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31

다시 쓰는 일기 2006/10/31 17:15

내 사랑주머니는 구멍났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아주 어렸을때부터 그랬겠지만 그땐 사랑이 뭔지 몰라서, 아니..내게 채워지지 않는것이

정확히 뭔지조차 몰라서 그걸 채워야겠다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스무살 무렵부터 내게 부족한것이 사랑이라는걸 알았다.

그리고 그건 아무리 많이 가져도 결국 부족할 뿐이라는것도 알았다.

다섯살때부터, 정확하게 손가락 빨기를 그만두었을때부터 시작한 손톱뜯어먹기가 유일한 위로였다.

그래서 언제나 너덜너덜한 손톱을 해가지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피가 철철 흐르는 아픔을 이기지 못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곤 했다. 이런 증상이 서른 다섯살까지 계속됐다.

서른 일곱..지금 나에겐 사랑이 부족하지 않은가?

그건 아니다.

여전히 내게는 부족하다.

다만...

사랑을 쫓아가는 과정이 길고 지루하고 귀찮아졌다.

마음을 보여주고 마음을 보고자 애쓰고 귀기울여 이야기 듣고 밤새워 이야기 들려주는 그 시간들이 먹고사는 일보다 귀하지 않게 되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조금은 인정하게 되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어차피 나는 채우지 못할것을...

 

봉숭아가 무릎위로 뛰어올라 왔다.

자판을 두드리는 내 팔을 베고 눕는다...이런..

조금은 불편한 자세로..그러나 뿌리치지 않고 계속 자판을 두드리는 이 순간에..

구멍난 주머니가 채워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사랑에 가슴이 설레지 않는다면...인생이 대체 무엇으로 재미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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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31 17:15 2006/10/3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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