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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22
    접시꽃(2)
    오!사랑
  2. 2006/08/24
    애기메꽃 과 갯메꽃
    오!사랑
  3. 2006/07/15
    홑왕원추리
    오!사랑
  4. 2006/05/24
    엉겅퀴
    오!사랑

접시꽃

 

 

 많은 사람들이 접시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도
접시꽃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을 것이다.
도종환 시인의 시집 <접시꽃 당신>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사실 접시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것처럼
시집 <접시꽃 당신>을 읽어보지도 못했다.
다만 몇 년 뒤, ‘접시꽃 당신 2’란 부제가 붙은 시집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을 보며
도종환 시인이 ‘사랑타령’만 늘어놓는 시인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 부제는 시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출판사에서 멋대로 붙인 것이라고 한다)

 



접시꽃을 제대로 알게 된 건, ‘오늘의책’에서 일을 할 때다.
‘오늘의책’ 골목길엔 현수막을 손으로 써서 제작하는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골목 입구에서 복사집까지,
철길 둑방 옆을 따라 화분을 죽 늘어놓고 가꾸셨다.
그 때 할아버지께 이름을 물어보아
‘괭이밥’ ‘접시꽃’ ‘참죽나무’ 등을 알게 됐는데,
다른 것은 금새 잊어버려도 접시꽃만큼은 꽃의 생김과 맞아 떨어져 머리에 남았다.
이름을 알고 보니 접시꽃은 집 근처 화단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꽃이었다.

 


이름을 아는 몇 안되는 꽃이긴 했지만,
큰 것은 내 키를 훌쩍 넘길 만큼 껑충하고
꽃잎의 크기도 너무 커서
접시꽃에 그렇게 정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청도 운문사 화단에 스님들이 가꾸어 놓은 접시꽃
절집 담장을 배경으로 담장 키만큼 줄지어 서 있는 것이
퍽 예뻤다.

 


그리고 올 여름, 덕유산에 갔을 때,
‘시실리’라는 펜션을 찾아 낯선 시골 동네 깊숙이 들어가는데
집집마다 대문 옆에 접시꽃이 아담하게 피어 있었다.
그 모습이 꼭 “밖에 누가 왔나?” 고개를 내밀고 내다보는 것 같아서
혼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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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메꽃 과 갯메꽃

 

작년 한참 꽃이름 하나 하나 알아가는 데 재미가 들어갈 때

길 가다 우연히 눈에 띈 분홍색 꽃.

덩굴식물이고, 생김새도 나팔꽃을 닮았다.

이름을 찾아보니 '애기메꽃'이다.

 

 

 

메꽃이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도 친근한데,

'애기'가 앞에 붙으니 더 귀여운 느낌을 준다.

나팔꽃의 붉은색 보다 오히려 은은하고 엷은 분홍빛이 더 마음에 든다

 

 

 

얼마 후 부산 해운대 동백섬에서 애기메꽃의 사촌을 만났다.

같은 종류 중에 바닷가에서 자라는 것들에는 '갯'자가 붙는데,

생김이 보통의 내륙 종보다 둥글둥글 하다

아마도 바닷바람 때문이 아닌가 근거없는 추측을 해본다.

갯메꽃도 애기메꽃에 비해 꽃도 둥글고 잎도 둥글다.

 

 

 

봄이 되면 주차장 한켠에, 건물 옆 공터에, 공장 화단에

작년에 피었던 곳에서 어김 없이 애기메꽃이 피어나 덩굴손을 옆으로 펼친다

작년에 만난 꽃을 같은 자리에서 다시 만나는 일은

친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는 것 처럼, 즐거운 일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애기메꽃을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내년엔 좀더 귀엽고 예쁜 모습을 담아보아야겠다.

 

 

* <민중언론 참세상>에 연재되는 "강우근의 들꽃이야기-메꽃" 보기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id=33617&page=1&category2=15

 

 

* <경남도민일보>에 연재되는 "박덕선의 들풀-갯메꽃" 보기

http://www.idomin.com/news/read.php?idxno=156275&rsec=S1N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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홑왕원추리

 

2005년 4월, 창원 천주산 등산길.

고개마루에서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가는 양 옆을 화단모양으로 가꾸어 놓았는데, 잘잘한 풀들이 여기저기 나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납작한 잎이 좌우로 겹쳐 나있는데, 작고 예쁘다. 이건 무슨 풀일까 궁금해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아줌마가 '원추리'라고 한다. 나물로 무쳐도 먹는다고 하고.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사진을 찍고, 한뿌리 캐어갈 욕심이 생겨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손으로 파보았는데, 생각보다 뿌리가 깊고 뒤엉켜 있다. 줄기만 잡고 당기다 몇 개 끊어먹고 겨우 한 뿌리 캐어내어 집에 가지고 와서 작은 화분에 옮겨 심었다.

 

 

나름대로 정성껏 물을 주었건만, 원추리는 결국 말라버렸다. 그래서 겨우내 베란다에 버려져 있었는데, 올 봄 다른 화분의 분갈이를 하려고 원추리 화분을 엎어보니 뿌리가 여전히 얽기섥기하고 말라 시든 잎 사이로 화살촉 모양의 조그만 새순이 보였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다른 화분에 옮겨 심었더니 다음날부터 다시 새 잎이 무럭무럭 자라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올해도 잎이 무성해지도록 꽃이 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단지에, 도로 화단에 원추리며 홑왕원추리며 활짝 꽃을 피우고 있는데도, 베란다 화분의 원추리는 잎 그대로였다. 그러더니 잎 끝이 조금씩 마르기 시작했다. "역시 땅에서 자라야 하는 것을 괜히 파가지고 왔나" 싶기고 하고 "혹시 집 앞 화단에 옮겨 심어주면 꽃을 피울까?" 생각이 들어 계속 망설이고 있었는데....... 어느날부턴가 드디어 잎 사이로 꽃대를 올리기 시작했다!

