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는 달동네가 있다.
문예진흥원 뒤편으로,
학전 그린 소극장 뒤편으로,
동성고등학교 뒤편으로 진짜 달동네가 있다.
그곳에서 달을 본적은 없지만 설사 달이 뜨더라도 이골목에까지
그 빛이 미칠까 싶은 그런 동네다.
예전에 후배가 그 동네에서 살았다.
'살았다'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들어가는 날이 적었지만
암튼 거기가 그 후배의 집이었다.
아주 많이 힘들고 지치고 피곤한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을때였다.
우리는 마음이 많이 아팠고 술을 함께 마셨다.
그리고 잘곳이 없었다.
그때가 한겨울이었다. 그리고..
'우리집'이라면서 후배가 데리고 간곳이 바로 거기였다.
아궁이가 딸린 부엌과 방 한칸이 전부인 집.
불기라곤 없었던 집.
거기서 우리는 한겹짜리 여름이불을 각자 한장씩 둘둘 감고 잠을 잤다.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써도 뼛속까지 한기가 스몄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아팠다.
잠을 잔것이 아니라 밤새 두드려 맞은것 같은 느낌이었다.
방문을 열어보니 후배가 휴대용 가스버너에 내 신발을 녹이고 있었다
밤새 꽁꽁 얼어버린 신발을 신을때의 슬픔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따뜻했다.
발이 녹자 온몸이 따라서 조금씩 녹았고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고마웠다.
지금도 대학로에 가면 그 집을 생각한다.
그 추웠던 밤을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따뜻했던 신발을 생각한다.
다시 오지 않을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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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5 13:09 2005/04/1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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