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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어릴적부터 이름을 많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정작 그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viloet
역시 많이 들어본 이름이지만,
그것을 제비꽃과 바로 연결시키지 못했던 건
드러내놓기 창피한 영어실력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violet 이 제비꽃이고
제비꽃이 어떻게 생긴 꽃이라는 걸 정확히 알고 난 뒤에도
또 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종류의 제비꽃이 있다는 걸 알게된 뒤에도
제비꽃에 그렇게 정이 많이 가지는 않았다.
다른 들꽃 처럼 마음을 사로잡거나 설레게 하지 않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찾아뵌 아버지 무덤가에 핀 제비꽃은 반가왔다.
합천 매화산 등산길에서 만난 노랑제비꽃은 귀여웠다.)
제비꽃보다 오랑캐꽃이라는 이름이 더 각별한 건
이용악의 시 ‘오랑캐꽃’ 때문이다.
학교 도서관에서 귀중본서고로 옮겨지지 않고 일반서고에 용케 남아있던
1947년판 시집 <오랑캐꽃>을 발견했을 때의 흥분됨이란...
제비꽃의 모양이 마치
“머리채를 드리운 오랭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오랑캐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시인의 설명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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