 

 

매일 매일 꽃대가 얼마나 더 올라왔나 살피고 물을 줄 때마다 흐뭇했다. 그렇게 한 70-80Cm 꽃대를 밀어올리더니, 끝에서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은 꽃망울이 조금씩 길쭉해지더니, 드디어 오늘 아침 첫번째 꽃을 활짝 피웠다. 홑왕원추리다! 너무 반갑고 기쁘다. 방 책상에 않아 창문을 열면 홑왕원추리가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방에 앉아 이렇게 꽃구경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옆에 있는 꽃망울도 꽤 길쭉해졌으니, 내일은 또 한 송이 꽃을 피울지도 모르겠다.

 

 

원추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말로는 '넘나물'이라고 하여 봄철에는 어린 싹을, 여름철에는 꽃을 따서 김치를 담가 먹거나 나물로 무쳐 먹는데 그런 대로 맛이 있다고한다.

 

뿌리에는 맥문동을 닮은 괴경(덩어리)이 달리는 데 먹을 수 있는데, 멧돼지가 즐겨 파서 먹을 만큼 영양분이 많아 자양강장제로도 쓰였고, 녹말을 추출하여 쌀, 보리 같은 곡식과 섞어서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단다. 또 꽃의 술을 따 버리고 밥을 지을 때 넣으면 밥이 노랗게 물이 들고 독특한 향기가 나는 밥이 된다고 한다.

 

아파트 출입구 옆 화단에 핀 '홑왕원추리'

입도 크고 꽃대도 훨씬 굵고 키도 1.5m 정도로 큰 것이 집의 것보다 늠름하다.

 

 

 

어머니가 사시는 아파트 단지에 핀 '원추리'
홑왕원추리는 꽃이 주황색인데 비해 원추리는 노란색이다
 
 

* <경남도민일보>에 연재하는 "박덕선의 들풀-원추리" 보기
http://www.idomin.com/news/read.php?idxno=122430&rsec=S1N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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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겅퀴

 

지칭개를 알고나서, 조뱅이를 보고나서, 이번엔 좀 센 놈을 만났다. 역시 꽃의 생김은 지칭개나 조뱅이의 친척뻘 되는 것 같은데, 색깔도 짙은 자줏빛으로 강렬하고, 몸집도 큰데다가 잎에 난 크고 뾰족한 가시는 위협적이기까지 한다.

 

나중에 찾아보니 ‘엉겅퀴’다. 앗, 엉겅퀴라면 익히 알고 있던 이름.... 당장 ‘엉겅퀴야’란 제목의 민요가 떠오른다. 그 민요의 곡조와 가사 때문에 ‘엉겅퀴’하면 우리 고유의 ‘한(恨)’, 특히 여인들의 한의 느낌이 났고, 그래서 꽃도 씀바귀처럼 가늘고 여리면서도 질긴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엉겅퀴는 상상과는 영 다른 모습이다.

 

 

 

혹자는 그 모습을 보고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여리디 여린 실꽃잎을 보호하기 위해 온몸으로 방어하며 선 모습이 행주치마에 돌 싸서 성을 지키려던 행주대첩의 여인 같이 장하고도 아리땁습니다. (...) 우리의 어머니들도 꽃잎처럼 여린 자식들을 이렇게 보호하며 키워내지 않았나 싶습니다.”라고 민요의 정서과 같은 느낌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난 첫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그런지 좀 무섭기까지 하다.

 

 

 

엉겅퀴 역시 여러 가지 효능의 약재로도 쓰이고 어린잎을 먹을 수 있는데 가시가 많아 ‘가시나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또 바람에 씨를 날려 번식하는(엉겅퀴 씨를 직접 보지 못했으니 설명만으로는 홀씨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지만) 풍매화(風媒花) 중 대표적인 꽃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엉겅퀴는 스코틀랜드의 국화(國花)라는데, 거기에는 “옛날에 스코틀랜드에 침입한 바이킹의 척후병이 성 밑에 난 엉겅퀴가시에 찔려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성내의 병사들이 깨어나 바이킹을 물리쳤다”는 재밌는 이야기가 담겨있기도 하다.

 

※ 사진은 2005년 5월 28일 진해 시루봉에서 찍은 것.

 

* <경남도민일보>에 연재하는 "박덕선의 들풀-엉겅퀴' 보기

http://www.idomin.com/news/read.php?idxno=120487&rsec=S1N10

 

* 민요연구회가 부른 "엉겅퀴야" 노래듣기 (클릭)

 

* 김용우가 부른 "엉겅퀴야" 노래듣기 (클릭)

 

 

          *     *     *

 

          엉겅퀴야

 

 

                          민영 詩 / 민요연구회 작곡

 


          엉겅퀴야 엉겅퀴야 철원평야 엉겅퀴야
          난리통에 서방잃고 홀로사는 엉겅퀴야

 

          갈퀴손에 호미잡고 머리위에 수건쓰고
          콩밭머리 주저앉아 부르나니 님의 이름

 

          엉겅퀴야 엉겅퀴야 한탄강변 엉겅퀴야
          나를두고 어디갔소 쑥국소리 목이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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