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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22
    접시꽃(2)
    오!사랑

접시꽃

 

 

 많은 사람들이 접시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도
접시꽃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을 것이다.
도종환 시인의 시집 <접시꽃 당신>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사실 접시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것처럼
시집 <접시꽃 당신>을 읽어보지도 못했다.
다만 몇 년 뒤, ‘접시꽃 당신 2’란 부제가 붙은 시집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을 보며
도종환 시인이 ‘사랑타령’만 늘어놓는 시인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 부제는 시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출판사에서 멋대로 붙인 것이라고 한다)

 



접시꽃을 제대로 알게 된 건, ‘오늘의책’에서 일을 할 때다.
‘오늘의책’ 골목길엔 현수막을 손으로 써서 제작하는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골목 입구에서 복사집까지,
철길 둑방 옆을 따라 화분을 죽 늘어놓고 가꾸셨다.
그 때 할아버지께 이름을 물어보아
‘괭이밥’ ‘접시꽃’ ‘참죽나무’ 등을 알게 됐는데,
다른 것은 금새 잊어버려도 접시꽃만큼은 꽃의 생김과 맞아 떨어져 머리에 남았다.
이름을 알고 보니 접시꽃은 집 근처 화단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꽃이었다.

 


이름을 아는 몇 안되는 꽃이긴 했지만,
큰 것은 내 키를 훌쩍 넘길 만큼 껑충하고
꽃잎의 크기도 너무 커서
접시꽃에 그렇게 정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청도 운문사 화단에 스님들이 가꾸어 놓은 접시꽃
절집 담장을 배경으로 담장 키만큼 줄지어 서 있는 것이
퍽 예뻤다.

 


그리고 올 여름, 덕유산에 갔을 때,
‘시실리’라는 펜션을 찾아 낯선 시골 동네 깊숙이 들어가는데
집집마다 대문 옆에 접시꽃이 아담하게 피어 있었다.
그 모습이 꼭 “밖에 누가 왔나?” 고개를 내밀고 내다보는 것 같아서
혼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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