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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군대

예전에 전쟁없는세상 활동을 하던 시절에 병역거부 관련 뉴스클리핑을 하면서 알게된 구글 알리미라는 기능을 쭈욱 사용해오고 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으로 설정을 해놓고 관련 뉴스나 웹문서들 중에 구글이 검색해준 것을 받아보고 있는데, 덕분에 가끔씩 흥미로운 블로그나 글들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오늘 들어온 구글 알리미는 좀 때 늦은 것 같긴 하지만 최근에 병역거부를 한 하동기 관련 블로그 포스팅들을 검색해서 갖다 주었다. 기자회견 이후에 기독교 신문쪽에 기사가 많이 났다더니 그런 기사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걸어놓고 논쟁을 부추기는 포스팅들이 꽤 생겼나보다. 난 이젠 병역거부 관련 논쟁에는 스스로 좀 씨니컬해져버린 측면이 크지만, 이번에 우연히 걸려든 기독교 신자 병역거부 관련 포스팅들에 달린 댓글들을 훓어보다가 흥미로운 멘트를 하나 발견했기에 여기에 잠깐 메모를 해둔다. 다음에 나도 소견서라는 걸 쓰게 될 때에 참고하게 될지도 모르니.ㅎㅎ

 

"그냥 군대가기 무섭다고 해..거창하게 예수 핑계 대지말고.."

 

이 댓글을 따온 블로그에서는 예수와 성서 해석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난 자세한 내용을 모르기에 그냥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겠지 하며 넘어갔다. 근데 이 댓글은 새삼 참 나의 흥미를 유발하게 만들었다. 이 댓글 쓴 사람의 기본적인 입장은 병역거부자들이 아니꼬운 거다.  근데 이 사람 말대로 정말 군대 가기 무섭다고 커밍아웃하면 그럼 이제 병역거부자들을 인정해주겠다는 거냐고 묻고 싶어졌다. 물론 그 사람은 그럼 또 병역거부를 인정하겠다는 건 아니고 하면서 다른 말들을 하겠지. 왠지 나에겐 스토리 전개가 뻔히 보이는 시츄에이션이다. 

 

아마도 군대가야 사람=남자가 된다는 논리의 변용이었겠지. 군대가는 걸 무서워하다니, 역시 넌 남자도 아니었어. 겁쟁이 병역거부자들이라고 낙인을 찍고 우월성을 가지고 싶은 심리가 기저에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과 나는 발딛고 있는 세계관 자체가 다르니 애초에 논쟁이 될래야 될 수가 없다. 남성지배적 세계관에 거부하기에 군대도 거부하는 것인데 그런 병역거부자에게 '차라리 그냥 무섭다고 인정해'라고 말하는 건 논리적으로 아귀가 맞지 않는 비판인 셈이다. 이런 논리적 오류를 비유하는 무슨 표현이 있었는데..뭐였더라.

 

암튼 위에 댓글을 인용해온 블로그에선 '아니, 군대가기가 무섭다는 게 아니라...' 하는 식의 재반론이 나오길래 그걸 보며 뭐랄까 서글픈 마음이 한 구석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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