/02/15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