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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평준화보완책될수있나?

자사고, 평준화 보완책 될 수 있나
특정계층 전유 배제ㆍ교육프로그램 다양화 등이 관건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제3회 양재천포럼 행사 열어
2006/1/25
정용인 기자 inqbus@ngotimes.net
자립형 사립고(이하 자사고)는 평준화제도와 양립가능한가. 자사고가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될 ‘위험’을 배제하고, 건학이념에 기초한 교육프로그램의 다양화ㆍ지역사회 교육발전 기여 등의 원칙을 견지한다면 평준화제도 보완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간 교육개혁운동진영 내에서는 대안교육운동을 고민하는 흐름이 있어왔지만, 자사고나 특목고 등에 대해서는 소위 ‘교육양극화’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비판적인 인식이 주를 이뤘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일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공동대표 윤기원·김정명신)은 '고교평준화 제도와 학교 체제의 다양성 문제'를 주제로 제3회 양재천 교육포럼 행사를 열었다.
정용인기자 
지난 20일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공동대표 윤기원·김정명신)은 '고교평준화 제도와 학교 체제의 다양성 문제'를 주제로 제3회 양재천 교육포럼 행사를 열었다.


지난 20일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이 주최한 3회 양재천 교육포럼에 참석한 강영혜 박사(한국교육개발원)는 “평준화 도입초기에는 교육기회의 확보가 중요했기 때문에 교육획일화 문제가 크게 주목되지 않았으나 교육의 양적 확대가 이뤄지면서 일부 사학운영자와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요구가 맞물리면서 등장한 것이 자립형사립고다”라며 “현재 시범운영되고 있는 자립형사립고 운영자들의 관심은 납입금과 재정자립의 기준 완화, 학생선발 등에 집중되고 있지만 정작 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의 교육이념과 그에 따른 일반학교가 제공할 수 없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테면 써머힐과 같은 학교도 대표적인 자사고로 볼 수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강 박사는 자사고와 관련, △평준화 위협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강화 △사회계층적 분리 조장 등이 대표적인 ‘우려’로 제기되고 있지만 원칙과 과제를 명확히 한다면 제도적 극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즉 자사고는 재정자립을 기본적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현재의 일반계고등학교 중 자사고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학교는 5% 미만이어서 평준화를 위협하지 않으며, 대학입시에서 우월적 지위도 ‘시험성적 중심의 대입선발’이 있는 한 경쟁의 불공정성 문제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교육 양극화 문제는 대입정책방향이 결정적 변수라는 것.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사회계층분리 조장 문제. 강 박사는 “특히 지금처럼 엘리트주의가 자립형사립고 추진의 주요동인으로 작용하는 현실에서 심각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 문제는 자사고ㆍ특목고 뿐 아니라 현행 학군중심의 평준화제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문제로 앞으로 자사고의 시범운영을 확대한다면 이런 학교가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되지않도록 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강영혜 박사
정용인기자 
한국교육개발원 강영혜 박사

실질적으로 명문대학 진학률로 판가름나는 ‘명문사학 만들기’로 자사고가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건학이념에 기초한 교육과정의 다양화, 특성화가 중요하다고 강 박사는 강조했다. 그는 “일부에서 자사고 도입 논리로 수월성을 들지만, 수월성추구는 모든 교육기관이 기본적으로 견지해야 할 원칙이라는 것을 착각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학교선택권의 측면에서 △교육내용(프로그램)의 특성화 △학부모 부담 비용수준의 다층화 △지원자 자격요건의 완화 등이 충족되어야 한다며 “외국의 경우처럼 해당 지역의 가난한 학생이나 특수교육대상자들을 받아들이는 등 다양한 학생선발기준을 개발, 적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자립형 사립고 도입이나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내놓은 ‘공영형 혁신학교’ 등 자사고의 ‘변종형태’들은 “교육시장주의와 (의사)진보주의가 동상이몽을 갖고 내놓은 작품”이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김용일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소장(한국해양대 교수)은 “자사고 문제는 단순히 학교선택ㆍ선발권 부여의 문제가 아니라 여타의 학교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등 이른바 ‘5ㆍ31교육개혁’을 주도한 시장주의는 당초 전체학교의 30%정도를 자율학교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었다”며 “학교와 학교 사이에 경쟁을 도입하면 시장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교육경쟁력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봤지만, 핵심은 학교에 들어가는 공적 비용을 줄이겠다는 목표다”고 말했다.

자사고 정책결정과정이 졸속적이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소장은 ‘기동타격대가 출동하는 것을 보는 것 같다’고 비유하며 “논란이 있는 정책일수록 일단 놔두고 오랫동안 시뮬레이션을 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테면 교육부가 지난 12월 도입하겠다고 밝힌 공영형 혁신학교는 교육부 스스로 추진을 할 경우 대학입시 기관화, 귀족화ㆍ지자체장에 의한 선거수단 이용가능성 등의 문제점을 예상하고 있으면서도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심성보 부산교육대 교수는 “교육철학은 사회학적 측면이 같이 고려되어야 한다”며 “대안학교면 또 몰라도 자립형사립고는 성공한 사례가 없는데도 (강 박사가)새로운 얼굴의 자사고만 주장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의 주장에 대해 김태형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과 사무관은 “공영형 사립고 등 시행령과 관련해서는 3월말까지 만들 예정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는 “마치 일란성 쌍생아처럼 자사고ㆍ특목고ㆍ공영형 자율학교가 교육양극화 해법 문제를 논의할 때 대안처럼 나온다”며 “일반국민들에게 자사고가 교육여건개선대안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운동진영도 일반론에 기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 교육양극화 대책에 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해야할 때”라고 이날 포럼취지를 설명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ngotimes.net  

2006년 1월 25일 오후 22시 2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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