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다시 쓰는 일기 2005/05/15 19:56

며칠전 부산에 다녀온 이후로 목이 조금씩 아프더니 마침내 몸살감기가 되었다.

참 오랫동안 아프지 않고 지내왔는데 모처럼 세게 아프다.

나는 어릴때부터 큰일을 앞두고는 늘 아팠다.

시험 직전에 감기에 걸리는건 예사고

뭣좀 중요한 일이 있을라치면 배탈에 두통에 안아픈곳이 없었으며,

그것이 시험을 망치거나 중요한 일들을 조져먹었을때 요긴한 핑곗거리가 되어주었다.

대학엘 가고 노래패 활동을 할때는 막상 공연 당일이 되면 너무 지친 나머지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그러나 그때도 연습과정에서 그만큼 애썼으니 공연이야 좀 망치면 어떠냐고 오히려 위로를 받을 뿐이었다.

제대로 음악으로 밥을 먹으면서부터는 공연 전날 아픈일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술먹고 헤롱대는 일이야 다반사였지만도 그건 술깨면 해결되는 것이었고

심하게 몸살이 난다거나 하는 일은 확실히 줄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파란대문' 할때도 다른 아이들 다 차례로 쓰러질때 난 혼자 멀쩡했다.

절대로 쓰러질 수 없었다.

이를 악물고 버티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냥 난 쓰러질 수 없었을뿐이다.

그랬는데...

지금 감기에 걸렸다.

할일이 많은데 아프고말았다.

뭔가.....

내 안에서 무너지고 있는듯 하다.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은 무서운 일이다.

아마도 이제 내가 정말로 혼자서 살아남아야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가보다.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는가보다.

생각해보면 난 언제나 그랬는데,

이 한몸 부리고 보호받을 수 있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 헤매왔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어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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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5 19:56 2005/05/1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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