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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4

보통 남들 블로그 눈팅을 할 때는 내가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의 블로그가 대상이 되지만, 그와는 무관하게 정말 생판 모름에도 불구하고 생각날 때마다 방문을 해온 블로그가 있었다. (아마도) 작년 여름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구글에서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걸린 블로그였는데 블로그가 풍기는 신비스러운 분위기도 그렇고 이런 저런 그림과 짤막한 듯한 나름 힘있어 보이는 글들에 사로잡혀서 여행 이후에도 '즐겨찾기' 목록에 남아있던 그런 블로그였다.

오늘 아침, 비폭력 대화 워크숍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 일찍 일어나는 그 아침에 인터넷을 잠시 하다가 위의 그 블로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글루스 블로그의 설명을 읽었다. 지난 4월 초 이후로 업데이트가 없어서 종종 방문할 때마다 왜 새로운 포스팅이 없을까 해왔었는데 블로그 자체가 폐쇄되어 버렸다니, 잠 덜 깬 아침에 크나큰 충격이었다. 그 블로그 주인은 나처럼 누군가 끊임없이 '스토킹'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을까?-_- ㅋㅋ 어떻게 보면 실연보다도 덜 한 사소한 일로 받아들여졌을텐데 '고작 블로그 하나'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상실감이 의외로 크게 다가와서 내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가끔 공감가는 포스팅이 있으면 덧글을 달까말까 고민하게 만들던 블로그였는데. 거 참. 이를 아쉬워 하는 내 욕구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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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 함께 하는 비폭력대화 워크숍에 왠지 모르게 자꾸 나의 에너지가 쏠리는 듯한 느낌이다. 사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밑져야 본전으로 시작한 거였는데..(미안해 아침ㅎㅎ)

오랜만의 긴 외출의 끝자락, 집에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오늘 하루를 곱씹어보다가 캐서린 선생님이 나에게 관심사를 물어봤을 때 잠깐 고민하다가 대뜸 '병역거부잔데요,,' 라는 말을 했다가 어김없이(?) 병역거부의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 참 난감했다. 내가 생각하기엔 기자들이나 좋아할 만한 딱히 특별한 계기가 스스로에게 있었던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캐서린 선생님이 그런 의도로 물어본 건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럼 얘기를 하나둘 꺼내자니 길어질 것만 같아서 불안해지고 해서 결국은 아무런 말도 못해버린 거다. '병역거부자'라는 타이틀에 대해서 상대화하고 특별한 것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려 하지만 아직도 자의식이 너무나 센 것 같다. 좀 더 가벼워졌으면 좋겠는데. 이럴 땐 나동이나 용석이의 유머감각이 참 부럽기만 하다.

'일본으로 떠야지' 하는 생각으로 도피처를 찾고 있기에 일본어 공부도 얼른 시작해야지 생각이 드는데 515 이후로는 아무 것에도 집중을 하기가 힘들다. 요즘엔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야구 팀을 응원하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아서, 예전 같았으면 자괴감도 들었겠지만 지금은 자기합리화의 기술만 늘어난 기분이다. 8월에 있을 비폭력대화센터 일정에 통역을 도와주기로 선뜻 나섰는데 영어실력도 그렇고 적절하게 의미 전달을 할 수 있는 깜냥이 생길지와 같은 고만고만한 고민들이 슬금슬금 생겨나고 있다.





아..이 노래를 유클레리로 한번 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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